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생태와 진화 블로그에 실린 마테아의 비하인드 스토리©NatureEco&EvoBlog
최근 ‘네이처’지와 ‘네이처 생태와 진화’지에 발표된 두 개의 논문은 각각 불가리아와 체코의 동굴에서 발견된 4만 5천년 이상 된 인류의 화석을 포함한 여러 표본을 유전체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들에게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일부가 섞여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한편, 이들 중 다수는 현대 유럽인들의 직계 조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태동한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가 5만여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혼혈을 했다는 것을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을 통해 다시 관찰한 것이다.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에서 수 만년 동안 이주하고 정착한 인류 집단은 더러는 현대에까지 자손을 남겼고, 더러는 사라져 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흥미로운 연구들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두 연구의 제1저자들은 ‘네이처 생태와 진화’ 블로그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 중 ‘네이처’지에 실린 불가리아의 화석 연구를 이끈 ‘마테아 하이디냑(Mateja Hajdinjak)’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불가리아 동굴에서 발굴된 희귀한 화석
마테아는 2019년 스반테 패보(Svante Pääbo) 교수와 불가리아의 드리아노보로 향하던 때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반테는 발표된 연구의 지도교수이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학 연구의 선구자다. 2015년 드리아노보 근처 ‘바초 키로 동굴’에서는 고고학적 발굴 작업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인간의 어금니가 발견되면서 이들은 연구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후 뼛조각들이 더 발견되었는데, 이 중 네 개 조각과 먼저 찾은 어금니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초기(Initial Upper. Paleolithic)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현생 인류가 유라시아에 처음 발을 디딜 무렵으로 지금까지 유전체가 분석된 적이 없는 시기에 해당했다. 이 뼈들을 4만 6천~ 4만 3천년 전 것으로 가리키는 탄소연대측정 결과가 나오던 때를 숨이 멎을 만큼 놀라운 순간으로 그녀는 기억했다. 이렇게 오래된 화석은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화석을 연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연구자의 행운에 속한다.
까다로운 고대 DNA
이후 그녀는 독일 라이프치히의 연구소로 돌아가 클린룸에서 “마이크로 샘플링”으로 부르는 시료 채취를 했다. 작은 치과용 드릴로 화석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미량의 뼛가루를 얻는 과정이다. 이 뼛가루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체 서열을 얻어내면 분석을 시작할 수 있다. “DNA야 있어라. DNA야 꼭 있어라” 시료를 채취하는 동안 마테아는 되뇌었다. 여기에 정말 이 화석의 주인 DNA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화석에서 DNA를 얻는 데에는 많은 것이 작용한다. 샘플링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된 화석인지, 동굴의 상태가 어떻고 기후가 어땠는지가 모두 이를 결정한다.
생명체가 죽은 뒤에 체내의 DNA는 분해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DNA가 점점 조각나 짧아지고, 말단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하는 시체에는 많은 미생물이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해 미생물의 DNA도 화석 위에 가득하기 마련이다. 발굴 작업에서 사람이 뼈를 만지는 과정에서 이들의 DNA가 묻어 본래 화석의 DNA와 함께 추출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DNA 서열을 얻은 뒤에는 이것이 정말 화석의 DNA인지를 알아내는 긴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마테아는 이 작업을 거쳐, 이 화석에서 얻은 것이 ‘고대 DNA’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간의 DNA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무엇을 알게 되었나?
유럽의 동굴에서 발견된 인류 조상의 화석이니 현대인 중에 유럽인들과 가장 가까울 법도 했지만, DNA 분석 결과는 이들이 현대 동아시아인의 조상에게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동굴에서 함께 발견된 석기들을 보더라도 유라시아에서 몽골에 이르는 지역에서 발견된 같은 시기의 석기들과 비슷했다. 같은 동굴에서 발굴된 뼈 중 3만5천년 전 것으로 확인된 것만이 현대 유럽인들에게 가까웠는데, 이는 계속 이어진 유럽으로의 이주 물결이 있었고, 초기의 집단들은 자취를 감춘 것을 암시했다.
이후, 마테아는 같은 연구소의 생물정보공학자 ‘벤 페터(Ben Peter)’가 이번 연구를 위해 고안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전체 상에서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온 것으로 보이는 유전체 조각들을 추적하는 분석을 이어갔다.
마테아의 컴퓨터 스크린 위로 나타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조각들. 위에서부터 1~22번째 염색체가 그려져 있고, 그 위로 ‘파란색’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조각이 보인다. ©Hajdinjak et al. 2021
마테아의 컴퓨터 스크린 위로 기다란 네안데르탈인의 DNA 조각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인간을 포함한 진핵생물이 감수분열 때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받은 염색체들 사이에 일부 염색체가 교환되는 유전자 재조합이 일정 확률로 일어난다. 따라서, 혼혈로 생긴 자녀들이 물려받은 네안데르탈인의 염색체는 다음 세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잘리고 짧아지게 되는데, 이는 반대로 짧아진 DNA 조각으로부터 혼혈이 몇 세대 전에 일어났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대략 5~7세대 전에 혼혈이 일어났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과의 혼혈이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직후 이루어졌고, 이 같은 일이 생각보다 흔히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가리아 바초 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화석의 조각에서 DNA를 추출하고, 그것이 화석 고유의 DNA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여러 분석을 거쳐, 이 화석의 주인이 수 만년을 관통하는 인간의 족보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알아낸 순간이다.
마테아와 코지모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 링크에서 읽어볼 수 있다.
https://natureecoevocommunity.nature.com/posts/ancient-genomes-and-stone-age-encounters
https://natureecoevocommunity.nature.com/posts/a-bumpy-ride-to-the-re-discovery-of-zlaty-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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