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사는 세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최신 연구 결과가 종종 과학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장에 사는 세균인 장내 세균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자주 볼 수 있다.
세균이 유리처럼 투명한 모습이고 크기가 먼지보다 10배 작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에는 100조 개가 넘는 세균이 살고 있다. 우리 몸 전체 세포 수 약 60조 개보다 훨씬 많은 수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세포들과 세균들이 공생하는 하나의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세균은 소화 기관에 가장 많다
세균은 일반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주위 환경으로부터 얻는다. 그래서 세균들은 주로 우리 몸의 영양분이 많은 곳에 몰려 있는데, 음식물 찌꺼기나 소화가 안 된 음식이 머무르는 소화 기관에 가장 많다. 소화 기관에는 1000종이나 되는 세균이 약 100조 개나 살고 있고, 그 무게만도 1.5㎏에 이른다.
소화 기관 중 하나인 위는 강한 산성의 위산이 분비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의 위에는 세균이 살기 어렵다. 하지만 위에는 위염, 위궤양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가 있다. 이 세균은 암모니아를 만들어내 위산을 중화시키며 살아간다.
소장 윗부분에는 세균이 많지 않지만 소장의 아랫부분으로 내려갈수록 세균 수는 급격히 증가한다. 대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세균이 살고 있으며, 그 종류도 가장 많다. 대변에서 수분을 빼면 40%가 장내 세균이다.
장내 세균들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첫째, 장내 세균은 음식물 찌꺼기를 소화시켜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원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다당류 등을 분해하여 소화를 돕고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만든다.
그리고 장내 세균들이 만들어내는 산 때문에 장 내부가 병원균이 살기 어려운 약산성 환경을 유지한다. 또한 장내 세균들은 몸의 면역계를 자극하여 항체의 근원이 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작용도 한다. 이 밖에도 장내 세균이 비만, 천식, 당뇨병, 아토피 등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피부에 사는 세균이 병원균을 막는다
우리 몸의 피부에도 많은 세균들이 살고 있다. 세균들은 땀이나 피지, 각질을 영양분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땀과 피지의 분비가 많은 얼굴이나 겨드랑이 밑, 그리고 각질이 많은 발바닥에 많이 모여 산다. 얼굴, 겨드랑이 밑, 발바닥에는 1㎠당 1000~100만 개의 세균이 있다.
피부는 언제나 바깥 환경에 노출되어 외부에서 오는 다양한 병원균들과 접촉하는데, 피부의 세균들이 이 병원균을 막는 역할을 한다.
피부의 세균들은 유기산을 만들고, 이 산이 피부의 표면을 약산성으로 만들어 병원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피부의 세균들이 병원균의 영양분이 되는 땀과 피지, 각질 등을 미리 먹어치우기 때문에 병원균의 번식을 막는다. 또한 피부에 사는 포도상 구균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 포도상 구균을 죽이는 항균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우리 몸 다양한 곳에서 사는 세균들
입에도 많은 세균들이 살고 있다. 침 1㎖에는 1억~10억 개의 세균이 있고, 치아 표면에 있는 세균막인 치태에는 더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이러한 세균이 만들어 낸 산 때문에 치아 표면의 에나멜질이 녹아서 충치가 생긴다.
요도에는 대장균이나 유산균이 살고 있는데, 소변 1㎖에는 보통 1000개 이하의 균이 발견된다. 여성의 질에는 글리코겐을 분해해 산을 만드는 유산균이 살고 있는데, 이 유산균이 만드는 산 때문에 질 안은 산성을 유지하여 다른 병원균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반면에 건강한 사람의 폐나 신장, 심장, 방광, 뇌 등의 장기에는 세균이 없고, 뼈나 근육 등의 조직이나 혈액이나 분비 전의 침과 같은 체액에도 세균이 없다.
또한 엄마 뱃속의 아기에게도 세균이 없다. 그런데 아기는 태어나면서 산도를 통해 엄마 몸에 있던 세균들이 아기에게 옮겨가고, 엄마의 모유 수유를 통해서도 장내 세균들이 전해진다. 결국 엄마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몸에 세균들까지 아기에게 전해 주는 셈이다.
- 윤상석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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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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