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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8-21

스타 선수 분변에서 ‘보물’ 찾아 피로회복 돕는 장내 미생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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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운동선수들은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한편으론 몸 안 소화관에 서식하는 특별한 장내 미생물이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탁월한 달리기 선수와 조정 선수들의 장내 미생물을 탐색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정 박테리아를 식별해 냈다. 연구진은 이 사실에 착안해 프로 선수나 아마추어 체력단련자들이 힘든 운동에서 회복되거나, 더욱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활생균 보충제(probiotic supplements)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254차 미국 화학회(ACS) 전국대회 및 전시회에서 발표됐다.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대장에 서식하는 특정 대장균을 활용해 운동 후 회복력을 높이고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에너지화하는 생균 보충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Credit: Pixabay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대장에 서식하는 특정 대장균을 활용해 운동 후 회복력을 높이고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에너지화하는 생균 보충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Credit: Pixabay

마이클 조던의 생체 물질 추출해 제2의 조던 만들기’

연구자인 조너선 샤이먼(Jonathan Scheiman) 박사는 “처음 이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유전체학을 이용해 ‘제2의 마이클 조던’을 예측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그에 대해 조던의 생체 물질을 추출해 다른 사람에게 주입해서 그가 차세대 조던이 되도록 도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더 낫다는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장내 미생물은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작업을 하기에 좋은 대상이다. 하버드의대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 연구실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샤이먼은 “우리는 인간이라기보다 박테리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 장내에 있는 박테리아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및 섬유 등을 쉽게 분해해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 박테리아가 염증과 뇌신경기능에도 관여한다”고 말하고, 따라서 “지구력과 운동 회복력은 물론 심지어 정신력에까지도 이 미생물들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활생균(probiotics)이 대장에서 병원균에 대항하는 네 가지 유형. Credit: Wikimedia Commons / Rachelshoemaker
활생균(probiotics)이 대장에서 병원균에 대항하는 네 가지 유형. Credit: Wikimedia Commons / Rachelshoemaker

경기 전후 일주일 간 스타선수 분변 채취

연구팀은 운동 능력을 돕는 박테리아를 식별해 내기 위한 첫 단계로, 2015년 보스턴 마라톤을 준비하는 선수 20명을 대상으로 경기 일주일 전부터 일주일 후까지 매일 이들의 분변 샘플을 수집했다. 샤이먼 교수는 “2주 동안 매일 보스턴 주변을 돌며 분변 샘플을 모아 차의 아이스박스에 실었다”며, “우리는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운동 수행과 수행 후 회복 사이에서 장내 미생물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메타유전체 분석 방법으로 분변 샘플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분변 샘플에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들이 얼마나 서식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경기 전후의 샘플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 마라톤 경기 후 특정 유형의 박테리아 개체군이 급격히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샤이먼 박사는 “이 박테리아군들의 자연적 기능은 젖산을 분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렬한 운동을 하는 동안 우리 몸은 평소보다 많은 젖산을 생성해 근육 피로와 통증을 유발한다. 이 박테리아는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연구를 수행한 조너선 샤이먼  하버드의대 박사후 과정 연구원.
연구를 수행한 조너선 샤이먼
하버드의대 박사후 과정 연구원. Credit: Wyss Institute

회사 설립해 1년 후 새 활생균 공급 예정

연구팀은 분변 샘플에서 박테리아를 분리해 특성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실험실 실험에서 박테리아가 젖산을 분해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실험용 쥐의 소화시스템을 통해 배설된 뒤에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팀은 현재 젖산 분해와 피로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쥐에게 이 박테리아를 먹이고 있다.

또다른 일련의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울트라마라토너와, 훈련 중인 올림픽 조정선수들의 장내 박테리아 표본을 비교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비교 실험에서 울트라마라토너가 160Km를 달리는데 필수적인, 탄수화물과 섬유소를 분해할 수 있는 한 종류의 박테리아를 이들의 표본에서 발견했다. 조정선수들에게서 발견되지 않은 이 박테리아의 존재는 서로 다른 스포츠들이 그에 특화된 틈새 미생물을 육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샤이먼 박사는 올 가을 피트바이오믹스(Fitbiomics)라는 프로바이오틱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회사 설립 1년 후 시장에 새로운 활생균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품 개발과 아울러 다양한 엘리트 선수 층을 확보해 더 많은 미생물 데이터와 새로운 활생균 후보 종균 은행을 만들겠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들의 생리를 연구해 정보를 추출한 후 본인과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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