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개체수가 감소해 성비의 불균형이 일어나면 암나비들이 난교를 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영국 런던대 생물학과 그렉 허스트(Greg Hurst) 교수팀은 남방오색나비(Hypolimnas bolina)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일을 연구해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남방오색나비는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남태평양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종이다.
연구진은 여러 섬에서 암컷 25마리를 채집해 암컷에 남아 있는 수컷 흔적을 분석했다. 암컷은 죽을 때까지 수컷의 흔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 결과로 짝짓기 횟수를 알 수 있다.
암나비들은 교배할 수컷이 모자랄 때 짝짓기를 더 많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비가 비슷한 섬에 사는 나비들은 죽을 때까지 대개 교미를 한 번 했지만 여초현상이 두드러진 섬에 서식하는 나비들은 3~5회 더 수나비와 교미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비 생태계에서 유례없는 여초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월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가 수컷을 죽이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난자를 통해 전파되는데, 자신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예 수컷이 배아일 때 없앤다. 심할 땐 수컷 한 마리당 약 100마리의 암컷이 남는 경우도 있다.
여러 번 교미 한 암컷들은 예전보다 더 후손을 많이 가졌을까? 난교를 하기 때문에 임신 기회는 많았지만 그만큼 성공률이 높지는 않다. 나비가 받는 정자의 수가 줄었기 때문. 연구팀 관계자는 “암컷들의 짝짓기에 대한 본능이 너무 강력해 수컷은 지칠 수밖에 없다”며 정자의 개수와 크기가 50%로 감소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허스트 박사는 이번 발견이 “교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곤충이 어떻게 개체수를 유지하며 자기 종족을 보존해 나가는지 설명해 준다”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수컷만 골라 죽이는 박테리아는 영국 무당벌레 등 다른 곤충에서도 발견됐지만, 남방오색나비를 제외한 다른 종의 생식 활동에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 김진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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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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