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프랑스’ 만들겠다”

마크롱 대통령, 세계로부터 과학자 영입 선언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39)이 하원의원 총선에서 압승하는 등 프랑스의 현대 정치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가운데 그가 강조하고 있는 과학 정책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네이처’ 지에 따르면 그의 첫 번째 행보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있는 환경과학자들을 프랑스로 초빙해 대단위 연구를 하는 일이다. 중견 과학자들을 위해 1500만 유로, 젊은 과학자들을 위해 100만 유로를 투입해 4년간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소속된 중도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연합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기술비자를 신설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단위 과학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mmanuel Macron(facebook)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기술비자를 신설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단위 과학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mmanuel Macron(facebook)

기술비자 신설하고 해외 과학자 영입

그리고 지난 9일 미국이 포기한 지구를 프랑스가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6000만 유로(한화 약 76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하기 위한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것. 트럼프가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지 1주일만의 일이다.

프랑스의 기후학자인 장 주젤(Jean Jouzel)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부회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파리기후협정과 관련 그가 바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환경부장관으로 환경운동가인 니콜라 윌로(Nicolas Hulot)를 지명한 것 역시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예상케 하고 있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러브콜에 꿈쩍도 안하다가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들였다.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환경보호청(EPA) 예산을 30% 가량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미극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소콜로우(Robert Socolow) 교수는 “미국의 예산 삭감에 따라 많은 환경 및 에너지 과학자들이 프랑스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기술 비자(Tech Visa)를 신설한 것 역시 특기할 사항이다. 이 비자를 소지할 경우 프랑스에서 4년 간 거주가 가능하다. 기술 비자를 신설한 것은 외국에 있는 기업가(entrepreneurs), 혁신가(innovators), 투자자(investors) 등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가 기술혁신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풍토를 바꾸어 창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 수 있는 ‘스타트 업의 나라(start-up nation)’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그의 과학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프랑스의 수학자로 2010년 필즈상을 수상한 세드니크 빌라니(Cédric Villani, 43)를 총선 출마자로 지명하는 등 과학혁신 정책에 대해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

“프랑스가 다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정치 경험이 없는 수학자를 출마시켰다는 우려와는 달리 빌라니는 파리 외곽 한 지역구에서 6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표차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빌라니는 당선 직후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크롱을 통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과학계는 매우 복잡한 생태계로 이뤄져 있다”며, “연구자들에 대한 대우, 대학 교육 방향, 연구개발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전체적으로 과학시스템을 발전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해법을 찾기 위해 “국립 연구청(National Research Agency)에서 더 나은 과학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가르치는 부담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조직에 있어서도 보다 더 유연한 법과 함께 덜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과학의 사명을 강조했다. “과학적 전문성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의회에 과학 전문가가 참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정부가 선보인 과학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외국의 기후과학자를 영입하려는 마크롱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과학은 세계 정치의 한 부분으로 신뢰하고 있다”며 큰 신뢰감을 보였다.

“과학이 한걸음씩 정치 과정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 “기초와 응용연구의 균형이 이뤄지고, 이런 훌륭한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프랑스 과학계는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사회당 양당 구도를 무너뜨리며 중도 개혁을 선언한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는 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런 개혁 성향이 빌라니를 비롯한 젊은 과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하면 패션, 미술, 관광, 농업, 와인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과학의 나라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원래 물리학자였다. 해석기하학을 창시한 인물이다.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파스퇴르,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 법과학의 창시자인 에드몽 로카르, 수학과 수리물리학, 천체역학 등에서 기본 원리를 확립한 앙리 푸엥카레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과학 혁신을 통해 과거 영광스러웠던 프랑스 과학의 전통을 다시 재현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의 야심찬 계획이 말 그대로 ‘과학 프랑스’를 이룩할 수 있을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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