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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4

과학커뮤니케이션과 과학문화아카데미 프로그램 김효동 아주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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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션 (science communication)이란 단어는 사실 자주 듣지는 않았더라도 막상 들으면 낯설지 않는 단어이다. 하지만 과학커뮤니케이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는 분야인가라는 질문에는 곧 말문이 막히게 된다.

단어를 다시 들여다보면, 우리가 늘 듣는 두 개의 단어, ‘과학’과 ‘커뮤니케이션’이 합쳐진 말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과학과 또 커뮤니케이션이 좀 관련되어 있으리라 하는 추측이 가능한 단어인 것이다.

위와 같은 '친근한' 혼란이 오는 이유는 사실 이 단어가 실질적으로도 여러 가지의 의미로 섞여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보면 세 학문 분야에서 이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첫 번째 분야는, 과학활동을 하는 중에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과학자들 간의 협력(collaboration)’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런 협력을 통해서 배출되는 과학적 지식은 개개인이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와 비교될 수 있을까, 과학지식이 과학세계에서 공인된 지식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process)을 거쳐야 할까, 등등의 질문이 이 분야의 학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이 계통의 학자들 중에는 과학에서 나타나는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들이 어떻게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인증을 받고 전파·확산되는가를 연구하기도 하고, 어떤 학자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저널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여 생산적인 논문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가를 연구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과학(과학자들이나, 과학이 배출해 내는 지식)이 사회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가를 살펴보는 학문이다. ‘과학에 관한 공공의 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라는 이슈가 이 분야를 대표한다고 하겠다. 영국과 오스트리아에서 널리 퍼져 있는 학문 분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 분야의 한 학자는 과학적 지식이 공공의 영역에 도달하는 과정을 ‘과학(science) → 미디어(media) → 공공(public)’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관행이라고 제시하고, 각각의 영역이 상호 배타적이며 독립적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과학저널에 실린 정확하고 명리한 과학적 지식이 미디어의 손에 의해서 대중에게 전달되는데, 각각의 영역은 상호 배타적이고, 더욱이 미디어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달과정에서 오류나 왜곡 등이 생길 수 있는데, 각 과정이 배타적이므로 과학자들은 과학자들끼리, 미디어 종사자들은 미디어 종사자들끼리, 서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현대과학에 있어서 공중의 지지는 필요한 연구자원을 얻기 위한 필요불가결의 요소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공중과 접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과학이 미디어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는 기존의 ‘과학에 관한 공공의 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라는 개념이 ‘공공에 관한 과학의 이해(science understanding of public)’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아무튼 이 분야는 과학이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마지막으로는 매스미디어가 생산하는 제작물의 정확한 취재/제작/보도에 관한 학문이다. 프리시즌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이라고도 하는데, 과학을 다루는 기자, 저자, 프로듀서, 기획자들이 가져야 할 실무적인 지식과 요령을 익히는 학문이다.

흔히 외국의 이공계열의 대학과정 중에 전공 작문 (technical writing)이라고 하는 필수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은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적 지식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보다 실무적이고 실습 지향적이며, 이런 분야의 교육 또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으로 불리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과학커뮤니케이션 혼란과 필요성의 전제하에 만들어진 과학문화아카데미(이하 과문아)는 2003년 8월에 과학문화재단과 서강대학교가 공동 설립하였다. 과문아의 중점은 위에서 얘기한 세 가지 중 뒤의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분야에 중점을 두지 않은 이유는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학사, 과학철학사 등의 대학 협동과정들이 이미 국내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립 당시 가장 중점이 된 이슈는 공중이 과학과 기술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영국의 광우병으로 인한 파동은 영국 과학계에 큰 타격을 주었는데, 이는 수십 년 전에 영국 과학계가 소고기의 섭취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에 재빠르게 반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와는 맥락이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도 과학과 기술 전반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되었다. 당시에 이루어진 사회조사를 보면 청소년은 자연계 수능 지원을 기피하고 있으며, 국내 유수 대학의 자연계 계통의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조차도 재입학이나 편입, 그 밖의 방법을 통하여 전공을 이탈하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과학과 기술의 핵심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 또한 팽배하여 부안사태와 같은 사회적인 물의가 만연하고 있었다.


과문아는 바로 이런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과학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 중에서 저널리즘/방송/출판/연극/PR과 같은 전문적 실무 분 야에 대한 지식을 소개하는 한편, 이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논의와 의견개진을 통해서 공중이 과학에 가진 편견과 오해를 낮추기 위해서 설립된 것이다.


과문아는 대학교의 학사일정에 따라서 한 학기에 2번의 단기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10주 동안 일주일에 한번 약 3시간의 세미나식 강의로 과정이 이루어져 있다. 각 과정의 인원은 30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상황에 따른다는 것은 매 프로그램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수강자들의 성격과 요구에 따라서 커리큘럼에서 나타나는 두 번째 와 세 번째 분야의 비율이 조정이 된다는 뜻이다. 첫 번째 분야는 이미 다른 교육기관이 있으므로 가볍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은 크게 1) 과학커뮤니케이션 일반(과학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소개, 과학정책, 과학이슈 등), 2) 과학과 방송영상 기획, 3) 과학저널리즘, 4) 과학조직의 PR(조직관리, 대외관계, 위기관리 등), 5) 과학이벤트기획, 그리고 6) 과학정보의 관리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특정한 참가자들이 PR에 치중하는 것을 원한다면,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10주의 과정을 개설하게 된다.


단기과정 참여자는 일반적으로 과학,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개발의 책임자, 실무자, 홍보 담당자 등과 신문/방송/출판 등 미디어에서 과학과 관련된 부서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전문인 등이 주를 이룬다.

지원은 과문아의 홈페이지 http://sciencecomm.org에서 지원서를 다운로드 받아 제출하면, 운영위원회가 회람을 한 후 참여결정을 통보 하는 형식이다. 과정에 드는 비용은 전액 과학문화재단에서 부담을 하며, 과정을 마친 후에 참여자는 과학문화재단의 이사장과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장이 인정하는 인증서를 받는다.


이제 다섯 번째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니,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120명을 넘었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공중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면 안 되겠기에 앞으로는 워크숍을 통하여 사회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저작권자 2004-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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