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2000의 마지막 코너스톤 미션 허셜 우주 망원경
허셜 우주 망원경(Herschel Space Observatory 이하 허셜 망원경)은 유럽 우주국(ESA)의 호라이즌 2000(Horizon 2000)을 구성하고 있는 코너스톤(Cornerstone) 미션 중 마지막이자 네 번째 미션이다.
허셜 망원경은 비슷한 이름을 가진 허블 우주 망원경과 가끔 헷갈리기도 하는데, 이 둘은 역대 가장 성공했던 관측 미션들 중 하나라는 점,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왔다는 점, 그리고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될 때 당시 가장 큰 구경으로 쏘아 올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미션이 관측했던 파장은 매우 다르기에 둘의 목적도 달랐다. 예를 들어서 허셜 망원경은 우주에서 차갑고 먼지가 많은 물체를 주로 볼 수 있었다.
1982년에 유럽 우주국에 의해서 FIRST(Far Infrared and Submillimetre, 이하 망원경) 미션이 처음 제안된 이후로 2000년까지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치며 몇 가지 수정을 마친 후 망원경의 발사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발사된 후 위치하게 될 궤도도 바뀌었고 이름도 허셜 망원경으로 바뀌었다.
허셜 망원경은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영국 천문학자이자 기술자 그리고 작곡가였던 윌리엄 허셜과 그의 여동생인 독일 천문학자 캐롤라인 허셜의 이름을 기반으로 명명되었다. 이와 같이 명명된 이유는 허셜 망원경이 관측하는 파장인 적외선을 허셜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허셜은 스펙트럼으로부터 분리되는 색깔들의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하여 모든 색깔에 온도계를 설치하였는데, 빛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온도가 상승함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서 허셜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빛이 전달될 수 있음을 알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적외선을 발견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며 어둠 속에서 열을 내는 물체를 가까이할 때 심지어 피부로도 온도를 느낄 수 있는 파장이다.
참고로 허셜은 30대 이후부터 천문학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늦은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반사망원경을 만들고 적외선과 천왕성 및 태양계의 여러 위성을 발견하는 등 허셜은 천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현존하는 가장 큰 우주 망원경 허셜
26년 전 제안되었지만 수많은 연구와 검증을 통해서 2009년 드디어 발사된 허셜 망원경은 반사경의 지름이 3.5 미터에 이르며 현재까지도 가장 큰 '우주' 망원경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허셜 망원경의 관측 기기는 액체 헬륨에 의해 1.4~2K 정도까지 냉각되며 열로 인한 잡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관측할 수 있었다. 큰 망원경의 구경 덕에 가장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함은 물론이고 (해상도는 망원경의 구경과 반비례) 효율적인 냉각으로 인해서 가장 민감한 적외선 망원경이 되었는데, 이로 인해서 허셜 망원경이 우주의 차가운 먼지 관측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망원경이 되었다.
허셜 망원경에는 총 2300리터의 액체 헬륨이 탑재되었고, 연료들이 모두 소진되어 관측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총 3년간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2013년 4월 29일까지 안전하게 작동함을 확인했으며 같은 해 6월 17일을 마지막으로 운용을 종료했다(총 4년 1개월 2일 활동).

허셜 망원경의 구성 및 목표
허셜 망원경의 주요 관측 장비는 총 3가지였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었던 대표적인 기기는 PACS(Photodetecting Array Camera and Spectrometer)이다.
PACS는 55~210 마이크로미터의 파장을 통해서 관측을 진행했으며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와 낮은 해상도의 분광기를 포함하고 있었다. 민감도는 최대 수 밀리 얀스키(mJy)까지 내려갈 수 있었기에 수많은 원반들(예를 들어서 어린 별 주위를 둘러싸는 원시 행성계 원반이나 청장년별을 둘러싸는 먼지 원반)을 관측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나 밝지 않은 먼지 원반의 관측은 천문학에서 십여 년간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였는데, 허셜 우주 망원경이 지구에서 멀지 않은 수십 개의 먼지 원반들을 성공적으로 관측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두 번째 기기는 SPIRE(Spectral and Photometric Imaging Receiver)인데, 역시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와 낮은 해상도의 분광기를 포함하고 있었다. SPIRE는 PACS보다 조금 더 장파장인 94~672마이크로미터를 통한 관측을 진행했으며, 마지막으로 HIFI(Heterodyne Instrument for the Far Infrared) 기기는 157~212마이크로미터와 240~625 마이크로미터의 원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는 고해상도 분광기로 이루어져 있다.
허셜 망원경의 주 목적은 일반적인 우주 관측이었다. 따라서 관측하려 하는 천체의 종류가 한정되지 않았고, 초기 우주의 진화 및 구조부터 항성 형성과 성간 물질의 관련성, 행성·위성·혜성 등의 화학 성분, 우주 전체의 분자 조성의 관측을 통한 전반적인 모든 우주를 관측함에 목적을 두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에 민감한 망원경의 특성상 수많은 신비한 모습을 관측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별은 어떻게 탄생이 될까?
모든 별은 가스로 가득한 분자 구름에서 탄생하는데, 이 분자 구름에는 가장 중요한 가스인 수소부터 이전 세대의 별들이 죽으면서 남기는 무거운 원소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가스 성운에 관해서 보다 자세히 알게 되면 수많은 별들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원시 행성계의 기원 및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별의 탄생 이론은 칸트와 라플라스의 첫 성운설 이론 정립 후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오던 이론인데 수많은 수정과 보완을 통해서 현재는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허셜 망원경은 이에 한층 더 보태서 가스들이 무작위적으로 뭉쳐서 별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가스 성운 내의 필라멘트(filament)라는 실타래같이 생긴 구조물을 통해서 수많은 별들이 탄생함을 확인했다. 이들의 크기는 수백 광년에 달할 만큼 큰 것으로 관측되었다.
또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서의 산소 분자를 확인했다.

또 다른 중요한 발견으로는 허셜 망원경이 태양계에서 가장 큰 소행성으로 알려진 세레스(Ceres)가 물과 얼음을 포함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세레스의 궤도가 타원인 덕분에 근일점에 도달하면 태양빛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세레스의 표면이 더 따뜻해질 때 세레스의 표면에서 마치 혜성과 같이 수증기가 주기적으로 방출되고 있음을 관측했는데, 대략 초당 6kg의 수증기를 관측함이 확인되었다.
이 발견을 두고 유럽우주국의 과학자 마이클 쿠퍼스 박사는 세레스 내부의 어떤 에너지원이 물을 만들었고 지하에서 수증기가 뭉치는 현상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세레스에 얼음이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관측이었으며 소행성 중에서 첫 번째로 관측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세레스에 있는 두꺼운 얼음 맨틀이 녹는다면 지구의 담수 양보다 많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를 통해서 다른 행성들에도 자연스럽게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도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이십 년간은 원적외선 망원경이 없다?
허셜 망원경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우주' 망원경 기록은 2021년 10월에 발사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에 의해서 교체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소 향후 이십 년간은 여전히 가장 큰 '원적외선' 우주 망원경으로 남아있을 예정이다.
유럽 우주국의 다음 세대 미션 중 M5 미션의 후보로 최종 선택된 미션들은 스피카(SPICA, Space Infrared Telescope for Cosmology and Astrophysics, 고해상도 및 최고 민감도를 자랑하는 원적외선 미션), 테세우스(THESEUS, Transient High-Energy Sky and Early Universe Surveyor, 감마선 폭발 등의 고에너지 관측용 미션), 그리고 엔비젼(EnVision, 고해상도 금성/금성의 대기 관측 미션)이었는데 지난 2020년 10월 15일 유럽 우주국은 예산 문제로 스피카 미션을 더 이상 다음 후보로 고려하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제안부터 발사까지 적어도 최소 15~20 년 이상이 걸리는 거대 프로젝트를 생각해보면, 아쉽게도 향후 이십 년간 인류는 원적외선을 고해상도 그리고 초고민감도로 관측하는 미션을 경험할 수 없을 전망이다. 원적외선을 이용한 우주 관측 미션은 우주의 아주 미약한 열도 포착해낼 수 있기에 그의 잠재력이 엄청나다. 하지만 이 미약한 열을 검출하기 위해서, 즉 고민감도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기에 큰 제약이 따르게 된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0-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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