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진희 인턴기자
2007-02-07

성비 깨진 나비들의 짝짓기 정조 지키던 암나비가 카사노바로 돌변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암나비들은 대개 단 한 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한 후 알을 낳고 일생을 마감한다. 특히 호랑나비종 암컷은 교미 후 수태낭을 만들어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아 정조를 지킨다. 암나비와 수나비의 성비가 비슷하다면 영화 ‘너는 내 운명’과 같은 일은 충분히 일어난다. 하지만 나비사회에 암나비가 훨씬 많은 여초현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수컷의 개체수가 감소해 성비의 불균형이 일어나면 암나비들이 난교를 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영국 런던대 생물학과 그렉 허스트(Greg Hurst) 교수팀은 남방오색나비(Hypolimnas bolina)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일을 연구해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남방오색나비는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남태평양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종이다.


연구진은 여러 섬에서 암컷 25마리를 채집해 암컷에 남아 있는 수컷 흔적을 분석했다. 암컷은 죽을 때까지 수컷의 흔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 결과로 짝짓기 횟수를 알 수 있다.


암나비들은 교배할 수컷이 모자랄 때 짝짓기를 더 많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비가 비슷한 섬에 사는 나비들은 죽을 때까지 대개 교미를 한 번 했지만 여초현상이 두드러진 섬에 서식하는 나비들은 3~5회 더 수나비와 교미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스트 교수는 “이론적으로 보면 수컷의 개체수가 감소해 암컷의 비가 높아지면, 수컷의 교배 횟수는 증가하고 암컷은 줄어든다”며 “이론과는 달리, 수나비들이 감소함에 따라 암나비가 난교를 했다”고 말했다.


나비 생태계에서 유례없는 여초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월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가 수컷을 죽이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난자를 통해 전파되는데, 자신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예 수컷이 배아일 때 없앤다. 심할 땐 수컷 한 마리당 약 100마리의 암컷이 남는 경우도 있다.


여러 번 교미 한 암컷들은 예전보다 더 후손을 많이 가졌을까? 난교를 하기 때문에 임신 기회는 많았지만 그만큼 성공률이 높지는 않다. 나비가 받는 정자의 수가 줄었기 때문. 연구팀 관계자는 “암컷들의 짝짓기에 대한 본능이 너무 강력해 수컷은 지칠 수밖에 없다”며 정자의 개수와 크기가 50%로 감소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허스트 박사는 이번 발견이 “교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곤충이 어떻게 개체수를 유지하며 자기 종족을 보존해 나가는지 설명해 준다”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수컷만 골라 죽이는 박테리아는 영국 무당벌레 등 다른 곤충에서도 발견됐지만, 남방오색나비를 제외한 다른 종의 생식 활동에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김진희 인턴기자
slowbbies@gmail.com
저작권자 2007-02-0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