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모나쉬(monash) 대와 스웨덴 웁살라(uppsala)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과일파리(fruit fly)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작은 유전자 그룹이 남성 불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세포소기관의 하나로 흔히 세포 발전소라고 불린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우리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생체에너지인 ATP를 합성한다. ATP는 아데노신 트리포스페이트(Adenosine TriPhosphate)의 약자로 아데노신에 인산기가 3개 달린 유기화합물이다. ATP는 모든 생물의 세포 내에 존재하며 에너지 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TP 한 분자는 가수분해를 통해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이 에너지를 생명체는 생명활동에 사용한다.
모든 진핵생물은 자신의 유전물질인 DNA를 세포 내 핵이라는 공간에 따로 보관한다. 핵 속에 보관돼 있는 DNA를 세포핵 DNA, 유전자 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놈(Genome)이라고 부른다.
미토콘드리아, 자신만의 DNA 갖고 있어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핵 속의 DNA와는 별도로 자신만의 DNA를 갖고 있는 특이한 세포소기관이다. 세포핵 DNA와 별개로 미토콘드리아 DNA는 미토콘드리아의 이니셜을 따 mtDNA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명체에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소만이 독특하게 자신만의 DNA를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자신만의 DNA를 갖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가운데 하나로 이른바 ‘세포내공생설’이라는 것이 있다. 원핵생물이었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인 ATP를 제공하는 대신 세포내에서 공생하면서 진핵생물로 진화했다는 것이 세포내공생설의 핵심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자신만의 DNA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유전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어머니로부터 자식으로 미토콘드리아 DNA는 유전된다는 얘기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했을 때 정자에는 부계의 DNA만 있다. 정자와 달리 난자는 세포이기 때문에 모계 DNA뿐만 아니라 난자세포 자체가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도 포함한다. 이 난자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존재로 난자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 DNA도 포함된다.
때문에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서 생긴 수정란에서 정자의 부계DNA와 난자의 모계DNA가 합쳐진 온전한 한 쌍의 게놈 DNA 이외에 모계 난자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도 함께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로부터 자식으로 유전될 뿐 아버지로부터는 유전되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 DNA, 모계에서 자식으로 유전
대부분의 생물은 생명체에 유해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우 엄격한 유전자 조절 기작을 갖고 있다. 만약 매우 위험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면 생명체는 생식과 생존이라는 문제에 직면했을때 이 돌연변이 유전자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단백질로 발현되도록 자가검열을 한다. 즉 돌연변이로 인한 위험요소를 스스로 최대한 낮추는 셈이다.
이러한 자가검열 기작은 세포핵 DNA를 대상으로는 대부분 잘 이뤄지지만 미토콘드리아 DNA의 경우에는 자가검열 기작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해 호주 모나쉬대 생명과학과 다미안 다울링(Damian Dowling)박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단지 어머니로부터 자식들로 유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계유전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미도콘드리아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엄격한 자가검열 기작을 통과할 수 있으며 자가검열 기작을 통과한 돌연변이가 매우 높은 수준에서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mtDNA 돌연변이, 남성 불임에 영향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남성에게는 매우 유해할 수 있지만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다울링 박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모계유전의 결과로 여성에서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의 검증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특정 그룹이 남성의 모든 유전자 발현의 10% 수준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사실상 거의 어떠한 영향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남성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남성 생식기관에서 발현됐다. 다울링 박사는 “우리의 연구결과는 미토콘드리아가 공교롭게도 남성에게는 불리한 반면 여성에게는 유리하게 진화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확인되지 않은 매우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돌연변이들에 대한 연구는 향후 남성 불임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토콘드리아와 관련해 최근 규명된 흥미로운 또 다른 사실은 미토콘드리아가 유전질환, 노화관련 질환에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발전소로서 생체에너지를 합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단백질의 합성은 미토콘드리아 자체의 리보솜을 활용한다. 보통 세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은 세포 리보솜을 통해 합성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경우 별도의 리보솜을 통해 자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유전질환-노화질환에 관련
스웨덴 칼로린스카(Karolinska)연구소-독일 막스 플랑크(Max Planck)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최근 MTERF4라고 불리는 단백질과 NSUN4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복합체가 미토콘드리아 리보솜의 형성과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MTERF4 유전자를 넉 아웃(knock-out)한 생쥐 실험에서 미토콘드리아 리보솜이 형성돼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에너지 생산이 감소했다고 과학저널 ‘셀 대사(Journal of Cell Metabolism)’ 4월호에 보고했다. 넉 아웃은 특정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유전공학 기술을 지칭한다.
칼로린스카 연구소 의대 닐스 라손(Nils Larsson) 교수는 “MTERF4 유전자 넉 아웃으로 감소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은 몇몇 유전질환과 정상적인 노화, 노화관련 질환에 관련돼 있다”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향후 연구는 이와 관련한 질병연구에 매우 중요한 임상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1-05-1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