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로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할 청년 과학자들의 고민도 깊기는 마찬가지다.
청년과학자들 설문조사, 열악한 현실 드러나
이에 과학의 달을 맞아 한국연구재단이 ‘청년과학자가 미래다’를 주제로 지난 26일 ‘2018 청년과학자 미래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 연구재단이 청년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4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응답한 청년과학자 수만 2329명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현재와 미래와 관련된 애로사항 및 고민’을 서술식으로 풀어쓰는 항목을 보면 생활비 부족, 고용불안, 잦은 야근, 수직적인 연구실 문화, 연구 외 행정업무 과다, 치열한 수도권 전문연구요원 경쟁, 장비의 낙후·부재, 진로 정보 부족, 출산·육아 등 청년과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나타났다.
게다가 현재 연간 소득 규모 항목을 보면 수입 없음이 2.7%, 500만원 미만이 10.8%, 500~1000만원이 17.3%, 1000~2000만원이 39.2%로 연 2000만 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청년과학자가 70%나 됐다. 2000~3000만원이 18.2%, 3000~5000만 원이 9.5%, 5000만원 이상이 2.3%로,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 수준과 비슷한 3000만 원 이상은 11.8%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청년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설문에 응답한 청년과학자들은 △장학금 및 인건비 지원 확대 △장기·인정적인 연구지원 확대 △연구외적인 행정업무 경감(행정전담인력 확충) △전문연구요원 확대 △해외연구자와의 교류 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이번 청년미래포럼에서는 청년과학자들의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좌장을 맡은 김상선 한양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쓰나미처럼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까지도 과학기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고, 미세먼지나 지진과 같은 재난도 과학자들이 해결하길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전제하면서 “미래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에 바로 청년과학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과학자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가슴뛰게 하는 연구에 몰두하라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필남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청년과학자들과 같이 박사과정이라는 프로세스 중에 있다가 6년 전에 교수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가장 고민이 됐던 것이 학생들에게 이 길을 추천해 줄만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과학이란 방법론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이 심장을 뛰게 한다면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고민하지 말고 연구에 몰두해서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과학의 발전에 작은 쉼표라도 찍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POST_DOC 김준회 박사는 “청년과학들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고 과학기술로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지만, 청년들은 솔직히 사는 것이 힘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에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면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이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은 우연한 기회에 성공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처럼 청년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포항공대 석박통합과정에 있는 최일용 청년과학자는 “현재 에너지환경연구를 하고 있고 그것이 쓰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을 위해 밤잠을 줄여가면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의 MIT연구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면서도 많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며 결론은 우리가 연구활동 이외에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원생으로 소득이 2000만원이 넘지 않는다고 해도 그 후 사회로 진출하면 수년 내로 그 격차가 극복될 수 있기 때문에 생계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면 대학원 시절에는 보상에 연연하지 말고 고통을 함께 분담하며 연구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선 교수도 “젊어서는 치열해야 한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어린아이도 엉덩방아를 7000번은 찧어야 걸을 수 있다”며 “치열하게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청년과학자들을 격려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4-2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