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는 모성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표시이다. 전세계의 어머니들은 ‘반짝 반짝 작은 별’이라든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마음에 드는 노래 혹은 임의의 자장가를 아기에게 들려준다. 이 보편성으로 인해 자장가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큰 창 역할을 한다.
인지 신경과학자들은 최근의 새로운 연구를 통해 자장가는 아기와 어머니의 마음을 동시에 달래주고,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일은 어린이의 주의를 끌어내는 한편 어머니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인지 신경과학회’(CNS) 제25차 학술대회에서 자장가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발표한 캐나다 토론토 미시소가대 로라 시렐리(Laura Cirelli) 교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음악의 함의는 매우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의 뇌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예측적인 방식으로 소리를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를 위해 뇌에서 많은 복잡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뇌에서의 음악 처리 이해가 과제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음악은 인간의 두뇌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뇌에서 음악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알면 과학자들은 사람이 일평생 경험하는 인지와 다중감각 통합 및 사회적 조정 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인지 신경과학자들은 최근의 기술적 진보, 예를 들면 휴대용 뇌파전위기록(EEG) 장치와 전기 생리학 계측 기구 등에 힘입어 어머니-자녀 간 상호작용에서부터 라이브 콘서트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음악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브 뮤직과 두뇌 리듬에 대한 새 연구의 공저자이자 이번 CNS 음악적 리듬 세션의 좌장을 맡고 있는 서온타리오대 제시카 그랜(Jessica Grahn) 교수는 “음악과 리듬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지만 다른 대부분의 생물 종들에서는 공유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리듬은 특히 신비하다”며, “우리는 ‘박자’(beat)에 민감해서 어릴 적부터 발을 가볍게 두드리거나 머리를 끄덕이는 등 안정된 기본 박동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트-추적’ 알고리듬은 인간이 다른 속도와 장르 및 악기들을 통해 박자를 느끼면서 보여주는 자동성과 유연성 같은 것들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기를 위한 음악
시렐리 교수가 예전 학부생으로 여름방학 동안 아기 돌보는 일을 할 때 두 살 된 아기가 미끄럼을 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일이 있었다. 다른 아기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와서는 줄을 서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다. 시렐리 교수는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연령인데도 복합적으로 사회적 이해를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그는 사회성은 어린 나이에 어떻게 발달하는가를 연구하게 되었고, 사회적 두뇌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사용하게 되었다.
자장가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서 시렐리 교수팀은 어머니가 자신의 목표 즉 아기를 달래줄 것인지 놀아줄 것인지에 따라 불러줄 노래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높은 의자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아기들에게 ‘반짝 반짝 작은별’을 되풀이해서 불렀다. 어머니들은 즐겁게 놀아주는 방식과 달래주는 방식을 번갈아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때 어머니와 아기들의 각성 반응을 추적하고 피부 부착 전도장치와 행동으로 이를 측정했다.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각성수준이 울라가고 평온하면 그 수치가 내려가게 된다.
음악의 사회성
연구팀은 어머니들의 각성수준이 달래는 노래를 부를 때보다 놀이 노래를 부를 때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노래를 부름에 따라 엄마와 아기 모두 각성수준이 조정,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놀이 상태에서 아기의 각성수준은 안정적이었고 어머니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감정 표현이 증가했다. 시렐리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다른 노래 스타일에 대한 엄마와 아기의 생리적 및 행동적 변화를 나타낸 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다른 사람과 함께 공연이나 관람 등 음악에 참여하는 일의 사회적 함의에 대한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현재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렐리 교수는 이전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동시적으로 움직일 때 사회적 연결을 느끼고 나중에 서로 돕고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렐리 교수팀은 유아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생소한 어른들과 튀어오르는 놀이를 한 14개월 된 어린이들은 리듬이 다르게 뛴 어른들에 비해 같은 리듬으로 뛴 어른들을 도와서 떨어진 물건을 훨씬 더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음악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도구이며, 이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
라이브 공연에서의 음악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가며 라이브 공연장으로 달려간다. 왜 그럴까? 이 질문이 온타리오대 그랜 교수와 몰리 헨리(Molly Henry) 박사의 연구를 이끌었다.
헨리 박사는 맥매스터대학의 라이브랩(LiveLab)을 사용해 라이브 공연 연주자들과 청중들이 어떻게 신경 수준에서 경험을 교환하는지를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특히 두뇌의 리듬 동기화에 주목했다.
라이브 밴드가 80명의 청중들 앞에서 연주토록 했고, 그중 20명의 뇌 활동을 EEG로 기록했다. 그런 다음 여기에서 측정된 뇌파를 다른 두 가지 조건에서의 뇌파 측정과 비교했다. 하나는 20명의 시청자가 라이브 콘서트와 동일한 오디오 조건을 갖춘 대형 스크린으로 그 콘서트의 실황녹화를 시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따로 앉아서 녹화된 음악 공연을 보도록 했다. 연구팀은 “청중의 상황은 고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공연자의 존재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공연자들이 현장에 있을 때 청중들의 뇌파가 서로 동기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욱이 뇌의 리듬이 다른 청중들과 더 잘 동기화된 사람들은 콘서트를 더욱 잘 즐기고 공연자들과 더 잘 연결됨을 느꼈다.
헨리 박사는 “라이브 공연에 참가한 모든 청중들은 두뇌 리듬이 음악의 ‘박자(beat)’에 해당하는 주파수 범위에서 정확하게 동기화된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며, “마치 박자가 청중의 뇌 리듬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 결과가 라이브 음악 청취의 맥락에서는 새로운 발견으로서 음악 듣기의 더 많은 사회적 측면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민감한 패턴 이용해 음악 치료 등에 활용 가능
헨리 박사는 음악 리듬 연구에서의 가장 큰 과제는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경험에 매우 많은 것들이 묶여있어 음악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감정을 이끌어내고 기억을 촉발시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영향들을 따로 떼어내려면 다른 수많은 연구들에 걸쳐있는 융합된 증거들을 결합할 수 있는 창조적인 자극과 실험적 디자인이 요구된다.
그랜 교수는 “우리는 리듬과 언어 능력, 주의력, 발달, 청력 심지어는 사회적 상호작용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모든 감정이나 하는 행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러나면서 이제 인간이 왜 어떤 유형의 패턴에 민감한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패턴을 이해하면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 대한 음악 주도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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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3-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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