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기술 개발과 인증에 우선순위가 있을까?

[항공우주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진화적 개발과 인증이 필요한 때

2017년에 첫 운항을 시작한 보잉 737 맥스는 두 번의 잇따른 사고로 인해 운항이 중단되었다. 737 맥스는 당연히 인증을 받은 비행기다. 그럼에도 사고는 일어났고 설계 결함이 지적되고 있다.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대표 사례다.

인증은 대단히 중요하다. 안전이나 신뢰에 관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증명받는 절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증이라는 중요한 절차는 가끔 새로운 것에 대한 장애물로 작용할 때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와서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나 법규의 정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수소 자동차의 기반 기술은 얼추 무르익었지만 수소 취급이나 충전소 설치 등에 관한 제도 또는 인증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안전 확신에 관한 염려와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갖추려는 행정적 신중함이 수소 자동차 상용화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인식은 정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이동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UAM은 명확한 정의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UAM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커다란 멀티콥터형 모양을 갖추고 있다. 사람을 태우고 날 수 있을 정도로 큰 다수 프로펠러를 갖춘 드론, 이것이 바로 현재 UAM이 가지는 일반적인 이미지다.

도심 상공을 이용해서 사람 이동 서비스를 실현하려는 UAM은 좁은 면적을 이용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말만 보면 수십 년의 ‘인증’ 이력을 가진 헬리콥터라는 해답이 이미 있다.

여기에 저공해 및 저소음이라는 조건을 더 얹으면 UAM은 서서히 전기추진 또는 하이브리드 기반 멀티콥터형으로 모양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헬리콥터라고 해서 무조건 앞으로도 계속 시끄럽고, 마냥 배기가스를 뿜는 항공기로 남으라는 ‘법칙’도 없다. UAM에 어떤 소음 또는 저공해 기준을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기술과 인증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나가야 한다. ⓒhttps://pixabay.com/

항공 인증에 관한 전통의 양대 강자인 미국 FAA나 유럽 EASA가 이 분야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쉽게 예측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UAM 업체가 앞서 나간다면 FAA와 EASA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인증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이나 유럽 업체가 약간 앞서 실현한 소음 기준 등을 하한으로 정함으로써 미국이나 유럽 외 업체의 시장 진입 가능성 낮춰 버리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나 중국의 업체가 앞서 나간다면 FAA와 EASA는 우리나라 업체가 먼저 도달한 환경 수준을 잣대로 하지 않고 자국 내 기업들이 쫓아올 수 있도록 다소 완화된 쪽으로 인증 기준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여건상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의 항공 우주 기술 개발에 여러 법적 제한이 많은 것은 당분간은 안고 가야 할 변수이며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항공 우주 내수 시장은 지금까지 국가 경제 수준에 비해 규모가 작았다. 국토가 좁고 비행제한 구역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객기를 개발하자니 들어가는 비용 대비 내수 시장이 작아서 수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수출을 하자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을 미리 대비해야 하고, 국제 인증을 고려하자니 이미 여러 외국의 선발 업체들과 그 소속 국가들이 언뜻 현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대한 울타리로 느껴지는 까다로운 인증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여객기나 전투기 수준이 아닌 도심 항공(UAM)으로 관점을 돌리면 우리나라 관련 내수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이와 관련한 인증 역시, 우선은 오지나 벽지에 대한 물류 서비스 등을 시작으로 진화적인 인증 확장 개념으로 시작한다면 산업과 인증이라는 두 중요 축이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93)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