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노동의 물리학적 비밀

30% 개미가 70% 일 해내는 이유

숫자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터널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방에 너무 많은 요리사들이 북적대면 효율이 떨어지듯, 터널 작업에 너무 많은 로봇들이 투입되면 작업이 수시로 중단되는 정체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최근 개미들로부터 발견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7일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불개미 사회에서는 소수의 일개미 그룹이 대부분의 굴 파기를 담당하며, 다른 개미들은 좀 덜 부지런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개미 굴을 파는 일에서 일부 개미가 덜 바쁘게 보이는 접근법은 개미들이 오가며 발생시키는 교통 정체현상 없이 원활한 굴착작업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개미의 최적화 전략을 자율 로봇들(autonomous robots )에 적용하면 기계화된 정체를 피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율로봇들의 활동 최적화는 재난 복구나 채광 혹은 미래 행성탐험에서의 지하대피소 굴착과 같은 일에 유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 생체시스템 물리학 프로그램과 육군연구소 및 던 패밀리 프로페서쉽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개미들이 교통체증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 토양을 흉내낸 유리입자에서 불개미들이 터널을 파는 방법을 연구했다. 각 개미들에게는 식별을 위해 색을 칠했다.  CREDIT: Rob Felt, Georgia Tech

연구팀은 개미들이 교통체증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 토양을 흉내낸 유리입자에서 불개미들이 터널을 파는 방법을 연구했다. 각 개미들에게는 식별을 위해 색을 칠했다. CREDIT: Rob Felt, Georgia Tech

왜 30%가 70%의 일을 할까

대니얼 골드먼(Daniel Goldman) 조지아공대(GIT) 물리학 교수는 “어떤 용기에 개미 150마리를 집어 넣으면 이중 10~15마리만이 실제로 주어진 시간에 굴을 판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 불평등하게 보이는 노동환경에서 공동체적인 이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관련 동영상

그는 작업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굴착작업은 완료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먼 교수 연구팀은 30마리의 각 개미를 식별하기 좋게 페인트 칠을 한 뒤 이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30%가 70%의 일을 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작업이 계속 활발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불평등’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바쁜 개미가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이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개미 다섯 마리를 들어내자 나머지 25마리가 생산성 저하 없이 계속해서 일을 했다.

개미는 정체 피하는 법 알고 있어

불개미에게 개미집은 필수조건이다. 만약 홍수 등에 의해 둥지가 옮겨가게 돼 마른 땅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집을 만들기 위해 굴을 파는 일이다. 개미 굴은 개미 두 마리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고 빠듯한 편이다. 이는 수직터널에서 이동할 때 이동상의 이점을 가정한 설계적 특성을 보인다.

개미들은 터널에 다른 개미들이 있으면 되돌아 나오거나 때로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정체를 피하는 법을 알고 있다.

개미들은 또 리더가 없을 때도 정체를 피하고 굴착작업을 최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로봇에 머뭇거리거나 되돌아 나오는 개미들의 모습을 캡처해 프로그래밍했다.

조지아텍 대니얼 골드먼 교수팀이 만든 자율로봇들이 개미들이 굴을 파는 습기 있는 땅과 흡사하게 만든 3D 인쇄로 만든 공을 파내는 모습. CREDIT: Rob Felt, Georgia Tech

조지아텍 대니얼 골드먼 교수팀이 만든 자율로봇들이 개미들이 굴을 파는 습기 있는 땅과 흡사하게 만든 3D 인쇄로 만든 공을 파내는 모습. CREDIT: Rob Felt, Georgia Tech

연구팀은 세 대의 로봇들이 흙덩어리와 닮은 자성 볼에서 좁은 터널을 파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런데 네 번째 로봇이 터널에 들어가자 정체가 생겨 일이 완전히 중단됐다.

골드먼 교수는 “제한된 환경에 로봇 네 대를 집어넣고 굴을 파도록 하자 로봇들이 즉각 엉켜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개미를 관찰하는 동안 이들이 종종 터널에 들어갔다 약간의 정체라도 빚어질 것 같으면 바로 되돌아나오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우리가 이 규칙을 로봇 조합에 적용하자 각 로봇당 적은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신속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미들은 교통공학적으로 ‘최고수준’ 운행

연구팀은 로봇에게 ‘열심히(eager)’, ‘되돌아나오기(reversal)’ , ‘게으르기(lazy)’ 등 세 가지의 잠재적인 행동을 테스트했다. ‘열심히’ 전략을 사용해 네 대의 모든 로봇을 작업에 투입시키자 바로 엉켜버렸다. ‘되돌아나오기’ 전략에서는 로봇들이 작업장에 가다가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포기하고 되돌아 나왔다. ‘게으르기’ 전략에서는 모든 로봇들이 꾸물거렸다.

골드먼 교수는 “‘열심히’ 전략은 세 대의 로봇만 있을 때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네 대가 있을 때는 서로의 방식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행동이 불리해진다”며, “’되돌아나오기’ 전략은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서 가장 빠르지는 않지만 정체가 없다. 에너지 소비 관점에서는 ‘게으름’ 전략이 가장 낫다”고 말했다.

한편 전 박사과정생인 제프리 아길라(effrey Aguilar)가 주도한 유리와 과냉각 액체를 토대로 한 분석기법은 서로 다른 기법들이 정체-형성 군들을 어떻게 완화하고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메러디스 베터튼(Meredith Betterton) 콜로라도대 물리학 교수를 비롯한 골드먼 교수팀은 상황 전개를 파악하고 매개변수를 실험하기 위해 교통공학자들이 고속도로 상의 차량과 트럭들의 움직임을 모델링하는 것과 유사한 셀룰러 오토마타(cellular automata)로 알려진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했다.

골드먼 교수는 “고속도로에서는 차가 적으면 교통흐름이 적지만 많으면 정체현상을 빚는다”며, “어떤 일이든 가장 원활한 중간 수준이 있으며 이를 기본 다이아그램이라 부른다. 우리가 실시한 모델링을 통해 개미들은 이 다이아그램의 최고수준에서 올바르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불평등한 일의 분배와 되돌아나오는 행동들이 적절히 혼합되면 정체를 빚지 않고 최고의 효율로 계속 움직이도록 하는 이점을 준다”고 덧붙였다.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대니얼 골드먼 교수. 관련 동영상 CREDIT: Georgia Tech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대니얼 골드먼 교수. 관련 동영상.  CREDIT: Georgia Tech

외계 행성탐험시 신속한 대피소 굴착에 활용 가능”

연구팀은 이번 연구 목적으로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했으나 이 로봇들은 능력면에서 개미의 맞수가 되지 못 했다. 개미들은 유연하면서도 강하고, 융통성 없는 로봇들이 정체를 일으키는 제한된 환경에서 서로를 비집고 오갈 수 있었다.

로봇들은 어떤 경우에는 굴착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밀치기를 하다가 서로에게 손상을 주기까지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우주탐험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먼 교수는 “화성에 굴착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로봇무리를 데려가 먼지 폭풍 등을 만났을 때,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완벽한 정보가 없이도 신속하게 피난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은 또 이같이 로봇에 응용하는 일 이외에도 개미의 복잡한 사회적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골드먼 교수는 “복잡한 지하환경에서 사는 개미들은 수많은 개인들이 밀집된 환경에서 함께 생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정교한 사회 규칙을 개발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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