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의 어원은 방기(放氣)로, 공기를 방출한다는 뜻이다. 장 속에 있는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남녀노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누구나 뀐다. 물론 소리의 강약과 진동, 냄새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냄새는 둘째쳐도 그 소리 때문에 방귀를 뀌는 것이 다소 교양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쉬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방귀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경우가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방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그와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기도 한다. (관련링크)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에 따르면, 밀폐된 우주선 안에서 여러 우주인들의 방귀가 쌓이고 쌓이다보면 두통과 스트레스로 인해 제대로 된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방귀는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자기기가 가득한 우주선 내에서는 절대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래서 해결 방법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방귀 흡입기이다. 우주복과 우주선 화장실에는 방귀 흡입기가 장착되어 있는데, 실제 방귀의 세기를 정밀하게 측정해주는 '캐멀러스 방귀 등급' 척도를 설계하여 우주선 안에서 자칫 위험 성분이 될 수 있는 방귀에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방귀를 참으면 우주선 기압이 하강하여 몸 속에 쌓인 가스가 폭발해 장이 터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누군가에겐 교양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방귀가 누군가에게는 학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방귀와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방귀의 지독한 악취에 놀라운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매튜 화이트맨(Matthew Whiteman) 엑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UK) 교수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이 학술지 '의료 화학 커뮤니케이션'(Medicinal Chemistry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에 따르면 방귀 냄새는 암과 뇌졸중, 심장질환, 치매 등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귀 냄새의 근원 중 하나인 황화수소가 대량으로 흡입하게 되면 유독하지만 소량일 경우에는 체내의 세포를 보호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황화수소가 혈액세포의 에너지 생성을 촉진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다면 세포는 사멸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의 세포는 질병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효소를 흡입하여 스스로 황화수소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양이 극히 적기 때문에, 연구팀은 황화수소의 생성을 도와주는 새로운 화합물인 AP39를 만들어냈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당뇨병, 관절염, 치매 등 각종 질병 치료의 관건인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을 예방하고 복구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AP39에 관한 임상 시험이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기 실험에서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미토콘드리아의 생존율이 80퍼센트(%)가 상승했다. 방귀나 썩은 달걀 냄새로 알려진 황화수소가 인간의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 미래에는 각종 질병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연구이다.
반추동물의 방귀는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실 방귀는 포유류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리가 다르지만 적어도 몇몇 변온동물은 항문과 배설강, 직장에서 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문제는 소나 양, 염소 등 반추동물의 트림과 방귀가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약 20퍼센트(%)는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온다.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내 뿜는 메탄의 양은 40~50킬로그램(kg)에 이른다. 베탄가스의 정체는 바로 소의 위에 있는데, 반추 동물은 여러 개의 위를 가지고 있다.
반추동물은 섭취한 풀 속에 있는 섬유질을 완전히 소화시키고, 앞에 있는 위에서 먼저 먹이를 발효시켜 섬유질을 소화하기 쉽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하고, 메탄이 트림이나 방귀를 뀔 때 체외로 방사되면서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다.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추 동물의 가스로 인해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목축업이 발달한 뉴질랜드, 덴마크 등에서는 한때 소에게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가축 방귀세'를 검토하기도 했다.
반추동물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실제로 국제공동연구팀은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학회지'(nature climate change)를 통해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반추동물이 1년에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의 양을 이산화 탄소로 환산하면 2.3기가톤(Gt)이나 된다. (원문링크)
지구 온난화의 20퍼센트(%)가 메탄으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반추동물의 방귀는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2011년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반추동물은 약 30억 마리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에서 소가 14억 마리, 양이 11억 마리, 염소가 9먹 마리, 들소는 2억 마리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런 반추동물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추동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다소 억울한 내용일 수도 있다. 흰개미도 방귀로 메탄을 내뿜는데, 이들이 배출하는 메탄은 연간 50.7테라그램(Tg)으로 지구에서 생단되는 메탄의 약 10퍼센트(%)나 되기 때문이다.
어떤 동물이 얼만큼 배출하느냐도 문제겠지만 지금은 농축산업 분야에서 많이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실제로 메탄은 산업혁명 이전 715피피엠(ppm)에서 2005년 1774피피엠(ppm)으로 거의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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