돌연변이 늘어나면 게놈은 퇴화한다?

내생공생생물, 돌연변이 통해 유전자 훼손해

사람 등 생물의 세포 속 핵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있다.

그 안에는 실같이 생긴 물질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데 이 실처럼 생긴 물질이 DNA다. 일부 바이러스의 RNA를 제외하면 모든 생물은 이 DNA 속에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이 유전정보를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한 용어로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한 후 성장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이 유전체 안에 들어 있다.

바퀴류와 흰개미 속에 살고 있는 내생공생생물 부랏타박테리움. 이 세균들은 빠른 돌연변이로 게놈을 퇴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에 적응해 형질을 발전시켜나간다는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OIST

잦은 돌연변이로 인해 게놈 크기 작아져

그동안 밝혀진 사실 중의 하나는 생명체에 따라 이 게놈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희귀식물로 하얀 꽃을 피우는 ‘파리스 자포니카(Paris japonica)’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쌍이 1500억여 개에 달한다.

그런 만큼 DNA의 길이도 길어져 100m에 이르는데 염색체 안에 이처럼 긴 DNA가 실타래처럼 뭉쳐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핵을 알아보기 힘든 박테리아와 같은 원핵생물들은 염기쌍이 50만 개 미만에 불과한 매우 작은 DNA를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게놈의 크기와 생명 현상 간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 역학 관계를 추적해왔다. 그리고 최근 그 수수께끼가 밝혀지고 있다.

7일 ‘사이언스 데일리’는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 대학(OIST), 호주 시드니 대학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이 게놈 크기와 돌연변이율(mutation rate)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다른 생물의 몸 안에서 공생하고 있는 내생공생생물(endosymbionts)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퀴류(cockroaches)와 흰개미(termites) 속에서 공생하고 있는 세균 부랏타박테리움(Blattabacterium)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숙주의 몸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찰해왔다.

이들은 숙주 속에서 질소를 공급하며 숙주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암컷 속에서만 살고 있는데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환경 변화 속에서 개체군의 크기(population size)를 작게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잦은 돌연변이로 인해 게놈 퇴화(genome reduction)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유전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생물 관련 자연선택 이론 수정 가능성

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진화론의 토대로 적용돼왔던 자연선택설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찰스 다윈(C. Darwin)이 주창한 자연선택(natural select)은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환경적응을 위해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후손들은 더 뛰어난 형질을 선택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논문 제1 공동저자인 OIST의 유키히로 킨조(Yukihiro Kinjo)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일부 생물의 경우 (기존의 자연선택설과 달리) 자신의 게놈을 퇴화시키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부랏타박테리움 외에 다른 숙주들 속에 공생하고 있는 내생공생체에 대한 데이터도 다수 수집했다.

그리고 많은 내생공생체들이 숙주 안에서 큰 개체군을 이루며 자유스럽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공생체들 역시 빠른 속도의 돌연변이를 통해 게놈의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연구팀은 게놈, 돌연변이율, 개체군 크기, 선택압(selection pressure)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9개의 진화 계보(evolutionary tree)를 작성했다.

그리고 9개 중 7개의 진화 계보도에서 증가하는 돌연변이율과 유전자 손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또 돌연변이가 증가하면서 이전과 비교해 게놈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게놈 퇴화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분석했다. 그리고 게놈 크기가 줄어들 경우 DNA 속의 유전정보(genes)가 파괴되면서 게놈의 크기가 더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에 국제학술지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6일 자에 게재됐다. 제목은 ‘Increased Mutation Rate Is Linked to Genome Reduction in Prokaryotes’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원핵생물과 같은 작은 생명체에 있어 게놈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새로운 빛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OIST의 토마스 부르기뇽(Thomas Bourguignon) 교수는 향후 미생물 게놈 연구에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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