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구리가 비만 막는다고?

美연구진, 구리의 지방세포 대사 저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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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리작용에서 필수 영양소로 꼽히는 구리(copper)가 지방 대사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리의 ‘명성’이 한결 높아지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버클리 랩)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연구진은 구리가 지방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구리는 가공이 쉽고 전도성이 높아 조리기구나 전자부품, 보석 세공과 배관용 자재 등으로 오랫 동안 인류의 생활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특히 최근 십수년 동안에는 생물학적 기능에서 구리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돼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구리는 생리학적으로 적혈구를 만들고 철분을 흡수하며 인체의 결합조직 발달과 면역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녹황색 채소 섭취하는 ‘구리 식이요법’ 필요

크리스 창(Chris Chang) 버클리 랩 화학부 연구원 겸 UC버클리 화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 구리가 지방세포를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구리가 많을수록 지방세포가 더 많이 분해되는 것을 볼 때, 구리 결핍이 비만이나 비만 관련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형광 탐색자를 이용해 백색 지방세포에서 구리의 열 지도를 만든 모습. 구리 농도가 높으면 노랗거나 빨간 색으로 보여진다. 왼쪽은 대조군 실험 쥐의 정상적인 구리 수치를, 오른쪽은 구리가 결핍된 세포를 나타낸다. Credit: Lakshmi Krishnamoorthy and Joseph Cotruvo Jr./UC Berkeley ⓒ ScienceTimes

형광 탐색자를 이용해 백색 지방세포에서 구리의 열 지도를 만든 모습. 구리 농도가 높으면 노랗거나 빨간 색으로 보여진다. 왼쪽은 대조군 실험 쥐의 정상적인 구리 수치를, 오른쪽은 구리가 결핍된 세포를 나타낸다. Credit: Lakshmi Krishnamoorthy and Joseph Cotruvo Jr./UC Berkeley

창 교수는 구리가 지방세포를 태우는 자연적인 통로를 회복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구리 성분은 굴이나 다른 어패류, 잎이 있는 녹황색 채소, 버섯, 씨앗, 견과류와 콩 등의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미국 의학연구원 식품영양위원회에 따르면 성인에게 필요한 구리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약 700μg(마이크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창 교수는 “구리는 몸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며, “아시아인들은 구리가 풍부한 야채 등을 많이 먹는데 비해 통상적인 미국인 식단에는 녹색 잎 채소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리가 비만을 막는다고 무분별하게 구리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것. 우리 몸에 구리성분이 너무 많으면 아연과 같은 다른 필수 미네랄 성분과 불균형을 이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구리, ‘제동장치에 대한 제동장치’로 작용

연구팀은 간에 구리를 축적시키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실험 쥐를 이용해 구리-지방 사이의 연계관계를 만들었다. 이 쥐들은 다른 일반적인 쥐에 비해 지방 저장소가 더 컸다. 유전적으로 구리 대사 이상을 일으켜 간이나 뇌, 신장 등에 구리가 침착되는 윌슨병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크리스 창 교수(위)와 대학원생인 이수민씨가 구리와 결합하고 지방의 축적과 분해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 검색 실험을 하고 있다. Credit: Peg Skorpinski/UC Berkeley ⓒ ScienceTimes

크리스 창 교수(위)와 대학원생인 이수민씨가 구리와 결합하고 지방의 축적과 분해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 검색 실험을 하고 있다. Credit: Peg Skorpinski/UC Berkeley

이 윌슨병에 걸린 실험 쥐를 분석한 결과 정상 대조군에 비해 구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침착된 반면 지방질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윌슨병에 걸린 쥐의 백색 지방조직 혹은 백색지방은 대조군에 비해 구리 수치가 더 적었고 지방 저장량은 더 많았다.

연구팀은 이어 보조 메신저 단백질인 cAMP 신호경로를 통해 지방을 지방산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작용제 이소프로테레놀로 윌슨병에 걸린 쥐를 치료했다. 윌슨병에 걸린 쥐들은 대조군에 비해 지방분해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구리가 지방분해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세포 배양 분석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버클리 랩에 있는 유도결합 플라즈마 질량분석(ICP-MS) 장비를 사용해 지방 조직에 있는 구리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구리가 포스포디에스터라아제3(PDE3)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DE3는 cAMP와 결합하는 효소로서 cAMP가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을 저해한다.

창 교수는 “구리가 PDE와 결합하면 마치 제동장치에 다시 제동을 거는 것과 같다”며, “이를 통해 구리가 지방분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 사료에서 힌트 얻어

구리와 지방대사와의 관계는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연구진이 실제 목축장에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창 교수는 “소 사료의 구리 수치가 쇠고기의 지방분 햠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며, “그러나 구리와 지방과의 생화학적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구리와 다른 금속 성분들이 뇌 신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한 창 교수팀의 선행 연구(오바마 대통령이 제창한 Brain Initiative의 일환)를 토대로 하고 있다.

구리는 인체 여러 부위 중 특히 뇌에 많이 밀집돼 있다. 창 교수의 연구를 포함한 최근의 연구들은 뇌 속의 구리성분이 적절한 때 정지신호를 보내는 브레이크 역할을 함으로써 뇌세포들 사이의 통신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창 교수팀은 초기에 뇌신경 통신에서 구리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가 현재는 지방 대사와 다른 생물학적 경로에서 금속의 역할 탐구로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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