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이나 물리학은 ‘이과’에 속한다. 인문학이나 철학은 ‘문과’다. 그렇다면 ‘과학철학’, ‘과학사’는 이과일까, 문과일까?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의 남영 교수는 과학기술사를 전공했다. 그는 과학사라는 학문에 대해서는 이과냐, 문과냐의 구분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을 ‘오리너구리’라고 소개한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이 “질문하는 문학, 상상하는 과학”을 주제로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홍대 거리 일대에서 열렸다. 남영 교수는 지난 2일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다시 읽는 과학, 과학사”라는 주제로 과학에서의 올바른 융합과 혁신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지나친 분리, 지나친 융합 모두 나빠
남영 교수는 한양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로 꼽히는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문과와 이과를 지나치게 구분하는 풍토를 비판하며 과거 이 강의 수강을 신청한 학생들 중 공대 학생은 “철학적”이라는 말 때문에, 문과대 학생은 “과학기술”이라는 말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수강 신청을 철회한, 웃지 못할 해프닝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학문을 지나치게 분리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본래의 취지를 무시하고 서로 다른 것을 섞으려고만 하면 오히려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달라 보이는 두 가지를 무조건 한데 합치려고만 하는 요즘을 “융합거품시대”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정한 융합은 “비빔밥처럼 뒤섞는 것이 아닌, DNA까지 바뀌는 변화”이고 “지나친 단순화는 왜곡을 불러온다”며 방법론까지 교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혁신은 대화와 연결에서 온다
그는 과학이 고립되기 시작한 것이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부터라고 설명한다. 전쟁을 겪으며 과학이 국부의 원천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과학자들 간의 ‘네트워크’가 소실되면서 과학자들과 과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것으로부터 분리, 고립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화와 연결에서 오는 게 혁신”이라며 “위대한 과학자는 없다. 위대한 과학자들만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어 과학은 사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거나 강화시키는 것, 즉 예술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과거에는 과학자가 곧 예술가이며 철학자였다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합리성이 아닌 탐미성이야말로 과학혁명의 중요한 동력”이라며 무엇이 맞고 틀리냐를 따지기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변화를 상상할 것을 제안했다.
또, ‘올바른 과학’이나 ‘명확한 방법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과학은 거대화, 산업화가 아닌 혁신이 필요한 분야임을 강조했다. 남영 교수는 “쥐어짜면 개량은 가능하다. 하지만 혁신은 불가능하다. 혁신은 여유에서 온다. 실용을 추구하는 것은 단기성과주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여유를 갖추기 위해서는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의 과학은 실패한 과학, 지나간 과학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가 언제나 옳다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변화가 없다면 ‘달라진 미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과학은 시대와 상호작용하는 것인데, 현재의 과학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며 과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역사와 사회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800)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거시와 미시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은 SF영화인 '앤트맨'의 세계관 실현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박혁규·쯔비 틀러스티(UNIST 교수)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현상을 실험·이론을 통해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천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나노입자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권오훈 교수 연구팀은 국내 유일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의 매우 빠른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직접 포착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 연구팀이 질환 억제·촉진 실마리가 되는 단백질의 수명을 결정하는 단백질 '번역 후 변형'(이하 PTM) 코드를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디옥시리보핵산(DNA)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통해 복사(전사·transcription)·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발현되는데, PTM은 최종 단백질로 번역까지 일어난 이후 추가로 생기는 현상이다. 단백질 구조·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태호·안수민 박사 연구팀이 강원대 조용훈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전해(물 전기분해) 장치를 활용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할 때 성능을 80% 향상하는 전해질막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수소 이온을 전달하는 부분과 막의 강도를 유지하는 부분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분리된 구조로 설계했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를 기념한 다양한 과학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대전 유성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대덕특구 5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기념행사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아 성과전시회, 기술사업화박람회, 국제콘퍼런스, 50주년 기념식 등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