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재를 보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뇌의 지각 모형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게티이미지
이 세상에 많은 것들을 다르게 보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우리의 뇌가 새로운 생각을 하고, 우리의 생각, 지각,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지적 안내서를 만나보자.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라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대중적인 과학교양 도서다. 저자는 20년 이상 진행한 선구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왜 실재를 보지 못하는지, 우리가 지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등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음번의 가장 큰 혁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보는 방법으로 ‘다르게 보기’, 즉 지각 방식의 ‘일탈’을 제안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지각의 작용 방식 뒤에 숨어 있는 과학을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세계를 보는 방법에 대한 긴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인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생각, 지각,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지적 안내서. 책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착시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보는 방식을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실재를 보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뇌의 지각 모형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실재를 정확하게 본다고 느끼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인상일 뿐, 우리는 결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수많은 착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더욱이 저자는, 시각 말고도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모든 감각에서도 착각이 일어난다고 덧붙인다. 어쩌면 이 시점에서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우리가 실재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왜 굳이, 기어코, 다르게 보아야 하는가?’
우리 뇌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우리 뇌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며, 가능한 한 모든 방법으로 이 불확실성을 피하려고 한다. 이는 ‘불확실성’이 생존에 방해가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뇌는 미래에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유용한 해석’을 보관한다. 뇌는 유용한 지각이 어떤 것이었고, 유용하지 않은 지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한 다음, 이 유용한 해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는 단지 과거에 보기에 유용했던 것만을 본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본 것의 역사를 나타낸다.” 우리가 과거 지각의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해서 지각한다는 사실은, 자동적인 반사 반응처럼 우리의 지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이 우리를 미묘하게 편향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의 감각이 과거의 지각에 의존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방법을 통해 다르게 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의 과거를 바꾸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것은 무슨 말일까? 저자에 의하면, 이것은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고, 우리가 항상 하는 일이다. 바로, 과거의 경험에 ‘의미를 재부여’하는 일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이야기와 모든 책과 같이, 말하고 읽고 실행하는 모든 내러티브는 바로 과거를 바꾸는 일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새로운 과거를 만드는 방식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뇌의 지각을 바꿀 수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또 다른 방법은 ‘보는 것을 보는 것’, ‘지각하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다. 지각의 과정을 공략한다는 것! 우리의 지각이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가정(assumption)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쌓아온 가정들을, 의식적으로 발견하고 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의심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이다. 용기를 가지고 의심하면, 뇌는 이 과정이 여는 새 지각을 통해 우리에게 보상 한다… 우리 뇌는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을 구속하는 가정들을 떨쳐낼 수 있고, 과거가 우리 뇌에 보도록 훈련시킨 유용성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라고 언급한다.
ⓒ해나무
창조적 능력을 높이는, 뇌와 지각을 위한 확실한 조언
뇌는 매순간 조금씩 바뀐다. 중간을 거치지 않고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으로, 도약하듯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가진 가정들도 매번 조금씩 바뀐다. 그러면 뇌의 변화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현시점의 가정들이다. 현시점의 가정들이 다음번의 가능한 지각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본인이 세계를 지금 어떻게 지각하는지, 어떤 관념을 가졌는지에 따라, 취할 수 있는 행동과 취할 수 없는 행동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행동이 가능한지는 어떤 가정들을 축적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서로 거리가 먼 두 개념을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그러면 ‘도약’ 없이 어떻게 창의성이라는 게 가능해지는 것일까? 이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단지 현 상태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다음 상태로 살짝 이동했을 뿐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도약’처럼 보일 테지만 말이다. ‘창의성’이라고 하는 것은 순전히 제3자의 관점일 뿐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가능한 일을 했을 뿐이다. 창의성은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설정해온 가정들을 자각하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지각신경과학을 토대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착각하는 우리의 지각을 ‘자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각의 혁신을 바란다면, 과거의 경험에 의미를 재부여함으로써 과거의 의미들을 바꾸고, 이를 통해 미래의 ‘반사 반응’을 변화시키라고 제안한다. 그러면 우리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뿐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펼쳐보면, 무척 흥미롭게도, 중간에 작은 그림들이 글자를 타고 넘어가고, 글자가 반대로 씌어 있는가 하면, 심지어 페이지가 뒤집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실험적 요소는, 관성적인 책 읽기를 멈추도록 인도한다. 뒤집어보고 다르게 보고 삐딱하게 보도록 한다. 궤도를 이탈하게 만드는 책 읽기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데, 이는 끊임없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라는 이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4447)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올해 공공 분야의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ICT) 장비·정보보호 사업 규모가 작년보다 2.7% 증가한 6조2천23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구축 사업 예산이 4조5천4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용 소프트웨어 구매에 3천605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팅, 네트워크, 방송 장비 등 ICT 장비 구매 비용은 1조 3천227억원으로 나타났다. (40)
/ 36개국이 한국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협력방안 도출에 머리를 맞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기술메커니즘 이사회가 24일 개막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오는 29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계속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992년 설립된 협약이다. 총 198개국이 참여하는 규범으로, 매년 당사국총회를 열어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기후메커니즘은 2010년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중요성에
/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혈관이 막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질환인 망막혈관폐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조재흥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백무현 교수팀과 망막혈관폐쇄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공동연구진은 폐쇄된 혈관을 확장해 효과적으로 흐름을 복구하는 ‘철-일산화질소 복합체’ 개발에 성공했다 일산화질소는
/ 충남 천안아산 KTX역세권 연구개발(R&D) 집적지구 1호 사업인 충남지식산업센터가 23일 준공됐다. 센터는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4천51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연면적 1만2천471㎡)로 건립됐다. 입주대상은 지식산업, 정보통신, 제조업과 관련 지원시설 등이다. 반도체 장비 제조,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용 필터 등 12개 기업이 이달 중 입주할 예정이다. 충남도는 지식산업센터를 통해 일자리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인공지능(AI) 바이오 영재고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들어선다. 개교 목표 시기는 2027년 3월이다. 충북도는 23일 한국과학기술원이 희망하는 학교 부지요건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도교육청과 함께 숙고한 끝에 오송읍을 건립 부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지 선정의 결정적 요건은 향후 설립될 한국과학기술원 오송캠퍼스와의 접근성, 핵심인력 양성의 용이성 등이었다. 오송에는 첨단의료제품
/ 교육부는 교원의 인공지능(AI)·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2023년 아이에답(AIEDAP) 사업 착수보고회’를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다고 밝혔다. 아이에답은 민·관·학 디지털 전문가가 현직 교원과 예비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시작됐다. 올해는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역별 사업지원단을 꾸리고,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업을
/ 강원 양구군은 치매 환자, 독거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말벗 인형 ‘천사친구 효돌·효순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3일 밝혔다. 군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한 맞춤형 사례관리 대상자 중 우울 척도가 높은 10명에게 오는 12월까지 말벗 인형을 지원한다. 이는 정서·인지 정도가 다소 낮은 어르신을 돕는 인형 모양의 로봇이다. 일상 중 말벗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