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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5-23

환각… 비밀의 문이 열리고 있다 과학자들, 환각제 LSD 활용한 의식 구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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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스위스의 화학자 알버트 호프만(Albert Hofmann) 박사는 분만촉진제를 개발하기 위해 맥각균에서 추출한 25번째 활성화합물 LSD를 실험하고 있었다. 목적은 부작용없는 혈액순환제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 LSD는 효능을 발휘하지 못햇다. 실망한 그는 근 5년간 LSD를 방치했다. 그리고 1943년 4월16일 다른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재합성을 시도했다. 그리고 실수로 이 물질을 극소량 흡입하게 된다.

효력이 대단했다. 실험이 끝난 후 그는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소파에 쓰러져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눈을 감은 채 꿈꾸는 것 같은 상태에서 환상적인 그림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을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환각의 세계가 LSD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환각 작용 역시 의식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Wikipedia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환각의 세계가 LSD 연구 등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환각 작용 역시 의식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Wikipedia

LSD, 마약으로 규정돼 연구 중단

이 그림들은 강력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색상들로 갖가지 특이한 형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사는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나타난 이들 신기한 이미지들을 통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현실에서 보기 힘든 갖가지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호프만이 다니던 회사인 제약회사 산도즈는 LSD를 정신질환 치료제로 등록했다.

특허를 받은 이 약물은 1950~1960년대 기적의 신약으로 통했다. 유럽을 물론 미국 등 세계 각지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보고서를 보고 LSD가 뇌 연구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엉뚱한 상황이 전개됐다. 젊은이들이 LSD를 대거 복용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베트남 전쟁과 함께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히피(hippie) 문화 중심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특허 만료 시기인 1963년 LSD를 실로시빈(psilocybin)과 함께 마약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한다.

과학계에서는 LSD 추가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이 일체 중단된다.

그러나 이미 히피와 반문화주의자들, 락 음악가, 심지어 문학, 영화 등 예술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 자연찬미주의자들인 히피는 LSD를 크게 환영했다.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등을 추구하고 있던 이들은 자연으로 귀의하는 과정에서 환각유발제를 대거 복용하고 있었다.

사회학자들은 이 시대를 사이키델릭 시대(psychedelic era)라고 부른다. 환각제를 복용한 뒤에 생기는 도취 상태를 재현하면서 새롭게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로 1960~1970년대로 이어지는 사이키델릭 열풍은 대단했다. 대중음악은 물론 회화, 조각에 이르기까지 사이키델릭이란 용어가 따라다닐 정도였다.

뇌 속의 환각작용 메커니즘 규명

23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과학저술가인 캘리포니아대의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 교수는 자신이 1960년대에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의 손을 잡고 히피들의 축제였던 우드스톡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사이키델릭 열풍이 가라앉았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의 과학자들은 LSD 등을 통해 환각에 대한 연구를 조심스럽게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이 발표된다.

환각을 통해 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알코올 중독자, 불치병 환자나 중환자 등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서들이 등장한다. 마이클 폴란 교수는 최근 출간한 ‘How to Change Your Mind’를 통해 환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는 ‘정부가 사회적 통제를 위해 LSD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는 히피들의 주장이 그들만의 상투적인 언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LSD를 통해 싸움을 일으키는 사례를 볼 수 없다는 것. 오히려 협력 관계를 조성하며 정신적인 안정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LSD를 개발한 호프만 박사가 거듭해온 발언이다. 1971년 은퇴한 그는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면서 LSD를 ‘영혼의 치료제(Medicine of Soul)’라며 옹호했다. 문제는 이 약물을 경험한 사람들의 정신상태다.

LSD를 경험한 사람들은 두 가지 성향을 보이고 있다. 신의 상태를 체험했다는 부류가 있는 반면, 자신의 존재가 곧 사랑(love)이라는 말을 하는 등 극단적이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경험을 구술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세상에서 보지 못한 ‘물의 궁전(arc of water)’을, 어떤 사람은 ‘수백만 개의 다이아몬드가 쏟아지는 폭포’를 말하고 있다. 호프만 박사는 “뇌에 어떤 환각작용이 발생해 이런 이미지를 보게 되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의식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심리학자들 간의 논란이 있었던 환각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실용주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년)는 ‘의식(noetic sense)’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모든 마음의 상태에는 육체적 활동이 반드시 관련돼 있다.”는 것.

마음 상태는 호흡, 혈액 순환, 근육의 긴장, 내부 장기 활동에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지금까지 많은 심리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LSD 등을 통한 환각상태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의문에 쌓여있던 몸과 의식과의 연관 관계를 규명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호프만 교수는 “최근 뇌과학을 통해 미지의 세계였던 마음 깊은 곳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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