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약이 제시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과연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해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는 배출량 감축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답한 바 있다.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매년 수십억 톤씩 포집해서 어딘가에 가둬야 비로소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WRI는 그러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가둬둘 수 있는 대상으로 사람이 만든 설비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연물을 예로 들었다.
사람이 만든 설비에는 바이오에너지탄소포집저장(BECCS), 직접대기포획저장(DACS) 같은 포집 시스템이 포함된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포집 문제 해결사로는 ‘해저(海底) 지역’ 및 ‘바이오차(biochar)’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 바이오차의 경우는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자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길 만큼 큰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바이오차 팰릿(pellet)을 활용한 탄소 격리 기술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가 분해되어 생기는 숯의 일종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다. 목재나 식물의 잔재물이 200∼800℃도에서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로 열분해되어 생성된 일종의 숯이다.
다만 보통의 숯과 다른 점이 있다면 1000℃ 이상의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무기물인 숯과 달리, 바이오차는 유기물과 숯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해가 잘 되지 않는 물성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토양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오차의 기능은 크게 5가지로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생산 △토양개선 △폐기물관리 △환경오염 저감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대응 기능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바이오차가 포집하여 토양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보다 기후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배출량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생산도 산업계가 주목하는 기능이다. 바이오매스가 열분해되어 바이오차가 만들어질 때 생성되는 바이오오일과 바이오가스는 수송용 연료로 활용되는 등 고부가가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토양개선은 바이오차의 장점이 가장 극대화 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토양에 첨가하면 pH가 증가하고, 수분 유지 능력이 향상되며, 미생물의 주거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농작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바이오차는 비료 대체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바탕으로, 바이오차는 최근 5년간 세계적인 학술지에 1200여건 이상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소재가 됐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땅이 비료 성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인정돼, 자연이 만든 미래의 친환경 소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돈분 퇴비에 바이오차를 섞어 팰릿형 비료로 제조
이번에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술은 돈분 퇴비에 바이오차를 8대 2로 섞어 팰릿(pellet) 형태로 만든 것이다. 팰릿은 압축 형태로 가공한 원기둥 모양의 소형 조각이다
연구진이 ‘양분 용출 모델’을 사용하여 바이오차 적정 혼합비를 연구한 결과, 돈분을 팰릿으로 만들 경우 ‘수계 부영양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암모늄태 질소와 인의 용출량이 각각 19%와 49% 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작물의 병충해 저항성을 돕는 규산의 함량은 62%나 증가했다.
여기서 양분 용출 모델이란 바이오차 팰릿에서 작물 생육에 필요한 질소와 인산 같은 양분이 녹아 나오는 양을 예측한 수식을 말한다. 수계 부영양화란 호수나 저수지 등에 질소와 인의 농도가 과하게 되면 조류가 급속히 자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차 팰릿형 비료는 경작하고자 하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질소 사용량의 40%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바이오차 비료로 작물을 재배하면 수확량 변동은 없으면서도 더 많은 이산화탄소 등을 격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바이오차 팰릿 비료 개발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한 기후변화생태과의 신중두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총 배출량의 3% 정도로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그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 테스트 결과 바이오차 팰릿 비료로 작물을 재배하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 등을 격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수치상으로 설명해 달라
벼 재배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벼를 키우는 논에 바이오차 팰릿을 ha 당 2500kg 투입했는데, 그 결과 대조군과 비교하여 2.3배나 많은 이산화탄소 격리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 기술 보호와 상용화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바이오차를 활용한 팰릿 비료 제조기술은 지난 11월 국제 학술지인 응용과학회지(Applied Sciences)에 게재되어 학문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특허 등록했으며, 내년부터 산업체에 기술 이전해 실용화할 계획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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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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