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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11-12

가장 오래된 곤충 매개 수분 증거 발견 9900만년 전 호박 속에 딱정벌레와 꽃가루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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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상당 부분은 속씨식물(angiosperms)로부터 나온다. 속씨식물이란 생식기관으로 꽃과 열매를 가지고 있는 종자식물 가운데 밑씨가 씨방 안에 들어있는 식물을 말한다.

속씨식물의 90% 이상은 번식을 위해 곤충을 매개로 한 꽃가루받이(受粉, pollination)가 필요하다. 향기를 좇아 혹은 꿀을 먹으러 꽃 속으로 들어온 곤충이 몸체에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제 꽃이나 혹은 다른 꽃의 암술머리에 붙임으로써 수정이 된다.

이 곤충 매개 수분이 언제 시작되었는가는 과학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그러다  최근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9900만 년 전의 백악기 호박(Cretaceous Burmese amber) 속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 매개 수분의 증거를 발견했다.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 및 고생물학 연구소(NIGPAS) 왕 보(WANG Bo) 교수가 이끈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1일 자에 발표됐다.

백악기 ‘재주넘기 꽃 딱정벌레’와 삼구형 속씨 식물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CREDIT: Image by NIGPAS
백악기 ‘재주넘기 꽃 딱정벌레’와 삼구형 속씨 식물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Image by NIGPAS

‘가공할 미스터리’ 해결

현화식물(flowering plants)로도 알려진 속씨식물은 중생대 때 나타나, 현재 육상 식물 가운데 가장 다양한 약 30만 종이 번성하고 있다.

속씨식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꽃이 핀다는 점이다. 꽃 안에서 자체 수분을 하기도 하지만 곤충과 동물, 바람과 물을 이용해 다른 꽃들과 수분을 함으로써 유전자 흐름을 향상시키고 다양성을 높인다.

속씨식물은 약 1억 년 전을 전후한 중기-백악기에 급속히 퍼져 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찰스 다윈은 이를 ‘가공할 미스터리(abominable mystery)’라고 일컬었다.

다윈 시대 이래 많은 학자들은 이 시기에 이르러 곤충과 현화식물들이 보편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곤충 매개 수분이 백악기의 속씨식물 확산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백악기의 곤충-속씨식물 수분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관련 이론만 가설로 내려왔다.

호박 속에 보존된 백악기 ‘재주넘기 꽃 딱정벌레’ CREDIT: Image by NIGPAS
호박 속에 보존된 백악기 ‘재주넘기 꽃 딱정벌레’ ⓒ Image by NIGPAS

호박 속 딱정벌레, 다리 크고 더 발달돼

연구팀은 9900만 년 전 중기-백악기 때의 버마산 호박을 연구하다 호박 속에 갇힌 딱정벌레(beetle)가 수분을 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백악기 곤충-속씨식물 간 상호작용가설을 확인하는 한편 최초의 충매(虫媒) 증거를 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호박 샘플 속에 있는 딱정벌레 표본은 모르델리데(Mordellidae) 과의 새로운 종으로, 안지모르델라 부르미티나(Angimordella burmitina)라 명명했다.

현존하는 모르델리데과 딱정벌레는 전형적으로 꽃을 찾아다니는 그룹이다. 일반적으로 몸체 뒷부분이 길쭉하고 포식자를 만나 탈출할 때는 몸체가 튀어 오르는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재주넘기 꽃 딱정벌레(tumbling flower beetles)’란 이름이 붙었다.

이번에 발견된 A.부르미티나 종은 몸체 뒷부분이 잘 발달되지 않고 대신 크고 매우 잘 발달된 뒷다리를 가지고 있어 현존하는 딱정벌레 종들과 구별된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A.부르미티나가 다른 종들과 달리 식물이나 꽃부리 사이를 뛰거나 날아다니는 상이한 운동 메커니즘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부르미티나의 입 부위는 꽃가루를 모으기 위해 고도로 진화되었고, 입 근처의 다리 같은 구조물인 위턱 수염 부분이 확대돼 있었다.

딱정벌레 몸체에 붙어있는 꽃가루 알갱이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CREDIT: Image by NIGPAS
딱정벌레 몸체에 붙어있는 꽃가루 알갱이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 Image by NIGPAS

곤충 수분 역사 5000만 년 더 연장

호박 속 A.부르미티나 몸체와 그 근처에는 수많은 꽃가루 알갱이들도 보존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 꽃가루들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호박 표본을 정밀하게 갈고닦은 다음 공초점 레이저 주사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광학 현미경 사진 촬영을 했다.

연구 결과 이 꽃가루 알갱이들은 삼구형(tricolpate) 속씨식물의 것으로 확인됐다. 즉, 세 개의 발아구를 가지고 있고, 진정쌍떡잎식물(eudicots)로 알려진 현화식물에서 나온 것이었다.

꽃가루의 질감과 크기 및 군집은 또한 딱정벌레 같은 동물들이 선택하기 좋은 동물 매개형이었다.

연구팀은 곤충학적 증거와 화분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이 호박 표본이 딱정벌레-속씨 식물 화분 양식을 증명해 주며, 이 같은 특정 곤충 수분 양식이 적어도 9900만 년 전 진정쌍떡잎식물에 존재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믿고 있다.

이전에 발견된 곤충 수분의 증거는 4500만~4800만년 전 신생대 제3기 시신세(Eocene) 중기 때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현화식물 곤충 수분의 역사를 5000만 년 정도 더 연장하는 한편, 그 같은 식물과 곤충 간 상호 관계가 적어도 9900만 년 전에 존재했었음을 제시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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