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일주일에 한 번 싸고, 하루 종일 나무에 늘어지게 매달려 빈둥빈둥 놀고 지내는 ‘나무늘보’의 영어 명칭은 ‘sloth’이다. ‘나태’라는 뜻이다.
그저 귀차니즘에 물들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7가지 죄악 중 하나인 바로 그 ‘나태’다. 이런 이름이 붙는 순간부터 나무늘보는 온갖 사악하고 파렴치한 죄목을 죄다 뒤집어 썼다.
나무늘보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느려터지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시간에 300m 밖에 가지 않는다. 나무에 매달리는 대신 길바닥으로 내려오면, 온 몸이 완전히 납작해져서 얼핏 보면 자동차에 깔려 죽은 이상한 모습을 한다.
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나무늘보를 화려하게 재조명시킨 인물이 루시 쿡(Lucy Cooke)이다. 오죽하면 ‘나무늘보협회’를 만들어서 왜곡된 나무늘보의 진실을 알려주려 할까.
그녀가 쓴 ‘오해의 동물원’(The Unexpected Truth about Animals)은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 애정의 원칙은 동물을 ‘있는 그대로 보자’로 요약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아끼려면 동물에 대한 진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13가지 동물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풀어주려는 지극한 정성이 가득하다.
뱀장어, 박쥐, 독수리, 비버, 하이에나, 개구리, 황새, 하마, 말코손바닥사슴, 판다, 펭귄 그리고 침팬지와 나무늘보의 진짜 모습을 가감없이 설명한다.
나무늘보의 가장 신기한 특징은 긴 소화시간이다. 1970년대 진 몽고메리(Gene Montgomery)는 나무늘보에게 유리구슬을 먹이고 며칠 뒤에 변으로 나오는지 관찰했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마침내 유리구슬이 다시 햇빛을 보기까지는 무려 50일이 걸렸다.
과학자들은 나무늘보가 대체로 먹이를 소화시키는데 2주가 걸리는 것으로 추정한다. 포유류의 소화시간은 몸집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나무늘보같이 작은 동물이 이렇게 긴 소화시간을 갖는 것은 확실히 별나다. 긴 소화시간만큼이나 별난 것이 나무늘보의 배변습관이다. 배변만큼은 꼭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본다.
일주일에 한 번 배변하는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나무 밑동을 껴안고 살살 내려와서는 일을 본 다음, 냄새를 맡고 나뭇잎으로 덮는다. 그리고 한참동안 다시 나무로 올라간다. 가뜩이나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나무늘보의 표정은 배변할 때 황홀경으로 접어든다.
일주일에 한 번 벌어지는 이 습관은 거의 의식수준에 가깝다. 평생 눈에 띄지 않도록 나무에 매달리고, 나무에서 태어나고, 나무에서 교미하고, 심지어 나무에서 죽는 나무늘보가 어째서 배변만은 그렇게 할까?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에 공격을 받을 위험이 매우 높아지는데 말이다.
아마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배변을 처리하면 몸이 너무 더러워지기에 그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람 손을 많이 탄 동물 중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것은 중국 판다이다. 판다는 곰의 일종인데, 약간 처진 눈꼬리와 펑퍼짐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씹어먹는 모습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모성애에 빠져든다.
그런데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판다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 새끼를 잘 낳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비상이 걸렸다. 사육지를 지정하고 새끼를 낳으라고 독려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중국 판다보호시설을 방문한 루시 쿡이 목격한 장면은 코미디 수준으로 정말 웃기기 짝이 없다. 판다가 짝짓기를 통한 새끼 낳기에 영 신통치않자 중국이 선택한 방법은 인공수정이다.
그런데 인공수정해서 자란 판다는 사회성이 없어서 정작 성체가 되어도 어떻게 짝짓기를 하는지 모른다. 때문에 사육사들은 성체가 된 판다 앞에 텔레비전을 놓고 판다가 교미하는 동영상을 틀어준다.
세 번째 생일을 맞아 포르노를 보는 판다의 모습을 목격한 루시 쿡은 “초현실적인 모습 앞에서 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중국 당국도 사육해서 키운 판다의 한계를 인식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첫 번째로 선택된 수컷인 시앙시앙은 그러나 실제 야생에서 판다가 어떻게 짝짓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암컷이 혼자 나무에 올라가서 신음소리를 지르면 여러 수컷이 관심을 끌기 위해 나무밑에서 싸운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수컷은 오후 한 나절에만 40번이 넘는 교미를 하는데,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암컷은 일년에 단 며칠만 발정기라는 사실이다.
시앙시앙은 야생으로 커 온 다른 수컷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다른 수컷에게 실컷 두드려 맞았다가 결국은 죽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판다 외교는 역사가 길다. 7세기에 당나라는 한 쌍의 판다를 일본에 보냈다. 1941년 중국은 2차중일전쟁때 미국이 원조한 것에 감사하며 판디-판다라는 한 쌍의 판다를 미국으로 보냈다. 1972년 닉슨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역시 판다 한 쌍을 보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판다를 외국으로 보낼 때 100만달러를 내고 대여한다. 새끼 판다는 2년 뒤 중국 번식센터로 돌아가야 한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회담하겠다고 발표하자 이틀만에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태어난 두 마리 새끼 판다의 강제귀환을 명령했다.
동물은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해야
인간의 눈으로 본 동물의 비극은 침팬지에게도 있다. 1960년대 미국 심리학자 부부는 태어난 지 이틀 된 암컷 침팬지 루시를 입양해서 11년동안 키웠다. 그들은 립스틱 같은 단어를 포함해서 100개 단어를 가르치고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게 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런데 루시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못 볼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심리학자가 루시에게 술을 가르치자 루시는 매일 밤 술잔을 홀짝이는 등 알콜 중독이 됐다.
사춘기에 들어선 침팬지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심리학자는 루시를 아프리카의 야생 침팬지 구역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루시는 립스틱이나 포크 나이프 그리고 술을 모르고 자란 침팬지 동료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죽었다.
동물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배우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 루시 쿡은 침팬지 군락지를 방문한 기록을 남겼다. 루시 쿡이 우간다 부동고 숲에 머무를 때 침팬지 10여마리가 진지한 모습으로 우적우적 아침을 먹고 있었다.
이에 대해 루시 쿡은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낯설었다’고 표현했다. 침팬지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거울상은 인간을 혼란스럽게 한다. 루시 쿡은 넋이 빠지듯 묘한 감정이 들면서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고였다.
있는 그대로 동물을 봐야 하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동물의 의인화가 가장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루시 쿡에게 두 번째 적은 인간의 오만이다.
효능 없는 약재를 얻으려고 비버를 해치고, 개구리를 임신 테스트기로 사용하고, 깔끔하기 짝이 없는 박쥐에게 흡혈귀라는 누명을 씌운다.
나무늘보협회 창시자답게 저자가 보기에 나무늘보는 저에너지 생활의 모범적인 예이며, 패배자가 아니고 정글에서 살아남는 고수이다.
이에 루시 쿡은 책을 통해 이런 모토를 내세운다.
“빠름의 미덕은 과대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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