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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2003-11-17

과학적 창의성, 어떻게 키울까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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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저 사람 참 창의적이라고 말하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고 모두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한 나무의 나뭇잎을 다 계수해서 4,374개가 나왔다면 이것이 창의적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발견한 것에 대한 정보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창의성은 ‘새로움’과 ‘가치’란 요소가 내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학적 창의성은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까. 바로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시켜 생각함으로 과학적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컴퓨터 네트웍에서 카오의 법칙이란 게 있다. 이 법칙은 컴퓨터 네트웍이 지닌 창의성은 네트웍에 접속된 사람들 중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수에 지수형태로 비례함을 뜻한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네트웍으로 연결되면 그만큼 상호 유익한 정보교환이 활발해짐으로 네트웍을 통해 나오는 창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 법칙은 네트웍 사회에서 중요한 이론이다.


손정의, 매일 기존정보 결합시켜 창의력 발휘

일본 갑부인 손정의 씨는 창의력을 키우고자 독특한 창의력 개발법을 시행하고 있다. 즉 각기 다른 개념이 적힌 750장의 카드를 개념 별로 3개의 범주로 나누어 놓은 뒤 매일 아침 각 범주에서 카드 한 장씩 총 3장을 뽑아 서로 연관 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즉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들간의 통합으로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다.


미국 철학자 ‘아더 코슬러’는 사람이 왜 웃는 지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먼저 “이 사진 죽이네”라는 말을 건넨 뒤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후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왜냐하면 ‘먹는 죽’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 사진 ‘죽’이네”란 뜻이었다.


여기서 사람들이 왜 웃었을까. 그에 의하면 바로 ‘이 사진 죽이네’란 말을 통해 자신이 상상하던 평면과 실제 죽 사진이 부딪혀 불꽃이 튀었을 때 웃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웃음과 창의성을 연관 지어 연구했고, 그 결과 창의성도 머리 속에서 기존 상상력에 새로운 개념에 부딪혀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다고 결론지었다. 즉 이종간의 결합을 뜻하는 ‘잡종’적 사고가 창의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학문과 학문의 결합, 한 학문에서 다른 학문으로의 이전 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세기의 과학자들, 전공 연계해 연구업적 내

실제 세계 과학사를 살펴보면 뛰어난 업적을 낸 사람들은 이런 학문적 결합 등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학창시설 다른 학문을 접하고 이를 접목한 사례다. 아이작 뉴우튼은 학생시절 데카르트의 철학을 공부했고, 이 후 캠브리지 대학에서 네오 플라톤주의 즉 신비주의에 심취했으며, 이후 연금술을 익혀 결국은 중력이론과 뉴우튼 역학을 발견하면서 고전물리학의 기초를 세웠다.


멕클린독은 자신이 젊었을 때 “사람 유전자 중에는 ‘뛰는 유전자’(Jumping Gene)란 놈이 있어 고정되지 않고 이러저리 왔다갔다 한다”는 주장을 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사람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30년 뒤인 1983년 그는 노벨생리학상과 의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업적은 학창시절 배운 세포유전력과 자연관찰사적 접근을 접합시켜 만들어 낸 것이다. 에너지 보존법칙을 발견한 독일의 헤르몰츠는 의학도이면서 물리학도 전공한 경우다.


반면 다른 분야로 옮겨가 과학사에 업적을 낸 사람들도 있다. 근대화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프랑스 과학자 라브와지에는 자국에서 어렵게 과학아카데미 회원이 된 후 물리학자와 어울리다가 물리학은 굉장히 수학적이고 엄밀한 데 반해 자신이 전공한 화학은 상대적으로 엄밀하지 못한 것을 깨닫고 화학분야를 정밀하게 하려고 노력, ‘산소’이론을 만들어냈다.


독일 슈뢰딩거는 양자물리학을 전공하다가 중년 이후 생물학으로 방향을 전환해 1944년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물리학자가 생명현상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는데, 슈뢰딩거는 책 속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정보전달요소로 기능을 암시했다.


공동연구로 노벨상 수상자 이겼다

서로 다른 전공자들의 공동연구가 결실을 맺은 경우도 있다.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왓슨’과 물리학자 ‘프란시스 크릭’은 DNA가 이중나선구조의 결합 형태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당시 DNA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들러붙어 연구를 하던 테마였다. 심지어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학자도 DNA 구조를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무명의 두 연구자가 힘을 합쳐 노벨상수상자를 제치고 DNA를 규명해 낸 것이다.


다른 예로 에디슨을 들 수 있다. 에디슨은 실제로 100명의 연구자가 해내기 힘든 업적을 혼자 이루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다른 연구자과의 공동연구가 많았다. 그런데 에디슨은 과학자인 동시에 사업가였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공동연구도 대부분 자신의 이름으로 했다. 가령 에디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력시스템도 ‘프랑시스 옵턴’과의 공동연구로 해낸 것이다


모 연구자는 아이슈타인, 프로이드, 마르크스 등을 포함해 ‘세상을 바꾼 7명의 천재 연구자’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 천재들 모두 이방인으로 오래 살았다는 점이다. 즉 어릴 때 문화와 이방인으로서의 문화를 잘 융합해 과학적 업적을 냈다는 것이다. 또 지리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와 상호 교차하는 경계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창의적 업적을 많이 냈다. 세계적인 경계도시로 암스테르담, 홍콩, 런던 등이 꼽힌다.


누구나 과학적창의력 기를 수 있다

이상의 예를 살펴보면 서양에서 창조적 지식혁명은 17세기와 19세기 말에 각각 있었다. 17세기에는 파스칼, 데카르트, 라이프니찌, 뉴우튼, 스피노자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었고 19세 말 인물로는 프레게, 부울, 아이슈타인, 비트겐슈타인 알란 터링 등이 이끌었다. 이들 인물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학자이지 철학자들이다. 즉 과학과 철학이 가까웠을 때 서양에서는 창조적인 지식이 왕성하게 피어났다.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최고의 철학자이지만 그의 전공은 ‘항공모함’분야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이슈타인도 사실 칸트철학에 심취해 있던 인물이다. 철학자 ‘알란 터링’은 전자계산기가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컴퓨터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까지의 과학자들이 해 왔던 결합적(또는 잡종적) 사고를 키우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기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것들을 한번 묶어보는 것도 괜찮은 시도다. 야간경기는 1930년대 미국에서 최초로 실시됐는데 이는 어느 한 사람이 야구란 것과 불빛이라는 것을 묶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결합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하나를 생각할 때 다른 각도에서도 그것을 보아야 한다. 가령 어느 것에 대해 절망을 생각했으면 희망적인 관점에서도 생각해 본다. 또 어느 둘 사이 개념의 중간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인간과 기계의 중간인 사이보그가 여기에 속한다. 또 A또는 B가 아니라 A, B 모두란 관점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그밖에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고 늘 동적으로 생각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3-1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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