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요 단백질원인 콩. 최근 불황 속에서도 ‘웰빙’과 ‘힐링’ 바람으로 인해 콩의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시대 흐름을 읽은 관련업계에서는 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콩밭의 공공의 적’ 노린재는 큰 문젯거리다.
노린재류 곤충은 일반적으로 농작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해충 중에서도 악질 해충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노린재가 한번 손을 댄 농작물은 콩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말라버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제거 작업은 콩과 식물의 재배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노린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복률 부산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공생균(共生菌)의 생존비밀을 밝혀냄으로써 근본적인 노린재 퇴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팀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노린재 공생균 필수인자 찾아내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의 경우, 장 내에는 수천 종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습니다. 이 박테리아를 없애면 좋을 것 같지만 질병이 발생하죠. 즉,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균이 있는 반면 득을 주는 균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물질이 우리에게 이로운지 그동안은 잘 몰랐죠.
이를 연구하기 위해 생명력이 짧은 곤충을 통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곤충들은 모두 공생균을 갖고 있는데, 이 공생균은 숙주에 이익을 주고, 숙주는 균이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서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성립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들의 공생관계에 대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 교수팀은 해당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노린재류 곤충에 눈을 돌렸다. 이들 곤충의 장 안에는 공생균이 단 한 종만 있다는 것이 일본의 과학자에 의해 밝혀진 바 있는데, 이 교수팀생화학을 이용해 한걸음 더 발전한 연구를 이어나갔다.
“국내 농업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해충이 바로 노린재입니다. 콩밭에 서식하면서 잎을 모두 말려버려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곤충의 장 안에 한 종의 박테리아가 서식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좋은 실험모델이라고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인체 안에 있는 공생균은 배양이 되지 않았는데, 노린재 안의 공생균은 시험관 안에서 배양할 수 있어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3~4천 마리의 노린재를 키우고 있는 이 교수팀의 연구실에서는 날마다 노린재의 장(腸)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다.
“실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천마리의 노린재를 키우고 있어요. 안 그래도 노린재가 매우 작은 곤충인데, 그보다 더 작은 장을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진행을 하는 것입니다. 노린재가 흙에서 알로 태어날 때는 공생균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자라면서 벅홀데리아라는 공생균을 찾아 입으로 섭취하죠. 그렇게 이들의 공생관계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벅홀데리아는 노린재의 장 속에 서식하며 숙주에게 영양분을 재공하고, 숙주는 벅홀데리아의 생존을 보호해 준다. 이복률 교수팀의 연구는 과연 공생균이 숙주에게 무엇을 주고, 숙주는 어떻게 공생균을 보호하는지에 집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전 사회적으로 장 질환이 매우 문제가 되고 있어요. 장에 병이 생기면 약도 없죠. 우리팀은 공생균의 여러 종의 유전자 중에서 노린재 숙주에서 함께 협력하는 필수 물질을 찾기 위해 분석했는데, 그 결과 세포 내에 알갱이 형태로 존재하는 미생물인 폴리에스테르 PHA가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의 장에서 벅홀데리아가 생존하는 데 필수인자임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이 PHA에 주목한 것은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배양한 경우와 달리 곤충의 장에 있는 공생균에서는 PHA를 구성하는 단백질(Phasin)이 유독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PHA를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 공생균은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는 등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잘 생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PHA가 없는 돌연변이 공생균에 감염된 곤충은 성장이 느리고 몸집도 작은 것으로 나타나 공생균이 숙주인 곤충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농촌의 골칫거리였던 노린재를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복률 교수는 “노린재를 죽이기 위해 농약을 뿌려보지만 결국 노린재가 농약에 내성을 갖게 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노린재가 약을 약인 줄 모르고 먹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쉽게 말해 잠입효과를 노리자는 거죠. 노린재가 약인 줄 모르고 농약을 먹는다면, 그리고 그 약 속에 시한폭탄 같은 공생균을 심어서 노린재의 장(腸) 안에서 터지게 한다면 효과적으로 노린재를 소멸시킬 수 있겠죠. 공생균에 대해 노린재가 살기 힘들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는 거예요. 이것이 성공한다면, 친환경적 농약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을 많이 갖게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도 유익한 공생균 유전자 조작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곤충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람에게도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장 질환에 걸린 사람에게 항생제를 먹이기보다 공생균의 성질을 이용한 약을 처방한다면, 장 속의 유익한 균을 모두 소멸할 필요 없이 효과적으로 장 질환을 치료할 수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항생제를 먹고 나면 장 내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가 다 죽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이 매우 힘들어해요. 비타민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요. 특히 이것은 어린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데, 항생제를 많이 먹은 어린이는 성장이 또래 아이에 비해 늦어집니다. 때문에 이러한 연구를 인체에 적용해 필수 물질을 조작해 인체에 주입한다면 장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친환경적 농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노린재가 필수적으로 좋아하는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 노린재도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 있는 것이다.
“장과 공생균이 서로 어떻게 협동을 하는지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게 우리 연구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이것이 장 질환이나 면역질환 등에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힌트를 제공할 수 있어요. 농약 분야에서는 친환경적 농약을 개발하고,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는 곤충에게 널리 적용할 수 있으니 다양한 이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이런 유형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물론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좀 더 늦은 감이 있으나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배양이 가능한 공생균을 찾았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만성 설사를 하는 사람과 만성 변비를 앓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도 이들 장 질환 환자들의 변을 받아 분석하는 정도의 일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연구팀과 같이 특정 균을 심는 모델 시스템은 없어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구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노린재류 곤충은 일반적으로 농작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해충 중에서도 악질 해충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노린재가 한번 손을 댄 농작물은 콩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말라버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제거 작업은 콩과 식물의 재배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노린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복률 부산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공생균(共生菌)의 생존비밀을 밝혀냄으로써 근본적인 노린재 퇴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팀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노린재 공생균 필수인자 찾아내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의 경우, 장 내에는 수천 종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습니다. 이 박테리아를 없애면 좋을 것 같지만 질병이 발생하죠. 즉,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균이 있는 반면 득을 주는 균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물질이 우리에게 이로운지 그동안은 잘 몰랐죠.
이를 연구하기 위해 생명력이 짧은 곤충을 통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곤충들은 모두 공생균을 갖고 있는데, 이 공생균은 숙주에 이익을 주고, 숙주는 균이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서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성립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들의 공생관계에 대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 교수팀은 해당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노린재류 곤충에 눈을 돌렸다. 이들 곤충의 장 안에는 공생균이 단 한 종만 있다는 것이 일본의 과학자에 의해 밝혀진 바 있는데, 이 교수팀생화학을 이용해 한걸음 더 발전한 연구를 이어나갔다.
“국내 농업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해충이 바로 노린재입니다. 콩밭에 서식하면서 잎을 모두 말려버려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곤충의 장 안에 한 종의 박테리아가 서식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좋은 실험모델이라고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인체 안에 있는 공생균은 배양이 되지 않았는데, 노린재 안의 공생균은 시험관 안에서 배양할 수 있어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3~4천 마리의 노린재를 키우고 있는 이 교수팀의 연구실에서는 날마다 노린재의 장(腸)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다.
“실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천마리의 노린재를 키우고 있어요. 안 그래도 노린재가 매우 작은 곤충인데, 그보다 더 작은 장을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진행을 하는 것입니다. 노린재가 흙에서 알로 태어날 때는 공생균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자라면서 벅홀데리아라는 공생균을 찾아 입으로 섭취하죠. 그렇게 이들의 공생관계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벅홀데리아는 노린재의 장 속에 서식하며 숙주에게 영양분을 재공하고, 숙주는 벅홀데리아의 생존을 보호해 준다. 이복률 교수팀의 연구는 과연 공생균이 숙주에게 무엇을 주고, 숙주는 어떻게 공생균을 보호하는지에 집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전 사회적으로 장 질환이 매우 문제가 되고 있어요. 장에 병이 생기면 약도 없죠. 우리팀은 공생균의 여러 종의 유전자 중에서 노린재 숙주에서 함께 협력하는 필수 물질을 찾기 위해 분석했는데, 그 결과 세포 내에 알갱이 형태로 존재하는 미생물인 폴리에스테르 PHA가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의 장에서 벅홀데리아가 생존하는 데 필수인자임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이 PHA에 주목한 것은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배양한 경우와 달리 곤충의 장에 있는 공생균에서는 PHA를 구성하는 단백질(Phasin)이 유독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PHA를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 공생균은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는 등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잘 생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PHA가 없는 돌연변이 공생균에 감염된 곤충은 성장이 느리고 몸집도 작은 것으로 나타나 공생균이 숙주인 곤충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농촌의 골칫거리였던 노린재를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복률 교수는 “노린재를 죽이기 위해 농약을 뿌려보지만 결국 노린재가 농약에 내성을 갖게 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노린재가 약을 약인 줄 모르고 먹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쉽게 말해 잠입효과를 노리자는 거죠. 노린재가 약인 줄 모르고 농약을 먹는다면, 그리고 그 약 속에 시한폭탄 같은 공생균을 심어서 노린재의 장(腸) 안에서 터지게 한다면 효과적으로 노린재를 소멸시킬 수 있겠죠. 공생균에 대해 노린재가 살기 힘들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는 거예요. 이것이 성공한다면, 친환경적 농약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을 많이 갖게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도 유익한 공생균 유전자 조작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곤충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람에게도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장 질환에 걸린 사람에게 항생제를 먹이기보다 공생균의 성질을 이용한 약을 처방한다면, 장 속의 유익한 균을 모두 소멸할 필요 없이 효과적으로 장 질환을 치료할 수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항생제를 먹고 나면 장 내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가 다 죽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이 매우 힘들어해요. 비타민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요. 특히 이것은 어린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데, 항생제를 많이 먹은 어린이는 성장이 또래 아이에 비해 늦어집니다. 때문에 이러한 연구를 인체에 적용해 필수 물질을 조작해 인체에 주입한다면 장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친환경적 농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노린재가 필수적으로 좋아하는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 노린재도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 있는 것이다.
“장과 공생균이 서로 어떻게 협동을 하는지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게 우리 연구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이것이 장 질환이나 면역질환 등에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힌트를 제공할 수 있어요. 농약 분야에서는 친환경적 농약을 개발하고,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는 곤충에게 널리 적용할 수 있으니 다양한 이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이런 유형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물론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좀 더 늦은 감이 있으나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배양이 가능한 공생균을 찾았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만성 설사를 하는 사람과 만성 변비를 앓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도 이들 장 질환 환자들의 변을 받아 분석하는 정도의 일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연구팀과 같이 특정 균을 심는 모델 시스템은 없어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구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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