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어릴 적 친한 친구의 이름은 금방 기억나면서 왜 방금 만난 사람의 이름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왜 어떤 기억은 수십 년 동안 안정된 상태로 저장된 반면, 어떤 기억은 몇 분 안에 사라지는가?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칼텍) 연구원들은 생쥐 실험을 통해서 강력하고 안정적인 기억은 하나의 팀을 이룬 여러 신경세포(neuron)들이 동시에 발화해서 기억을 암호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활성화돼서 중복 저장된 정보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계속 안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다.
뇌는 신경세포 중 하나 또는 몇 개가 실패하거나 침묵하더라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백업 기능을 가지고 있다. 뉴런 하나하나를 관찰하면 변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활성화하는 안정적인 신경세포 그룹을 형성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보면 손실 없이 기억한다. 뇌가 사용하는 ‘백업’ 기능은 여러 신경세포에 ‘중복 저장’인 셈이다.
카를로스 로이스(Carlos Lois) 연구교수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Science) 23일 자에 발표됐다.
월터 곤잘레스(Walter Gonzalez) 박사 연구팀은 생쥐가 새로운 장소에 대해 배우고 기억하는 동안 신경 활동을 검사하는 실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 해마 부위의 활동을 포착하기 위해 고감도의 미세내시경을 생쥐 뇌에 심고, 획득한 정보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세 단계에 걸쳐 해마의 CA1영역에 있는 신경세포 그룹의 활동이 기록됐다. 첫 번째로 생쥐를 길이 1.5m, 폭 12cm 높이 15cm의 기다란 통로에서 학습시켰다. 벽을 따라 서로 다른 위치를 표시하는 고유한 기호를 표시했다.
가장 오른쪽 끝 근처에는 굵은 더하기 기호를 써 놓았고, 통로 중심 근처에는 꺾인 선을 표시했다. 생쥐들이 좋아하는 설탕물은 통로의 양쪽 끝에 놓아뒀다. 쥐가 통로를 탐험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생쥐의 해마에 있는 어떤 신경세포가 활성화하는지 측정했다. 뇌의 해마는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는 곳이다.
두 번째 단계는 10일간의 시간이 지나 ‘재노출’ 시키는 기간이다. 세 번째는 빛에 의해 생쥐의 해마를 손상시켜 기억 저장 여부를 측정했다.
생쥐 대상 35일간 실험
생쥐의 신경세포 활동은 35일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관찰되었다. 생쥐는 처음에는 통로의 끝까지 도달해서 보상받을 때까지 목적 없이 돌아다녔다. 이때 생쥐가 벽에 그린 검은 선 중 하나를 알아차렸을 때 단일 신경세포가 활성화됐으나, 이후 여러 신경세포가 동시에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집단적으로 중복 저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마의 CA1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는 각 단계별로 따지면 90%가 활동했지만, 3가지 모든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활성화된 비율은 약 절반가량에 머물렀다. 생쥐가 원래 우리에 있을 때와 시험통로에 있을 때의 신경세포의 활성화 비율은 달랐다. 어떤 신경세포는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대신 다른 신경세포가 추가로 신호를 인식하는 등 신호를 기억하는 신경세포의 변동이 발생하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예컨대 5명에게 설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후에 다섯 명 중 한 사람 이이야기를 잊어버렸을 경우라도, 다른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
곤잘레스 박사는 “그 이야기를 다시 할 때마다 새로운 친구들을 데려오면, 원래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기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슷한 방법으로 신경세포도 시간이 지나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고 말했다.
기억은 인간의 행동에서 매우 기초적으로 중요한 것이므로 기억력에 대한 어떠한 손상도 사람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로 발생하는 기억 상실은 노인들에게 중요한 장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기억 상실은 친척들을 알아보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는 것을 포함한 가장 기본적인 일과를 방해할 수 있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기억 강화 방안 모색에 도움 줄 듯
이 연구는 적은 뉴런들에 의해 암호화되어 저장된 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 연구는 더 많은 뉴런을 동원해서 기억을 암호화하는 치료법을 고안하는 것이 기억 상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이 더 많이 행동하고 연습할수록 나중에 그것을 기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기억 강화 이론과는 다른 결론을 이끌어낸다. 기억 저장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은 기억을 더 안정되게 만들려면 개별 뉴런에 대한 연결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가정한다.
카를로르 로이스 교수는 “우리 연구는 같은 기억을 암호화하는 뉴런의 수를 늘리면 기억력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기억력 손실은 기억을 형성하는 데 관여한 뉴런의 수가 적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이나 노화와 함께 일어나는 기억력 손실도 언젠가는 더 안정된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뉴런의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치료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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