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줄기세포에서 뱀독 생산 성공

해독제 개발 등 치료제 개발 지름길 닦아

뱀에 물려 죽는 사람은 매년 10만 명이나 되며, 부상자도 4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피해가 큰 데도 불구하고, 뱀 독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최근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뱀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작은 장기를 키워 뱀샘과 같은 기능을 하는 장기를 만들어냈다. 과학자들은 심지어 진짜 뱀독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셀(Cell) 저널에 발표했다.

독사의 한 종류인 방물뱀. Ⓒ 픽사베이

연구자들은 수년간 사람과 쥐 줄기 세포에서 미니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어 왔다. 소위 만능세포라고 불리는 줄기세포는 세포분열을 일으켜서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작은 간, 내장, 그리고 심지어 초보적인 두뇌를 만들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까지는 파충류 세포에 이 기술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휘브레흐트(Hubrecht) 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이자 세계적인 오가노이드 과학자인 한스 클레버스(Hans Clevers) 연구팀은 코브라, 서부 방울뱀 등 9종의 뱀의 독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그 줄기세포를 성장인자인 호르몬과 단백질의 혼합물에 넣었다.

파충류 대상 첫 번째 줄기세포 실험

놀랍게도, 뱀 줄기세포는 인간과 쥐의 세포에 작용하는 동일한 성장 요인에 반응했다. 이것은 이 줄기세포의 특정한 부분이 수억 년 전에 포유류와 파충류의 공통 조상에서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혼합물에 넣어둔지 1주일이 지날 무렵, 뱀 세포는 작은 조직 덩어리로 자라났다. 직경이 0.5 ㎜에 달해 사람의 눈에 보이는 정도로 성장했다. 과학자들이 성장 요소를 제거했을 때, 세포들은 뱀샘에서 독을 생성하는 상피 세포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미니 장기는 실제 독샘에 있는 것과 유사한 유전자를 발현했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뱀 오가노이드는 심지어 독을 생성하기도 했다. 분비물에 대한 화학적이고 유전적인 분석은 그것들이 진짜 뱀이 만든 독과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실에서 만든 독은 실제 독과 비슷하게 쥐의 근육세포와 신경세포의 기능을 방해했다.

독사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만든 뱀독 분비샘 Ⓒ  Princess Máxima Center

뱀독 이용한 신약개발에도 도움

과학자들은 뱀독이 어떻게 생성되고 종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뱀독이 어떻게 물린 상처에 심각한 해를 끼치면서 항균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뱀독 해독제는 살아있는 뱀의 독을 모아 말에 주입하고 말이 만들어내는 항체를 채취해서 만든다. 이 기술은 수 세기 동안 변하지 않은 기술이다.

뱀독을 실험실에서 생산할 수 있으면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뱀의 독을 짜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해독제를 개발할 수 있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뱀독을 분비하는 작은 분비샘을 사용하여 특정한 독소를 생산하고, 그 독소를 중화시키는 분자들을 검사할 수 있다.

이로써 독을 생산하는 오가노이드는 뱀에 물린 사람을 치료하는 연구에 강력한 새로운 도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이번 연구가 신약 식별을 위한 풍부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뱀독이 통증, 고혈압, 암에 대한 치료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버스 실험실은 약 50종의 뱀독을 모은 바이오뱅크를 설립한 뒤, 뱀독을 재배해서 전 세계로 보내 치료법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클레버스 실험실은 다른 척추동물 조직에 오가노이드 제조법를 활용해 볼 계획이다.  우선 연구팀은 악어샘을 키우려는 한편으로, 중국 동료의 제안으로 금빛제비인 ‘금사연’의 침샘을 생성해 볼 예정이다. 금사연은 둥지를 침으로 묶어 짓는데, 금사연 둥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프를 제조하는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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