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1위 산업을 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선 산업 혹은 스마트폰 등의 통신기기 분야를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국내 수출산업 1위를 차지하는 산업은 석유화학 분야다. 결과에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유화학 분야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일회용 페트병과 옷, 가방과 다양한 생활용품은 화학공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처럼 여러 화학공정을 거친 제품들은 대부분 '석유화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렴한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생활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화학공정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보다 편리한 공정방식을 찾는 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최초로 규명한 촉매 활성저하 양상
국내 연구진이 플라즈마-촉매 융합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촉매의 활성저하 양상과 이에 따른 화학 반응기구의 변화 양상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대훈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연구실 박사팀이 연구를 진행, 플라즈마-촉매 융합 반응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 대부분의 화학공정은 원하는 물질의 반응 생성물을 선택적으로 만들어 내는 촉매 반응에 기반하고 있다. 이 때 촉매반응은 기본적으로 온도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대부분이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한다.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보통은 그 에너지가 높은 온도의 열에너지로 주어지게 되죠. 하지만 매번 높은 에너지를 제공하려면 효율이 떨어지니까 보다 낮은 에너지를 사용해도 되게끔 어떤 도움을 받습니다. 그 도움을 일컬어 '촉매' 라고 하죠. 청소년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듯 촉매를 사용하면 반응을 손쉽게 얻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촉매 역시 온도에 의해 결정되죠. 지구상의 모든 화학물질은 특정한 온도가 됐을 때 방향성이 정해지거든요. 즉, 촉매를 사용하더라도 일정 온도는 제공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촉매를 사용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뭐냐고 물을 수 있는데요, 그 대답은 바로 '선택성'에 있습니다. 촉매를 사용해 특정한 화학반응을 유도하면 실험자의 의도를 반영해 '선택적으로' 여러 결과가 나오도록 할 수 있습니다."
촉매의 역할은 실험자의 뜻대로 방향성을 이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플라즈마 상태에서도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 플라즈마와 촉매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희는 플라즈마를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플라즈마는 보통 말하기를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그 다음 단계에 존재하는 '네 번째 물질 상태' 라고 하죠. 고체에 열을 가하면 액체가 되고 여기에 더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됩니다. 기체 상태에 더 에너지를 주면 분자 혹은 원자 안에 있던 전자들이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중성상태에 있다가 많은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전자가 튀어나와서 전기적으로 중성이 아닌 상태가 되는 거죠. 바로 이게 플라즈마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낮은 에너지 상태를 지향한다. 때문에 분리된 상태에서 다시 합쳐진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이 말은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즈마 상태에 노출되면 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상온에서도 전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들이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반응하게 돼요. 대신 촉매처럼 선택적이지는 않죠. 촉매랑 플라즈마, 이 두 가지는 반대되는 성질을 갖고 있거든요. 촉매는 에너지가 필요한 대신 선택적으로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플라즈마는 그 반대에요. 바로 이 지점에서 연구가 시작된 거죠. 플라즈마와 촉매, 두 가지의 장점을 합칠 수는 없을까 하고요. 선택적으로 반응 하면서 동시에 낮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면 획기적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선례 없는 연구… "모든 경우의 수 생각하는 게 어려웠죠"
이대훈 박사팀의 연구는 서로 상반된 장단점을 갖는 플라즈마와 촉매의 반응 특성을 융합해 각 방식의 장점만을 활용해 시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기존에 진행된 선례가 없는 만큼 이번 규명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플라즈마와 촉매를 합성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연구된 바가 전혀 없던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의 페트병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 물질은 석유나 천연가스에서 추출돼 만들어져요. 화학반응을 거친다는 거죠. 하지만 한 번이 아닌 보통 여러 번의 화학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여러 번 거치는 것은 효율 면에서 떨어질 수 있겠죠. 만약 플라즈마 촉매를 이용한다면 여러 단계를 한 번으로 압축시킬 수 있겠죠. 이와 같이 저희 팀의 연구는 낮은 에너지 비용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공정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큰 틀에서 진행된 연구인 셈이죠."
이대훈 박사팀과 조선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한 본 연구에서 연구팀은 기존의 플라즈마 단독 혹은 촉매 단독 반응과는 다른 반응 경로가 발생하는 것을 알아냈다. 더불어 실험을 통해 이러한 반응 경로가 촉매의 상태에 따라 변화되는 것을 밝혔다. Cu/ZnO/γ-Al2O3 촉매를 이용한 메탄올 분해반응 시, 플라즈마-촉매 융합 반응에서는 촉매반응에서 나타나지 않는 활성저하가 일어나며 이것이 반응 경로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촉매반응에서는 생성되지 않는 탄화수소종의 생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선행된 사례가 없는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연구과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정해진 틀도 방향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이대훈 박사팀이 설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대훈 박사는 "이걸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저걸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룬 성과"라며 지난 연구과정을 회고했다.
기존의 플라즈마-촉매 융합 반응 관련 연구는 주로 오존을 활용해 오염물질을 산화시켜 제거하기 위한 반응 연구에 치중돼 왔다. 때문에 촉매 활성저하가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기에 플라즈마와 촉매의 융합으로 인한 구체적인 반응기구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셰일가스 생산이 증가하면서 화학산업은 메탄 기반으로 변화하는 추세 속에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촉매 융합 반응에서 메탄올 분해시 발생하는 촉매의 활성 저하 현상이 반응기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논문을 냈을 때 저널의 리뷰어가 그러더군요. 이 논문이 훌륭한 이유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고요. 우리 팀의 논문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도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될지 일정한 방향과 관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샀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연구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대훈 박사는 앞으로 플라즈마와 촉매 융합의 더 나은 조건을 탐색하는 데 매진하겠다며 계획을 이야기 했다. "모든 연구자의 목표는 같을 것 같습니다. 개발하는 기술이 실제 산업에 적용돼서 응용과 생산의 과정에 사용되기를 원하죠. 실제로 사람들의 생활과 삶에 영향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 분야의 권위 있는 저널인 '플라즈마 프로세스 폴리머(Plasma Processes and Polymers)' 지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현재 이대훈 박사팀은 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산업기술연구회 융합연구개발사업인 ‘저탄소·저공해를 위한 나노촉매-플라즈마 하이브리드 기술개발’을 수행 중에 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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