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를 구성하고 있는 염색사(chromonema, 染色絲)는 실타래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 염색사는 핵산으로 구성돼 있고, 이 핵산은 DNA와 RNA로 구성돼 있다.
DNA 안에 염기서열이 있어 이 서열(유전정보)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생성된다. RNA도 DNA 유전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직접 단백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RNA가 이상고온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6일 미국 과학논문소개사이트인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는 지구온난화로 벼 등 식물 RNA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상고온으로 벼 RNA에 스트레스 증가
그동안 벼의 생육활동을 관찰해온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벼 RNA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DNA와 RNA가 협력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DNA 유전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하는 mRNA(messenger RNA)의 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 리보솜(ribosome)이란 R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로 세포질 속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라 아스만(Sarah M. Assmann, 생물학) 교수는 “기온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 RNA가 뜨거운 열을 소화해내지 못해 스스로 개체 수를 줄이는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6일자에 게재됐다.
미 국립과학원(NAS)이 진행하고 있는 ‘식물게놈 프로젝트(Plant Genome Research Program)’의 일환인 이번 연구는 이상고온, 가뭄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농작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아스만 교수는 “쌀은 지구 인구 중 절반이 먹는 중요한 식량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그런데 최근 이상고온으로 인해 생육 활동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해서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벼가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다양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품종 개발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전자 조절로 가뭄 견디는 신품종 개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벼의 RNA가 고온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1만4000여 개의 RNA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두 그룹의 벼를 대상으로 비교 실험을 실시했다. 발아한 지 2주된 벼들을 대상으로 한 그룹은 섭씨 42.2도에, 한 그룹은 섭씨 22.2도에 10분간 노출시켰다. 그리고 두 그룹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분석했다.
10분간의 짧은 시간에 노출시킨 것은 RNA 특성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필립 베빌락쿠아(Philip Bevilacqua) 교수는 “느리게 진행되는 단백질 생성과정과는 달리 RNA 활동은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RNA가 DNA처럼 두 가닥으로 되어 있지 않고 한 가닥으로 복잡하게 접혀 있다. 때문에 한 가닥의 핵산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그 미세한 변화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매우 짧은 시간을 기준으로 한 정밀 분석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된 벼 RNA가 정상적인 기온 하에 있는 벼보다 활동이 느려지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mRNA(messenger RNA)의 풀림(unfolding) 현상이 고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이 같은 풀림 현상과 RNA 수의 감소 현상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베빌락쿠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향후 예상되는 이상기온과 가뭄에 대처할 벼 품종 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RNA의 염기서열에 변화를 줄 경우 높은 온도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벼 품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를 이끈 자오 수(Zhao Su)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는 향후 유전자 조절(gene regulation) 연구에 큰 희망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조절이란 유전자 발현에서 전사와 번역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연구 과정에서 mRNA의 전사를 통해 특정한 유형의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 교수와 베밀락쿠아 교수에 의하면 RNA에 대한 정밀분석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과 가뭄으로 세계 전역에서 농작물 경작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반도 역시 이상고온으로 벼는 물론 수많은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 결과는 유전체 차원에서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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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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