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나노미터(10억분의 1 미터) 차원에서 약물을 전달하는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물이 병소 이외 조직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필요한 곳만 겨냥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좀더 일찍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공적인 연구 결과가 소개된 분야는 암과 관절염 치료 분야.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연구팀은 적혈구보다 10배 이상 작은 나노입자에 치료 단백질(펩티드)를 담아 실험 쥐의 손상된 관절에 주입함으로써 염증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나노입자가 연골세포 안에 수주일 동안 머무르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26일자에 발표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연구진은 약물을 담은 나노입자를 손상된 관절에 주입하면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염증을 억제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림에 보이는 녹색은 연골세포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로, 나노입자 주입 후 염증이 크게 줄어들었다. ⓒ Pham laboratory Washington University
나노입자, 관절에 오래 머물며 연골 손상 예방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크리스틴 팜(Christine Pham) 박사는 “수많은 사람이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을 앓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다”며, “우리 연구팀은 관절염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했을 때 약물이 수시간 정도만 머무르는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나노입자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훨씬 더 오래 병소에 머무르며 연골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관절염 환자는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만 해도 27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골관절염 환자는 낙상, 교통사고, 운동 중 외상 등으로 무릎의 반월상 연골이 찢어지거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 관절 부위에 1차 손상을 입은 후 점차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절이 아프면 대개 약국에서 처방이 필요 없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 진통제를 사다 먹지만 통증만 잠깐 가실 뿐 계속되는 연골 파괴를 막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관절염 나노입자 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진들. 왼쪽부터 크리스틴 팸 교수(류머티즘), 새뮤얼 위클라인 교수(생의학 공학), 린다 샌델 교수(정형외과). ⓒ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e
염증 억제하는 단백질로 치료
이번 연구에 사용된 나노입자는 멜리틴(melittin)이라는 천연 단백질에서 추출한 아미노산 사슬인 펩티드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 펩티드는 ‘작은 간섭 RNA’[small interfering RNA (siRNA)]라 불리는 분자와 결합할 수 있도록 변형시켰다. 멜리틴이 siRNA를 손상된 관절로 전달하면 연골세포에서 일어나는 염증반응에 간섭하게 된다.
펩티드 기반의 나노입자를 고안한 사람 중 하나인 새뮤얼 위클라인 교수(생의학 공학)는 “나노입자를 직접 관절에 주입하면 크기가 작아 연골로 쉽게 침투해 손상된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며, “이전에 혈류를 통해 나노입자를 투여해 류머티즘 관절염 모델에서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은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손상된 관절에 직접 투입했다”고 말했다.
진행된 관절염에도 효과 있을지 연구 중
이번 연구에 따르면 관절 부위 손상 후 바로 나노입자를 주입하면 관절의 생존력을 유지하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관절을 다친 후 몇 년이 지나 심각한 연골 손상이 일어난 후에도 이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를 알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린다 샌델(Linda J. Sandell) 정형외과 교수는 “우리가 타겟으로 삼는 염증 분자는 관절 손상 직후뿐만 아니라 골관절염이 한참 진행된 후에 일어나는 많은 염증의 원인도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나노입자 치료법이 기존의 관절염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성 박테리아를 항암제 운반체로 활용
캐나다 몬트리올 폴리테크닉대 연구진은 미국 국립 생의학 영상 및 생물공학 연구원(NIBIB)등의 연구지원을 받아 자성(磁性) 박테리아를 항암제 운반체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내놓았다.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 8월호에 소개된 이 연구는 마그네토코쿠스 마리누스(magnetococcus marinus ) 혹은 MC-1으로 불리는 심해 박테리아가 저산소 지대를 찾아가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암 전이의 원천으로 지목되고 있는 암세포의 저산소 구역에 항암제를 전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항암치료에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건강한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고 어떻게 항암제를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주입하느냐 하는 점.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매우 작은 나노운반체를 이용하면 암세포에만 약을 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인체 순환시스템에 의해 나노운반체가 걸러져 버려 암세포에 도달하는 양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종양과 주변 조직 사이의 압력 차로 인해 나노운반체가 종양 안 저산소지대로 깊숙이 침투하기가 어려웠다.
연구를 주도한 실뱅 마르텔(Sylvain Martel) 몬트리올 폴리테크닉대 나노로봇 연구원 이사는 “암세포의 저산소 구역을 타겟으로 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 암 전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종양 도달률, 기존 나노운반체보다 27배 높아”
마르텔 교수팀은 첫번 째 실험에서 인체 대장암 종양을 가진 쥐에 살아있는 MC-1 세포와 죽은 MC-1 세포 그리고 대조군으로 박테리아와 같은 크기의 비자성 구슬을 종양 옆의 조직에 직접 주입한 다음 이들이 종양을 향해 가도록 컴퓨터 프로그램된 자기장에 노출시켰다. 조사 결과 살아 있는 MC-1 세포만이 종양 깊숙한 곳, 특히 산소가 적은 지역에서 발견됐다.
마르텔 교수는 “박테리아 세포들이 종양 안으로 들어간 후 자기장 스위치를 끄자 박테리아가 스스로 산소 센서를 작동해 저산소 구역으로 찾아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박테리아 세포에 각각 70개의 약물을 담은 주머니를 부착하고 첫번 째 실험과정과 같은 조건에서 종양 속으로 잘 이동할 수 있는가를 살펴봤다. 조사 결과 평균 55%의 박테리아가 종양 안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의 나노운반체가 종양 안에 약물을 전달하는 비율이 2%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결과다.
“박테리아는 값싸고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완벽한 운반체”
마르텔 교수팀은 차후 과제로 약물을 부착한 박테리아가 종양 크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를 검토해 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박테리아가 인체 면역체계로 하여금 종양을 공격토록 하는 분자 물질같은 다른 항암체 전달에도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또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유방암과 같이 박테리아 운반체를 주입하기가 비교적 쉬운 암을 넘어 인체 순환계를 통해 박테리아를 전달할 수 있도록 이들을 캡슐화하고 MRI 등의 자기장으로 추진력을 얻게 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활용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마르텔 교수는 “박테리아는 실제로 완벽한 활용 도구로, 복제가 가능하고 값이 싸며, 한 번에 수억 개를 주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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