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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5-25

1만5천년 전 페루 문명 확인 수산과 농경 결합한 고도의 사회생활 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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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년 전의 페루 고대 문명 유적에서 정교한 바구니가 출토돼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이 고도의 사회 조직을 구성하고 살았음이 밝혀졌다. 학계에서 통상 약 1만년 전에 신석기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지역의 문화 발달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빠른 편에 속한다.

미국 플로리다 어틀랜틱 대학교(FAU) 하버 브랜치 해양학 연구소의 고고학자 제임스 아도바시오(James M. Adovasio) 교수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페루 연안의 후아카 프리에타(Huaca Prieta) 지역에서 발굴한 획기적인 결과물을 정리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근 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7년에서 2013년 사이 후아카 프리에타에서 손으로 짠 복잡하고 정교한 바구니를 비롯한 수십만 개의 공예품과 인조물을 발굴했다. 이 발굴 결과물들은 이 지역의 초기 거주자들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발전된 매우 복잡한 사회연계망을 구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페루는 알려져 있다시피 남미 최초이자 최대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 중 하나다.

발굴된 바구니 잔재물. 오늘날 현대식 바구니 제조사가 여전히 사용하고있는 이 지역산 갈대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더 정교한 바구니에는 면으로 만든 조각과 신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염료를 사용해 착색한 조각이 포함돼 있다. Credit: Florida Atlantic University's Harbor Branch Oceanographic Institute
발굴된 바구니 잔재물. 오늘날 현대식 바구니 제조사가 여전히 사용하고있는 이 지역산 갈대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더 정교한 바구니에는 면으로 만든 조각과 신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염료를 사용해 착색한 조각이 포함돼 있다. Credit: Florida Atlantic University's Harbor Branch Oceanographic Institute

태평양 연안 문화가 내륙보다 발전 빨라

수십 년 동안 페루를 탐험해온 고고학자들은 페루에서의 복잡한 사회 기원과 출현에 대해 논란을 벌여왔다. 이들의 문명이 농업에 의존하는 고지대에서 처음 발생했을까, 아니면 해산물을 기반으로 한 해안가에서 비롯됐을까 하는 점이 그것이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증거에 따르면 태평양 연안에서의 문화적 복잡성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도바시오 교수는 “후아카 프리에타에서 발견된 유물 더미에는 식량 관련 유적과 돌 도구 및 정교한 바구니와 직물 같은 문화적 특징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 문화 유물들은 이 지역 초기 거주자들의 발전 속도와, 이들이 육지와 바다의 자원을 채취해 사용한 기술 및 지식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저명 고고학자인 아도바시오 교수는 특히 바구니 세공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고대의 직물과 재료에 대한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Credit: Florida Atlantic University's Harbor 논문 공저자로 고대 섬유 재료 권위자인 제임스 아도바시오 교수가 발굴품을 살펴보고 있다.
Credit: Florida Atlantic University's Harbor 논문 공저자로 고대 섬유 재료 권위자인 제임스 아도바시오 교수가 발굴품을 살펴보고 있다. Credit: Florida Atlantic University's Harbor Branch Oceanographic Institute

수산과 농경 결합해 대규모 경제 잉여 창출”

발굴된 유물 가운데는 청어와 같은 깊은 바다 물고기를 잡는 도구도 있다. 이들이 사용한 다양한 낚시 바늘을 보면 당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낚시를 했고, 거친 바다를 헤쳐갈 수 있는 배를 사용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고대 사람들은 해안 자원을 이용하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을 개발하고 자원 수집을 위한 복잡한 기법을 고안해 냈다. 이와 함께 칠리 후추, 호박, 아보카도, 몇가지 의료 식물 같은 농작물을 재배하고 이를 해양 자원 채취와 결합시켜 대규모의 경제적 잉여를 산출했다.

아도바시오 교수는 “우리가 밝혀낸 이러한 일련의 사항들은 이 고대인들이 여러 유형의 식량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는 더욱 큰 사회 규모와 관료 조직, 고도로 조직화된 종교의 출현 등과 같은 많은 문명의 요소들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후아카 프리에타에서 발굴된 BC. 2500년 경의 면화 천 조각.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Credit : Wikimedia / Daderot
후아카 프리에타에서 발굴된 BC. 2500년 경의 면화 천 조각.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Credit : Wikimedia / Daderot

바구니의 특징으로 복잡한 사회상 유추

아드바시오 교수는 발굴 현장에서 찾아낸 바구니 잔재물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바구니들은 현대의 바구니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이 지역의 갈대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더욱 정교한 바구니에는 손으로 짠 면으로 만든 조각과 신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염료를 사용해 착색한 조각들이 포함돼 있다.

아드바시오 교수는 “이러한 복잡한 직물과 바구니를 만드는 작업은 표준화된 혹은 조직화된 공정이 있었으며, 이들 공예품들은 당시 실생활에 필요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굴된 많은 유물들과 마찬가지로, 바구니도 사회적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욕구뿐 아니라 더욱 세련된 사회를 나타내는 복잡성의 수준을 반영한다”며, “이 모든 것들은 초기 거주자들이 매우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었고, 화려한 발굴물들 모두 이 같은 사회상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페루 해양문명의 연원을 살펴볼 수 있는 후아카 프리에타 지구 위치. Credit : Wikimedia / Daderot
페루 해양문명의 연원을 살펴볼 수 있는 후아카 프리에타 지구 위치. Credit : Wikimedia / Daderot

발굴품은 페루 리마 박물관에 소장돼

후아카 프리에타는 2차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 고고학자인 고(故) 주니어스 버드(Junius B. Bird) 박사가 처음 발굴을 시도했다. 그가 모은 발굴품은 현재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의 발굴은 이 지역에서는 두 번째로 최첨단 고고학 기술을 사용했다. 완료할 때까지 약 6년이 걸렸고, 후아카 프리에타와 파레도네스 언덕 주위에 있는 32개의 발굴 장소와 32개의 시험 시공구, 80개의 지질학적 탐색공이 포함됐다. 여기서 발굴된 유물들은 현재 페루 리마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밴더빌트대의 인류학자인 톰 딜리헤이( Tom D. Dillehay) 교수가 주 연구자로 과학자팀을 이끌었고, 발굴 최종 보고서는 올 여름 텍서스대 출판부에서 펴낼 예정이다. 아도바시오와 딜리헤이 교수는 1년 안에 페루로 돌아가 아직 연구되지 않은 바구니 표본, 그 중에서도 신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초기 바구니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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