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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7-03

전기 자극, 폭력 범죄 예방 전전두엽 부위 자극해 폭력 성향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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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의 뇌에 전류를 보내 폭행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싱가포르 난양기술대(NTU) 공동연구팀은 일정 시간 뇌 특정부위에 ‘전기적 뇌자극(electrical brain stimulation)’을 줄 경우 도덕적 이해를 일깨워 폭행 범죄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동연구팀은 그동안 특정인을 통해 이유 없이 폭력을 행하는 원인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라 불리는 뇌 부위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이 부위에 대한 뇌 자극을 통해 폭력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뇌 특정부위에 전기 자극을 줄 경우 도덕성을 일깨워 폭력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University of Bordeaux
뇌 전전두엽이라는 특정부위에 전기 자극을 줄 경우 도덕성을 일깨워 폭력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University of Bordeaux

뇌 자극으로 성폭력 성향 70% 줄어

먼저 89명의 자발적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구타와 성폭력 내용이 담긴 두 편의 가상 시나리오를 읽게 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크리스란 남자가 병을 들어 자신의 걸프렌드를 희롱하는 조라는 남자 머리를 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한 밤중 데이트를 하고 있던 남녀 사이에 급작스럽게 데이트 폭력(강간)이 발생하는 내용이다.

시나리오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주인공처럼 행동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이어 참가팀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을 대상으로 전전두엽에 전기 자극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 후 이전 답변과 비교해보았다.

분석 결과 전기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의 구타와 성폭력 의도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각각 47%, 7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전기적 뇌자극’이  폭력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NTU의 심리학자 올리비아 초이(Olivia Choy) 교수는 “오랜 기간 동안 뇌과학자들은 전전두엽의 손상과 반사회적 폭력행위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고 추측해왔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증명하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교수는 “연구팀이 전전두엽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경두개의 직류자극(tDCS)이란 방식으로 2 밀리암페어의 전류로 실험 참가자의 전전두엽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전류를 통해 사람들의 폭력 성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들을 얼마나 도덕적으로 변화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2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Stimulation of the Prefrontal Cortex Reduces Intentions to Commit Aggression: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ratified, Parallel-Group Trial’ 이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폭력 성향 증가해”

그동안 의료계는 마비된 근육을 풀어주거나, 척추 손상, 배뇨 장애, 호흡 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기자극을 활용해왔다. 뇌졸중 후유증, 심부정맥 혈전증 등 다른 질환에도 이 방식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정신 영역에도 이 전기자극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DARPA)은 지난 2014년부터 뇌에 심은 작은 칩에 전기 자극을 주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치료법을 찾기 시작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가 있는 중이다.

뇌의 특정 부위에 일정한 전기자극을 주어 만성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성과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펜실베이니아대·NTU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기적 뇌 자극’을 통해 뇌 신경의 결함을 보완해 폭력 등의 범죄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아드리안 레인( Adrian Raine) 교수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범죄자의 재범률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를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쁜 이웃, 가난, 차별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생각지 못했던 생물학적인 이유가 인간 뇌에 존재하고 있음을 최근 과학이 밝혀내고 있다.”며, “최근의 새로운 시도가 폭력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이 기술을 실제 범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퀸 메리 대학의 tDCS 전문가인 심리학자 카롤리네 디 베르나르디 루프트(Caroline Di Bernardi Luft)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범죄를 타깃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인과 달리 범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전기적 뇌자극’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범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세밀하고, 정교한 추가 실험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루프트 교수는 “뇌 자극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전 연구 결과에서 긍정적인 의도의 전기자극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연구에 참여한 초이 교수 역시 다른 과학자들의 논평에 동의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단 기간의 결과”라며, “폭력 범죄 현장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범죄 현장에서의 더 구체적인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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