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블랙 리버(Black River) 강가에는 매우 오래된 미국 낙우송이 살고 있다.
‘Bald Cypress’라고 하는데 40~45m까지 하늘을 향해 솟구치듯이 뻗어나가는 상록 침엽수로 따뜻하고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고 있는 수명이 매우 긴 나무다. 학명은 탁소디움 디스티쿰(Taxodium distichum).
그동안 과학자들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블랙 리버(Black River) 늪지에 이들 낙우송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나이테를 연구해왔다. 그리고 최근 이들 나무들이 최소한 1000년에서 2000년 이상 살아온 오래된 나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늪지 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또한 이들 미국 낙우송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이 2624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커뮤니케이션즈(Environmental Research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의 낙우송이 살고 있지만 늪지에 살고 있는 낙우송이 장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수령 2000년이 넘는 낙우송이 블랙 리버 늪지에 다수 살고 있어 향후 늪지 나무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연구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발표한 논문 제목은 ‘Longevity, climate sensitivity, and conservation status of wetland trees at Black River, North Carolina’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아칸소주립대학의 과학자인 데이비드 스테일(David W. Stahle) 교수는 논문을 통해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radiocarbon dating)에 준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연륜연대학이란 나무 등의 나이테(연륜)를 가지고 과거 사실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1901년 미국의 천문학자 A. E. 더글러스(Andrew Ellicott Douglass)에 의해 사용된 이후 과거 기후 상황을 추적하기 위해 널리 사용돼왔다.
스테일 교수는 이 연륜연대학에 고고학자들이 사용하는 방사성연대측정법을 함께 적용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무와 기후 역사 새롭게 써 나가
이번에 측정된 2624년의 나이는 기독교의 탄생, 로마 시대를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남유럽에서 청동기 문화가 출현하기 100여 년 전 신석기 시대 동굴 문화가 지속되던 시기로 늪지 속에 살면서 이런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도 생존하고 있다는 데 대해 과학계와 고고학계는 물론 세계가 크게 놀라고 있다.
날씨가 따뜻한 봄과 여름에 물이 충분히 공급되면 나무의 줄기에서 세포의 부피가 늘어나 색이 연해지고,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고 강우량이 줄어드는 가을부터는 성장 속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로 인해 세포의 부피가 작아지면서 세포조직이 치밀해지고 색이 검어진다. 이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나이테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나이테의 변화를 분석해 나무의 수령을 측정하는 것과 함께 과거 계절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추적해왔다.
스테일 교수는 “이번 나이테 분석 결과를 통해 늪지에 있는 이들 미국 낙우송들이 적어도 1000년 이상 2000년이 넘는 오랜 삶을 이어오면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폭우와 홍수가 이어질 때마다 나이테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흔적이 발견됐다”며, “연구 결과를 통해 과거 기후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고 전했다.
연구를 지켜본 아리조나 대학의 데이브 메코(Dave Meko) 교수는 “이들 늪지 낙우송처럼 민감하게 과거 기후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나무를 본 적이 없다”며, “분석 결과를 통해 지난 2000년 동안의 기후 상황을 명확히 재편집할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표명했다.
수령 2624년의 미국 낙우송이 새로 발견되면서 그동안 과학자들이 기록해온 오래된 나무 역사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화이트 마운틴에 살고 있는 브리스콘 소나무(Bristlecone pine)로 5066살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해발 800~3000m 지역에 생존하고 있는 향나무(Juniperus occidentalis), 노송나무과의 세쿼이아 덴드론(Sequoiadendron giganteum), 그리고 또 다른 사이프러스의 일종인 피츠로야 쿠프레쏘이데스(Fitzroya cupressoides)가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블랙 리버에서 발견한 수령 2624년의 낙엽송이 지구에서 생존하고 있는 유성생식 나무 중 다섯 번째로 오래된 종(種)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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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5-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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