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로 유명한 ‘카카오’가 최근 투자 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생소한 업종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생소한 업종이란 수경재배의 일종인 ‘아쿠아포닉스’로서, 카카오는 이 친환경 농법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생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
ICT 분야의 절대 강자를 자처하는 카카오가 어째서 농업 분야의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을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실에 대해 카카오의 관계자는 “농업과 ICT가 접목된 스마트팜의 밝은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의 만남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는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를 의미하는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가 결합된 신조어다. 쉽게 말해 채소와 물고기를 하나의 물탱크에서 키우는 새로운 농법을 말한다.
영양분이 듬뿍 들어있는 물에서 채소를 키우는 방식인 수경재배와 비교할 때, 과정은 유사하지만 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수경재배가 영양분을 물에 첨가하여 채소를 키운다면,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성분이 가득한 물을 채소를 키우는데 활용한다.
물고기가 만들어낸 자연적 비료를 채소가 생장하는데 필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쿠아포닉스의 핵심이지만, 그렇다고 채소만 덕을 보는 것 아니다. 채소가 영양분을 흡수하게 되면 물속이 정화되기 때문에 어류는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그동안 물고기를 양식하는 어부들은 어류 배설물로 가득한 폐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몰라서 골머리를 앓았고, 반면에 수경재배업자들은 양분이 가득 함유된 물을 어떻게 조달해야할지를 놓고 고민해 왔다”라고 밝히며 “아쿠아포닉스야말로 이 둘이 필요로 하는 해답을 제공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물고기들이 자라는 물이 정말로 채소의 생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양식장의 물은 이로운 미생물들에 의해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 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의 배설물은 질소나 인 등을 배출하는데, 이들 물질은 헤테로트로픽 박테리아(heterotrophic bacteria)가 배설물이나 동물의 사체 등을 분해하여 암모니아 등 다른 복합물질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질화세균 박테리아(nitrifying bacteria)는 암모니아를 아질산염으로 변환시키고, 이를 다시 채소가 필요로 하는 질산염으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이처럼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에서는 헤테로트로픽 박테리아와 질화세균 박테리아가 수조 벽면이나, 부목의 아랫면에 달라붙거나 수중에 떠다니는 형태로 존재하면서 채소생장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낸다”라고 밝혔다.
아쿠아포닉스가 새로운 농법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전통농법이기도 하다. 논에서 물고기를 함께 키우거나, 연못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그 물을 농업에 이용했던 방법 등이 따지고 보면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농법이기 때문이다.
ICT 기술을 적용하여 농법의 새로운 가치 창출
일반적으로 아쿠아포닉스 농법은 △물탱크에서 물고기 양식 △미생물이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아질산을 질산염으로 전환 △탱크의 물속에 들어있는 영양분을 식물이 뿌리로 흡수 △식물의 영양분 흡수과정을 통해 물속이 정화 △정화된 물을 다시 물탱크로 순환과 같이 5단계로 나뉜다.
아무래도 수경재배보다 시스템이 훨씬 더 복잡한 만큼 아쿠아포닉스는 장비를 구성하거나, 조건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경재배는 물속의 영양분 제어에만 신경 쓰면 되지만,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의 먹이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물속 영양분의 농도도 최적의 상태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비로소 사업 추진이 가능한 만큼, 국내에서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그나마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만나씨이에이(Manna CEA)’라는 스타트업이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의 자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한 바로 그 회사다.
수경재배가 PH와 EC(전기전도도) 등을 활용하여 식물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반면에, 이 회사는 ICT 기술을 접목하여 분자 단위로 물속 영양분을 제어하고, 상황인식형 제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KAIST 출신의 공대생 5명이 공동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무엇보다 기술력이 강점이다. 생산되는 작물의 품질을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환경들의 모든 조건을 인식하여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마나씨이에이의 대표인 박아론 대표는 “설치비용이 기존 식물공장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밝히며 “예를 들어 식물공장 규모가 3300㎡라고 가정했을 때 70~8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한 반면, 우리는 설비를 자체 제작하고 중앙제어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10억 원 정도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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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8-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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