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중국 칭화대 과학자들이 배터리 수명과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요크와 셀’ 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배터리는 충전할 때 열화(배터리 노화) 없이 배터리 충전 사이클을 돌릴 수 있다.
‘MIT 테크놀로지 뉴스’는 두 나라 연구팀이 배터리의 수명과 최대 충전 용량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더 많은 용량의 전기를 더 빨리 오랜 시간동안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16일 환경에너지 전문지 ‘그린옵티미스틱(Green Optimistic)’는 최근 새로 개발되고 있는 첨단 배터리 기술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기술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개발하고 있는 ‘수용성 태양흐름 배터리(aqueous solar flow battery)’가 있다.
안에서 물이 흐르는 태양전지 기술 개발
이 배터리는 태양전지와 리튬-산소(Li-O2) 배터리를 결합한 세계 최초의 태양에너지 배터리다. 연구팀은 더 환경 친화적이며 값이 싼 ‘요오드 산화환원 기반의 수용성 용액’을 가지고 새로운 유형의 태양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배터리 개발을 이끌고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우(Yiying Wu) 교수는 배터리 내부에서 물이 흐르는 이 ‘수용성(aqueous)’ 배터리를 통해 전력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술 집적화를 통해 약 25%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흐름 배터리’는 다양한 재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 배터리 변형 및 확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은 비싼 리튬 대신 가격이 싼 나트륨을 이용해 낮은 가격의 태양 배터리를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수용성 태양흐름 배터리’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기술로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초고온 리튬이온전지(Super Hot Lithium-Ion Batteries)’가 개발되고 있다. 최근 한국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이 전지는 100°C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1990년에 등장한 리튬이온전지는 2차전지에 비해 사용 시간과 무게 등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휴대폰이나 노트북 배터리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돼왔다. 문제는 열에 약하다는 점이었다.
인화성 액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열과 압력으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있었다. 델 노트북 폭발로 인한 대규모 리콜로 불거진 배터리 안정성 문제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폭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발전이 고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다공성 쿠커비투[6]릴(porous CB[6])'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고체 성질의 새로운 리튬 전해질 물질을 합성,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했다.
한국 과학자들 2배 용량 배터리 개발
속이 빈 호박 모양의 나노(㎚=10억분의 1m) 물질인 ‘쿠커비투[6]릴’에서 산(酸)과 물을 제거한 뒤 남은 공간에 기존에 사용하던 카보네이트 계열의 전해질 물질을 넣어 고체 성질의 리튬 전해 물질을 만들었다.
이 물질은 높은 이온전도도를 보이는 동시에 액체 전해질과 비교했을 때 약 1.5배 이상의 리튬이온 전달률을 보였고 고온에서도 성질 변화 없이 안정적인 이온전도도를 유지해 과열이나 폭발 위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배터리와 비교해 약 2배의 파워를 지닌 전지도 개발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충·방전이 계속되면 기능이 떨어지고 수명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음극 소재를 개발하고 있었다. 물리적 강도와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을 실피콘 표면에 성장시켜 충·방전 중 부피 팽창으로 인한 구조 붕괴를 막는 방식이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 판에 ‘그래핀 직성장 실리콘 음극 소재를 이용한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구현’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에 2배 가까운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기존의 리튬이온전지 용량을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터리 용량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이 기술은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에 총 5건의 특허를 등록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독일과 중국 과학자들은 대나무 잎으로 만든 실리콘을 원료로 새로운 유형의 리튬이온전지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탄소전극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이 실리콘은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무에서 추출한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를 이용해 제조한 나노종이 분리막에 전극을 물리적으로 결합해 ‘플렉시블 종이 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스웨덴 왕립연구소와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에 의해 시현되고 있다.
그동안 배터리의 걸림돌이 돼왔던 것은 전지의 높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상용화가 이뤄지면서 전지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 가격은 지난 1990~2005년 사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 2005년 kWh당 1500달러에 달했던 전기차용 전지 가격은 지금 300~4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0년대 kWh 당 100달러 시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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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8-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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