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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8-04-12

인간과 협업하는 ‘코봇’ 주목 지휘자, 요리사, 의사 보조로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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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탈리아 피사의 베르디 극장에서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에 나오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 울려 퍼졌다.

성악가도, 오케스트라단들도 지휘자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을 연주했다. 기존의 오페라 공연과 다른 점이라면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두 팔을 가진 로봇이라는 것이다.

협동로봇이 공장을 나왔다. 지난해 9월 12일 지휘자로 나선 ABB 양팔로봇 '유미'.
협동로봇이 공장을 나왔다. 지난해 9월 12일 지휘자로 나선 ABB 양팔로봇 '유미'. ⓒ ABB

7일 일본의 덮밥 전문점에서는 로봇이 주방 도우미로 등장했다. 이 로봇은 긴 팔을 이용해 세척된 식기를 카메라로 감지한 후 식기를 종류별로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이 로봇들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도록 만든 협동 로봇(Cobot)이다. 코봇은 주로 사람의 팔과 손을 모방해 만든 로봇으로 산업 현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로봇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협동로봇은 공장뿐 아니라 오페라 무대로, 식당으로, 수술 현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세상 나온 협동로봇    

오페라 지휘자로 활약한 로봇은 스위스 로봇기업 ABB가 제작한 양팔로봇 ‘유미(YuMi)’. 루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지휘자로 무대에 오른 이 로봇은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와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스위스 로봇기업 ABB가 제작한 양팔로봇 ‘유미(YuMi)는 지난해 9월 12일 루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다. ⓒ ABB
스위스 로봇기업 ABB가 제작한 양팔로봇 ‘유미(YuMi)는 지난해 9월 12일 루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다. ⓒ ABB

이날 공연은 첨단 공학과 예술의 접목이라는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좌석은 매진을 기록했다. ‘유미’는 푸치니와 마스카니의 오페라도 척척 지휘했다. 이 날 유미가 연주한 곳은 전체 18곡 중 총 3곡. 나머지 곡은 안드레아 콜롬비니가 이어 받아 지휘했다.

일본의 덮밥 체인점 요시노야에는 협동로봇 ‘코로(CORO)’가 있다. 코로는 식기 세척기에서 나온 그릇들을 종류별로 식별해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일본 벤처기업 라이프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코로는 팔 한개의 다관절 소형로봇이다. 팔이 최대 86.5cm까지 늘어나며 6개의 관절을 사용해 다양한 일을 해낸다.

협동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과 최대한 가까이 일을 하면서도 안전하다는 점이다. 코로 역시 사람이 근처에 오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센서로 감지해 동작을 멈춘다. 안전펜스 없이도 안전하게 사람과 협업이 가능하다.

라이프로보틱스가 개발한 협동로봇 코로. 덮밥전문점에서 주방 보조 업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 Life Robotics Inc. Official Channel
라이프로보틱스가 개발한 협동로봇 코로. 덮밥전문점에서 주방 보조 업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 Life Robotics Inc. Official Channel

최근 스마트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협동 로봇이 공장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왔다. 협동로봇은 사람들과 가깝게 함께 일하는 용도로 만들었다. 주로 ‘팔’만 있다. 물론 공장에서 일하는 산업 자동화 로봇은 많다. 그러나 기존 산업용 로봇은 거대하고 무거워 사람이 가까이 일하기 어렵다. 사람이 압축되거나 깔리는 등의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격도 비싸 중소기업에서는 구입하기도 어렵다. 협동로봇은 작고 가벼운 로봇부터 있기 때문에 가격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사람이 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지만 단순 반복적인 동작이 필요한 작업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업무를 도와줄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 탑재하고 사람과 같이 섬세한 동작 연출    

여기에 최근 협동로봇은 인공지능(AI)와 센서, 사물인터넷(IoT)을 더해 우리들의 실생활로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협동로봇의 조화는 식당에서 꽃을 피운다. 인간의 팔과 손 모양으로 인간을 닮은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지만 요리나 식기 세척 등 주방 일에 투입되는 것은 단순 로봇 프로그램으로는 힘든 일이다. 화기와 칼 등을 다루는 주방은 언제나 부상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가 개발한 협동로봇 플리피가 햄버거 패티를 굽고 있다.  ⓒ Miso Robotics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가 개발한 협동로봇 플리피가 햄버거 패티를 굽고 있다. ⓒ Miso Robotics

미국 햄버거 체인점 캘리버거(CaliBurger)에는 협동 로봇 ‘플리피’(Flippy)가 주방 보조로 근무한다.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가 개발한 플리피는 양념된 패티를 철판에 구워 또 다른 주방 직원에게 넘긴다. 플리피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으로 센서로 주변 사물을 인식한다. 센서는 사물의 모양을 토대로 온도와 구워진 정도, 앞면과 뒷면 등을 식별한다.

미소로보틱스 측은 머신러닝 학습을 통해 채소를 자르거나 음식을 접시에 담는 등의 정교한 동작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ABB 협동로봇 유미 또한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위해 인공지능 학습법을 활용했다. ‘유미’는 이틀 동안 지휘자의 연주법을 학습해 무대에 섰다. ‘유미’가 학습한 지휘 움직임은 루카 필하모니 상임지휘자 안드레아 콜롬비니를 모방한 결과였다.

이제까지 협동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조립과 용접 등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데 사용되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통신 등 첨단 ICT 기술이 결합되어 차세대 지능형 업무도 가능해진다.

이미 수술 현장에서는 의사의 움직임을 모방해 수술을 도와주는 로봇이 안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활 분야에서도 팔을 이용해 인간의 활동을 돕는 협동로봇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협동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100%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산업 현장이나 실생활에서의 협동로봇의 잠재적 시장 가치를 크게 보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는 산업용 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를 지난해 14조 6430억 원에서 오는 2022년 22조 9310억원 규모로 예측했다. 연 평균 8%의 높은 성장률이다. 협동로봇 시장은 연평균 68%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까지 협동로봇은 전체 산업용 로봇의 34%를 차지하는 등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8-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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