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줄기세포, 지구온난화 등 과학이슈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올바른 과학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담론으로 만들어나갈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융합카페가 열려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11회를 맞는 융합카페는 특히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 다나 센터의 그레이엄 파멜로(Graham Famelo) 박사가 ‘런던 과학박물관 다나센터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 선진 과학 커뮤니케이션 사례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가 됐다.
과학이해에서 과학참여로
“오늘 이 자리를 함께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과거,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반갑게 인사말을 전한 파멜로 박사는 영국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우수사례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파멜로 박사에 의하면, 영국의 90년대는 ‘대중의 과학이해’ 시기였다. 대중에게 과학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많은 지식인들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기 시작했고, 박물관들도 단순한 전시에서 탈피해 과학을 재해석하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됐다.
이러한 시기가 약 10년이 지나면서 다른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중의 과학이해라는 모델은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대중 참여의 유도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0년대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대중의 과학이해’에서 ‘대중의 과학참여’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파멜로 박사는 이에 대해 “이러한 변화가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일방적으로 강연 하는 것에서 서로 동등한 위치를 기반으로 상호 교류를 하고 대화를 하는 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 말했다. 과학자들이 일방적으로 의제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반 정도는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하는 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대중과 과학자들의 평등한 교류가 이뤄지면서, 과학자들은 더 넓은 범위의 대중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물론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소통에 불편을 느끼고, 강연이 더 편안하고 옳은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시대의 흐름은 바뀌었다.
대중들은 지루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파멜로 박사는 이어 사진을 보여주며, 실제 살아있는 선진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사례들을 설명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은 영국 과학박물관에 있는 웰컴 윙(Welcome wing) 센터이다. 파멜로 박사에 따르면 이 센터가 특별한 건, 대중이 직접 참여해서 기회를 갖고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
그렇다면 웰컴 윙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기존의 관습을 뒤집은 드라마 전시가 그 답이다. 남자 배우를 초청해 ‘임신한 남성’으로 가정하고,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한 것. 처음엔 의아해했던 남녀노소가 남자로서의 임신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어했다. 파멜로 박사는 “처음에 과학자들에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나쁜 아이디어라 평했지만, 대성공하자 과학자들도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파멜로 박사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른들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티비보다 더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 충격적인 것,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감동적인 이벤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벤트 중 하나가 비틀기(contortion)의 과학이다. 무예가가 마치 요가와 같은 기괴한 자세를 취하고, 이를 의료기기로 촬영해 즉석에서 설명해주는 것이다. 파멜로 박사에 의하면 관람객의 절반(특히 남성)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북미 수술실에서 실시간으로 수술 모습을 중계한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나 센터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마음의 만남이라는 이벤트다. 유럽 9개 국가 126명의 사람들이 ‘신경 과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 것인데,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전문가들과 각각 토론한 다음 그것을 다시 각국 사람들과 나눠서 토론한 것이다.
성공을 거둔 다른 사례도 많다. 특히 어려운 주제를 재치 있고 현명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죽음을 목적에 둔 사람의 상태를 보여주는 전시도 있었다. 어려운 주제이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뛰어나게 풀어내 많은 인기를 끌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래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은?
강연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파멜로 박사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요인에 대해 “인구의 고령화, 과학자들의 권위 추락등이 중요한 요인이다”고 밝혔다. 파멜라 박사는 또한 “과학의 우선과제를 얘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계속 바뀌기 때문”이라며 5년 전만 해도 핵심 키워드가 아니었던 온난화가 지금은 핵심 키워드가 된 것처럼 과학의 우선과제는 항상 변화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파멜라 박사는 “인쇄매채와 책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미래에는 각국의 사람들이 어떤 곳에 모여 어떤 얘기를 하게 될지 예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파멜라 박사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파멜라 박사에 따르면, 앞으로는 공식적인 형태와 비공식적 형태의 과학교육이 통합될 것이라고 한다. 파멜라 박사는 “이들이 통합되면서 평생 배움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과학이슈에 대해 초기부터 대중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파멜라 박사는 마지막으로 내용을 모두 요약한 후,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그런 만큼 과학참여도 세계적 차원에서 노력을 진행시켜야 할 것”이라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 김청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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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1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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