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후각 자극만으로, 치매를 구분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CT와 MRI보다 정확도 높은 연구 마쳐

‘치매’는 나이가 들며 근심 걱정하는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치매는 60~8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 개발에 수많은 비용이 소요됐으나, 현재로서는 21년 6월에 미국 FDA에서 조건부 승인된 ‘아두카누맙’(최초의 치매 근본 원인을 공략하는 신약)이 유일한 치료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 GIST

광주과학기술원의 한 연구실에서 2016년부터 2021년 여름까지 뇌과학원천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해 인지 자극에 따른 뇌 혈류 신호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활용해 치매 진단을 정량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해온 바가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과정은 긴 과정(외래 방문→선별검사→신경 심리검사→감별 진단)뿐 아니라, 보호자의 개입, 환자의 집중력 부족 등으로 주관적인 결과 도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위와 같은 이유로 치매 진단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해 치매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위 연구는 현재 완성된 시제품을 이용해 치매 분류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기기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간단한 후각 자극만으로, 치매를 구분하다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학과장 김재관 교수를 만나봤다. 김 교수는 퇴행성 뇌 질환 중에서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진행에 따라 기억력, 사고력과 같은 인지 기능의 저하가 발생한다. 이는 병이 진행된 후에 나타나기에 초기에 진단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 결과 김 교수는 “후각 기능의 변화가 인지 기능 저하보다 훨씬 먼저 발생한다고 보고됐다.”며 “후각 기능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각 기능의 변화를 측정하기에 본래 사용되는 MRI와 같은 기기 활용에 비용적 측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촬영 시간이 지체된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이에 접근성이 높은 기기의 개발 필요성으로 연구실에서 개발 중이던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 기법(fNIRS-뇌 혈류 측정 기술)’을 활용하게 됐다. 이는 가격 부담을 덜고, 크기가 작아 활용도가 높으며, 측정 시 실시간으로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 기법(이하 fNIRS), 정확도 약 80%를 넘다

연구 과정 속 실험에서는 4가지 향기(무취, 다우니, 민트, 가죽)를 활용한 후각 자극을 통해 측정된 뇌 혈류 신호를 치매 단계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경도 인지 장애 환자군(일반적으로 치매와 정상 노화의 사이 단계)과 치매 환자군을 정상 노인군으로부터 약 82%의 정확도로 구분 가능함을 발견했다.

후각 경로는 후각신경에서 후각 신호를 뇌 변연계에 전달해 기억과 감정을 떠오르게 하는 경로를 거쳐 전전두엽으로 전파한다. 후각 경로를 근거해 전달된 전전두엽으로부터 fNIRS를 이용해 치매 단계별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fNIRS로는 대뇌 피질의 산화 헤모글로빈과 환원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때 김 교수는 용액에 의한 광의 흡수는 용질농도의 함수라고 하는 Beer-Lambert 법칙을 활용했다. 어떠한 자극을 통해 특정 부위의 뇌세포가 활성화되면 이를 전달 및 처리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때 에너지원인 혈당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혈액 내 산소포화도도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를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 기기를 통해 측정함으로 후각 자극에 따른 뇌의 활성화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비약물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발표된 연구는 정상 노인군, 경도인지장애 환자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군으로 총 3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정상인과 치매를 분류하는 정확도는 fNIRS(연구실에서 제안한 기술)가 82%, PET-CT와 MRI는 각각 78%, 81% 정도로 측정됐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동시에 예측하는 정확도는 fNIRS가 87%, PET-CT와 MRI가 각각 74%, 73%였다.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군을 제외하고 경도인지장애 군만을 분류하는 정확도는 fNIRS가 85%, PET-CT, MRI는 각각 69%, 66%였다. 따라서, 치매를 구분하는 기존의 다른 뇌 영상 기법보다 새로 개발한 기술이 가지는 정확도가 높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서는 조선대 이건호 교수와 박사과정생들이 함께했다. 이 교수는 현재 치매 학회 이사장, 아시아 최대 치매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광주 치매 코호트 연구단 단장이기도 하다. 치매 질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박사과정생 중 김재원 씨는 향후 의료기기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씨는 “이번 연구가 꿈의 목표 방향과 일치하고, 치매로 돌아가셨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치매라는 질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여 연구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구 과정 속 김 씨는 150여 명의 환자를 만나는 의사로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공학자로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김 교수는 “연구실에서 동물실험 이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 의료기기로 진행되는 반면, 본 연구 과정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가 진행됐기에 이른 시일 내에 환자들에게 기기가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접근성을 높이고, 정확도를 더욱 향상해 개발한 기술로 치매의 조기 진단과 관리가 용이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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