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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승아
2011-07-22

3D 멀미난다면 혹시 나도 '입체맹'? 입체맹, 두 눈이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 서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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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제작된 안경을 쓰고 보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3D 영화가 최근 인기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져 어린이들로부터 큰 흥미를 끌고 있다.

하지만 3D 영화를 본 후에 유난히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제를 소비자단체 등에서 제기하면서 세계 전자회사들은 아직 의학적인 검증이 끝나지 않았지만 DVD, 게임 등 자사 3D제품에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는 조심'하라는 문구를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멀미 증상과 관련, '입체시(立體視)'에 문제가 있는 '입체맹' 증상이라는 주장이 있다. 입체시와 입체맹, 그리고 3D 영화 시청 시 멀미 증상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입체시와 입체맹이란?

 
입체시란 두 눈에 보이는 서로 다른 조망을 이용해서 3차원으로 보는 능력을 뜻한다. 두 눈은 코를 중심으로 분리되어 있어 두 눈이 보는 것에는 작은 차이가 있다. 이 두 개의 상에서 오는 정보는 뇌 안에서 결합되어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체를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입체를 인지하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입체맹이라 부른다.

입체맹은 두 눈에서 오는 시각 정보를 원활하게 합칠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들은 스스로 '잘'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일반인이 보고 느끼는 것과는 다른 것. 깊이감을 잘 못 느끼기 때문에 공간 지각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두 눈의 시각 정보차이가 큰 사시안인(斜視眼人)이나 약시, 두 눈의 시력의 차이가 큰 부등시인 사람들이 입체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팔뜨기라고도 하는 사시안인의 경우 두 눈에 보이는 것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뇌는 상을 하나로 합치지 못한다. 그래서 한쪽 눈의 정보를 임의로 억압하는 기작이 뇌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3차원의 공간을 보는 능력이 떨어지고, 입체에 대한 감각을 사실상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 번의 사시 수술 후 대학생이 되어서야 자신이 입체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경과학자 수전 베리는 저서 '3차원의 기적'에서 "시력이 양 쪽 다 1.0 이었고 원근으로 깊이를 느꼈기 때문에 입체맹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며 "사실 운동 능력,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입체를 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시각 때문이었다" 고 말했다.

부등시(不等視)의 경우에도 한 눈의 시력이 나른 한 눈보다 현저히 떨어져 상을 받아들이는 눈이 사실 상 한 눈이므로, 유사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3D 울렁증은 입체맹인가?

 
3D 영화의 원리는 바로 '일반인이 입체를 보는 원리'와 같다. 촬영 시에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여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촬영한다. 그리고 이를 각각 다른 두 대의 영사기로 동시에 화면에 영사하는 것이다. 이를 편광렌즈를 통해 관람하면 평소에 뇌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인위적으로 만든 3D 영화를 보는 것이다.

'입체맹'들의 경우 자신의 눈에서 직접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를 합쳐 입체를 느끼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3D로 제작된 영화를 볼 때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입체맹이 아니어도 녹내장과 같은 안과질환으로 인해 시각 정보가 왜곡되면 3D영화를 보는 동안 현기증이 날 수 있다.

만일 3D 영화를 보는 동안 멀미가 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안과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특히 아동의 경우에는 3D 영화 시청 시 시력 저하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멀미나 현기증으로 인한 2차 질환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시청을 제한하는 것이 현명하다.

실제로 3D 영화를 시청하다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들이 있으므로 건강 상태 및 안구 상태를 사전에 확인해보아야 한다.

입체맹, 극복 가능한가?

사실 입체맹의 극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뇌의 가소성'과 더불어 긴 논의가 있어왔다. 입체를 인지하는 기능이 어느 시기 이후에는 고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3차원의 기적>의 저서, 수전 베리는 자신을 치료하는데 성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48세 나이에 시훈련 치료를 통해 입체맹에서 탈출, 3차원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경험담은 저서 뿐 아니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cientific American)에 실려, 많은 사시안인이나 사시아동을 가진 부모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사시나 약시또한 시훈련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두 눈으로 보는 연습을 지속함으로써 입체시를 가질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입체맹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진행하는 정지동작의 시력 검사 외에 눈, 시각, 뇌의 연관성을 검사하는 검안 과정이 필요하다. 검안 시훈련 치료의 경우 시각 교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입체맹은 물론이며 시야의 불편함으로 아동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집중력장애 (ADHD)의 극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검안 과정을 국내에 서둘러 도입해야 하겠다.

이승아
himeru67@hanyang.ac.kr
저작권자 2011-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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