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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21-01-27

분자 수준에서는 ‘중립진화’가 일어난다? 고대 단백질 재현 실험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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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찰스 다윈, 자연선택 그리고 아마도 적자생존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진화의 큰 그림을 떠나 순수하게 분자 생물학적 관점에서만 분석하면 전혀 다른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생물학자인 기무라 모토(木村資生)가 1968년 처음 발표한 ‘중립진화이론(neutral theory of molecular evolution)’이 대표적이다. 이 이론이 나온 이후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이론과 ‘중립진화이론’은 선택론자(selectionist)와 중립론자(neutralist)의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립진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분자 수준에서 벌어지는 진화는 특별한 이유도 없고, 진화한다고 해서 별다른 이익이 생기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저 생물학의 본질적인 특성에 의해 변화가 일어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복잡하게 진화하지 않았어도 문제없었을 것

복잡성이 어떻게 진화하느냐는 진화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이다. 고전적인 설명은 정교한 구조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포가 복잡해져야 유기체에 어떤 기능적 이익을 주기 때문에 자연 선택은 계속 증가하는 복잡성의 상태를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시카고 대학의 조셉 손튼(Joseph Thornton)은 "분자 수준에서, 우리는 복잡성의 형성을 촉진하는 다른 간단한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손튼은 이를 '건설적인 중립진화(CNE constructive neutral evolution)'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고대 단백질의 실제 기능을 모른다면, 고대 단백질이 현대의 단백질보다 열등한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손튼과 동료 과학자들은 DNA 합성을 통해 고대 단백질을 부활시킨 뒤, 고대 단백질과 현대의 단백질 사이의 차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했다.

돌연변이로 털이 새하얀 고슴도치. 중립진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과학적 원리가 변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 위키피디아

손튼과 동료들은 어떻게 스테로이드 수용체 분자들이 2분자체(dimer)를 형성하도록 진화했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분자진화를 연구할 때 사용하는 방법론인 ASR(ancestral sequence reconstruction)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스테로이드 수용기가 2분자체로 진화하기 전의 스테로이드 수용기의 고대 조상을 재창조했다.

그랬더니 고대 단백질이 상당히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복잡한 2분자체와 마찬가지로 기능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고대 단백질이 전혀 진화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원들은 수천 개의 단백질로 진화의 이 방법을 실험했고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메커니즘을 ‘수소공포증 래칫(hydrophobic ratchet)’이라고 불렀다. 래칫은 한쪽 방향으로만 걸쇠가 작동하는 톱니바퀴를 말한다.

소수성 래칫은 '자연 선택'이나 '유전적 부동' 같은 진화의 원리 대신에 단백질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영향을 주는 순수 생화학적 원리다.

이 같은 작동원리에 의하면 원래 돌연변이도 꽤 간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세포막을 통해 양성자를 펌프하는 6단백질이 최소한의 돌연변이로 인해 형성되었을 수 있다. V-ATPase 양성자 펌프라고 불리는 이 단백질은 세포 유기체에서 매우 중요한 복합체이다.

연구원들은 합성 DNA를 사용하여 고대 단백질을 부활시켰고 그 유전자에 아주 간단한 돌연변이를 도입했다. 이것은 일련의 반응들을 촉발시켰고, 오늘날과 똑같이 작용하게 했다. 이것은 중성 돌연변이가 게놈에서 확립되기 위해 실제로 얼마나 적게 필요한지를 암시했다.

'적응'했다기 보다 과학적 원리에 충실했을 뿐

연구팀은 “소규모 단계에서는 어떤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 화학과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변화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더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커다란 규모에서는 이렇게 숨겨진 과정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중립진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적응처럼 보이지만, 아주 간단한 분자들은 지능적으로 진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립진화와 관련해서,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마이클 린치(Michael Lynch)는 2007년 논문 ‘유기체 복잡성의 기원에 대한 적응적 가설의 약점’에서 "진화에 있어서 어떤 것도 인구 유전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치에 맞는 것은 없다"고 썼다.

린치는 “유전자의 진화는 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능적인 전략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수동적이고 다면적인 과정이고 바꿀 수 없는 생화학 법칙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21-0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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