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은하를 처음 발견해 기존 우주론을 뒤집을 수도 있는 증거를 확보한 천문대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목성보다 5배나 큰 ‘물구름’으로 구성된 갈색왜성과 128억 년 전의 블랙홀 천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바로 ‘제미니천문대(Gemini Observatory)’의 화려한 이력이다.
제미니천문대는 서로 다른 지역에 세워진 두 대의 천체망원경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북부의 망원경은 하와이에, 남부의 망원경은 칠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천문대를 운영하는 것은 다국적 컨소시엄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7개국이 모인 AURA(Association of Universities for Research in Astronomy)다.
그런데 최근 제미니천문대가 한국천문연구원(KASI)과 협약을 맺고 천문대를 운영하는 참여국의 하나로 대한민국을 선정해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천문연구 도약의 획기적 계기
천체망원경은 우주를 관측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장비다. 관측 능력을 높이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광학망원경의 크기라 할 수 있다.
망원경은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관측 가능한 천체의 종류 및 연구범위도 따라서 커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광학망원경 중 최대 크기는 보현산천문대가 보유하고 있는 1.8m급 망원경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제미니천문대가 보유하고 있는 망원경은 직경이 8.1m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이기 때문에 태양외계 물질, 블랙홀, 소행성 기원 등을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관계자는 “해외 천문대의 망원경들을 제한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주도적인 운영국으로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히며 “우리나라 천문연구가 도약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미니천문대는 북반구와 남반구에 각각 대형망원경을 1기씩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북반구에서 관측 가능한 안드로메다은하와 남반구에서 관측 가능한 우리은하의 중심부 등 다양한 천체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천문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1년 단위 계약의 제한적 조건 하에서만 제미니천문대를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내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매년 약 25일의 관측일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관측시간 배분이나 연구주제 선정 등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원호 거대공공연구정책국장은 “천문분야의 획기적 발견을 이끄는 첨단 대형망원경은 비용 및 입지 등의 문제로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공동운영 기회를 통해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향후 거대망원경 국제 공동운영을 위한 노하우가 축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유명 천문대와의 협약은 해당국의 천문 연구 방향과 같아야
한국천문연구원은 제미니천문대와 맺은 협약을 계기로 대형망원경 활용에 대한 국내 대학 및 연구소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수요를 반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천문분야의 다양한 공동연구 기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는 오는 2024년부터 우리나라가 공동운영하게 되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차세대망원경으로 불리고 있는 GMT는 지름이 무려 25.4m여서 130억 광년에 위치한 천체까지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블망원경의 관측 거리가 100억 광년인 것을 고려할 때, GMT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30억 년 이상을 더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GMT 역시 천문대가 많기로 유명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주변에 있는 산 정상에 건설되고 있다. 이곳에 천체망원경이 많이 설치되는 이유는 북반구보다 남반구가 우주를 관측하는데 유리하고, 주변에 빛이 없는 오지인데다 습도가 낮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번 제미니천문대와 맺은 협약 실무를 담당한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이재준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협약의 의미를 간단히 정의해 달라
국내는 보현산천문대에 설치돼 있는 1.8m 구경의 망원경이 광학망원경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런데 이보다 4배가 넘는 구경의 광학망원경을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내 천문연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 제미니천문대의 광학망원경보다 더 큰 망원경이 몇 개 더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왕이면 더 큰 망원경을 보유한 천문대에 참여하지 어째서 제미니천문대 운영에 참가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관측 주제가 천문대별로 다 달라서다. 해당 천문대의 관측 시간을 확보한다는 뜻은 국내 천문학계의 관측 대상과 해당 천문대의 관측 주제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문대라고 해서 우주의 모든 것을 관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제가 맞아야 천문대와 계약을 맺고 관측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 제미니천문대처럼 우리나라가 운영에 참가하고 있는 망원경이 또 있는지?
관측 방식은 다르지만 칠레에 위치한 알마(ALMA) 망원경 운영에도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제미니천문대의 망원경은 광학 방식인 반면에 알마 망원경은 거대 전파 망원경이라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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