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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6-05

원숭이 얼굴기억력 매우 뛰어나 미간·헤어스타일 등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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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인식해왔다. 그러나 최근 뇌 과학 연구를 통해 원숭이가 사람의 얼굴 모습을 식별한 후 그 얼굴을 기억해낼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4일 ‘BB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도리스 사오(Doris Tsao) 교수 연구팀은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를 활용해 짧은꼬리원숭이(macaque monkeys)의 뇌가 이전에 보았던 사람의 얼굴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 기억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뇌 영역은 6개 부위였다. 이 부위들은 두정골하측두선(頭頂骨下側頭線) 피질로 알려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연구팀이 '얼굴 패치(face patches)'라고 명명한 곳이다.

원숭이의 사람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최근 뇌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사진은 뇌 기능을 분석한 짦은꼬리원숭이. ⓒWikipedia
원숭이의 사람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최근 뇌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사진은 뇌 기능을 분석한 짦은꼬리원숭이. ⓒWikipedia

얼굴 정보 관리하는 곳은 205개 뉴런    

이 부위가 발견된 것은 이전의 일이다. 뇌 과학자들은 이 특별한 신경세포(neuron)으로 구성된 이 부위에서 얼굴을 식별할 때 매우 강한 신호를 발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 부위를 ‘얼굴 세포(face cells)'라 불렀다.

사오 교수 연구팀은 이 '얼굴 세포'를 50개 영역으로 구분한 후 특징있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부위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으며 또 다시 그 사람을 보았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에 대해 면밀한 관찰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 약 205개의 뉴런들이 얼굴 모습과 관련, 다양한 정보들을 기억한 후 부호화하고 있었다. 연구팀이 이들 부호들을 합성했을 때 영상을 통해 선명한 얼굴 모습이 나타났으며, 짧은꼬리원숭이 얼굴 식별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숭이의 205개 뉴런이 식별해낸 사람 얼굴 모습. 왼쪽이 본래 얼굴 모습이고 오른쪽이 기억 속에 있는 모습이다. ⓒCaltech
원숭이의 205개 뉴런이 식별해낸 사람 얼굴 모습. 왼쪽이 본래 얼굴 모습이고 오른쪽이 기억 속에 있는 모습이다. ⓒCaltech

사오 교수는 “‘얼굴 패치’에서 발신하고 있는 정보(code)들이 복잡하지 않았으며, 이해하기가 매우 쉬웠다”고 말했다. “205개의 뉴런이 표현하고 있는 부호들을 나란히 배열해 기억 속에 있는 얼굴 모습을 영상화한 결과 실제 인물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뉴런이 표현하고 있는 부호들을 종합해 영상화할 수 있는 특수 알고리듬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106개의 세포들과 99개의 세포들이 각각 다른 얼굴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으며, 두 영상을 합성해 완벽한 얼굴 모습을 복원할 수 있었다.

사오 교수는 “사람들은 한 장의 얼굴 사진이 문학 작가를 통해 수천 개의 단어로 묘사될 수 있을 만큼 미묘하면서도 다양한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며 얼굴 표정 속에 매우 복잡하고 많은 정보가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얼굴 표정을 결정하는 요소는 205개에 불과했다”며 “원숭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200개 정도의 뉴런이면 갖가지 다양한 얼굴 정보들을 식별하고, 또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 복원, 거짓말 탐지기 등에 활용 가능    

사오 박사팀의 연구 논문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는 ‘셀(Cell)' 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과학자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공학적인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머신러닝(기계학습) 전문가 레자 자데(Reza Zadeh) 교수는 “뇌과학자들이 fMRI를 이용해 사상 최초로 원숭이 뇌의 얼굴표정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며 큰 놀라움을 표시했다.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 및 수리공학 연구소(Institute for Computational & Mathematical Engineering, ICME)에서 일하고 있는 자데 교수는 공학자 관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들여다보고 있다.

교수는 “원숭이들이 205개의 뉴런을 통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사람의 얼굴 특징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메커니즘을 활용할 경우 여러 가지 얼굴 정보들을 종합해 새로운 얼굴 모델을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원숭이처럼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얼굴, 또는 형상들을 재영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수사과정에서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지의 여부를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뇌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fMRI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머신러닝을 결합할 경우 영상을 이용한 거짓말 탐지기 등 유사한 기기들을 다수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기술을 범죄에 활용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다른 학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에 직접 참여한 스티프 창(Steve Le Chang)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얼굴은 물론 다양한 형상 정보들을 식별하고 기억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짧은꼬리원숭이는 물론 다른 원숭이들, 더 나아가 사람에게도 유사한 기억 메커니즘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또한 얼굴 모습을 통해 상호간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밝혀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인식론, 관념론 등을 통해 사람의 지적 능력을 연구하는 철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심리학, 특히 일반 대중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 광고·영화·마케팅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오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각각의 뉴런이 각각 특징적인 얼굴 모습을 고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기존 과학자들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이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각의 뉴런들은 각각 자신에게 주어진 특징적인 정보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오 교수팀 연구에서는 205개의 뉴런이 전혀 다른 새로운 정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오 교수는 “뉴런들이 얼굴 공간의 중심축을 따라 눈, 코, 입 등의 거리를 측정하며 얼굴 특징을 구분하고 있었다”며 기존 연구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6-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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