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에 첨단 고속카메라를 장착해 인체 세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단백질 하나를 촬영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료원 과학자들은 인체 세포막에 존재하며 비타민A를 세포 안으로 운송하는 STRA6 단백질의 특이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포착하고 그 구조를 3차원 모델로 구현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6일자에 발표했다(VIDEO: Electron Microscopy Reveals How Vitamin A Enters the Cell).
비타민A는 모든 포유동물에게 필요한 필수 유기물질로 특히 우리 눈의 빛 수용체를 만들고, 태아와 태반이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핵심 요소다.
이번 연구에는 리더인 구조생물학자 필리포 만치아(Filippo Mancia) 조교수(생리학 및 세포 생물물리학)와 함께 컬럼비아대 의료원, 럿거스대, 조지워싱턴대,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이 참여했다.
세포 안의 세밀한 구조 처음 관찰
STRA6 단백질 촬영에는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 기술이 핵심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이 카메라를 전자현미경에 연결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인체 세포 내부의 세밀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다.
컬럼비아의료원 헨드릭슨 랩의 올리버 클라크(Oliver Clarke) 박사는 “거의 원자 분해능 수준에 도달할 만큼 카메라가 정밀해 분자들이 움직이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며, “분자들은 전자현미경 하에서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으나 이를 촬영하면 뿌옇게 나와 각 장면들을 정렬해 해상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분자 촬영에는 공을 들여 준비한 생화학적 과정이 뒷받침됐다. 대량의 단백질을 생성하고 이를 세포의 다른 구성요소로부터 분리해 내는 작업을 한 연팅 첸(Yunting Chen) 박사는 “STRA6는 손상되기 쉬운 여린 단백질이어서 이 단백질을 둘러싼 환경을 모방해 만들어 손상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을 완성하는데 거의 2년이 걸렸다.

사진 7만장 찍어 원자 모델 구성
연구팀은 STRA6 단백질의 3차원 지도를 만들기 위해 이 단백질 사진을 거의 7만장이나 찍었다. 이 사진들을 사용해 매우 세세하고 정확한 원자 모델을 구성할 수 있었다. 클라크 박사는 영상이나 3차원 모델에서 STRA6 단백질은 “좀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림에 나타난 STRA6 단백질은 조그만 버섯 같기도 하고 다리 달린 UFO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STRA6 단백질이 홀로 작동하지 않고, 칼슘 신호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칼모듈린과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타민A는 먼저 세포막에 저장돼
비타민A는 STRA6 단백질을 통해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만 정작 대부분의 운반체와 달리 STRA6에는 아무런 통로가 없다. 비타민A는 통로 대신 STRA6의 꼭대기로 들어간 다음 옆쪽의 창을 통해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창은 세포 내부가 아니라 세포막 가운데로 바로 열려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재증명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양의 비타민A가 세포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만치아 교수는 “비타민A는 실제로 어느 정도 독성이 있다”며, “세포 안의 비타민A 양을 조절하기 위해 세포막 안에 가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보여준 STRA6 단백질의 새 모델은 중요한 세포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여전히 신비스럽게 생각되는 세포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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