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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3-03-27

도체-부도체 간 상전이 현상 알아내 [인터뷰] 기초연 전주센터 분석연구부 홍웅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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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통하는 금속상태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로 변화하는 ‘금속(도체)-절연체(부도체) 간 상전이 현상’에 대한 규명이 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는 지금, 국내 연구진이 이에 대한 메커니즘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 전주센터 홍웅기 박사 연구팀이 공동교신저자인 광주과학기술원 김봉중 교수, 서울대 이탁희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단결정 이산화바나듐(VO2) 나노산화물 내에서의 산소함량 정도에 따른 이산화바나듐(VO2)의 구조적·화학적·전기적 특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 상전이 특성제어에 성공했다.

전기적 상전이 현상의 상관관계 규명

전기가 통하는 금속과 절연체 간의 상전이 현상은 전기·전자기기의 잡음제거 소자, 광소자, 차세대 메모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센서, 스위칭 소자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홍웅기 기초연 전주센터 분석연구부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산화바나듐(VO2)은 ‘금속-절연체 간 상전이’를 나타내는 물질 중 대표적으로 연구되는 물질이다. 이유는 다른 상전이 물질에 비해 상전이 온도가 약 68도로 상온에 가까워 사용이 쉽다는 이점 때문이다. VO2의 상전이 현상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바나듐과 산소의 구성 성분비는 매우 중요하다. VO2는 바나듐과 산소가 1:2의 비율로 결합된 산화물이기 때문에 산소 함량에 따라 특성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금속-절연체 간 상전이 산화물에서 산소성분을 변화시키는 경우, 바나듐과 바나듐의 결합 또는 바나듐과 산소의 결합 상태 등이 변할 수 있고 결정 구조의 변형 등이 일어나 상전이 특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산화물을 이용한 전자소자를 개발할 때, 산화물 내의 구성 원소들의 성분이나 산소결핍 등이 균일하지 않을 경우 일관적으로 소자 특성을 제어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산화물 내에서의 산소함량에 따른 결정구조와 전기 전자적 특성변화의 관찰은 중요한 연구결과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홍웅기 박사 연구팀은 수소 열처리를 이용해 산소 함량을 줄이는 환원작용을 일으켜 절연체가 금속으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노산화물의 산소 함량이 떨어지면 결정구조가 단사정(사각형이 대각선으로 비뚤어진 모양)에서 직사각형 기둥 모양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전기저항이 점진적으로 감소한다는 사실과 일함수도 일정한 형태를 보이며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서 일함수란 고체에서 전자 한 개를 빼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기존의 연구들은 VO2물질을 진공장비를 이용해 산소의 양을 조절해가면서 바나듐과 산소의 성분비율이 1:2에 가까운 다결정의 얇은 막으로 만들어 상전이 현상을 취급했다. 그러나 다결정의 얇은 막의 경우 구성성분이나 특성의 불균일성에 여러 가지 인자들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결정과 결정 사이에 경계면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불균일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다결정이 아닌 나노사이즈의 단결정 VO2를 만들고 수소가스 열처리를 통해 바나듐 금속과 산소 성분 비율이 1:2에서 1:0.7까지 인위적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결정구조와 전기 전자적 특성이 어떻게 변화하는 관찰할 수 있었다.”

홍웅기 박사는 이번 연구가 산화물 내에서의 산소결핍으로 인한 상전이 특성변화에 대해 근본적인 물성을 이해하고, 산화물을 응용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금속-절연체 간 상전이 현상’이 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물리학의 열쇠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 영국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모트(Mott) 박사가 전자들 간의 강한 상호작용을 갖는 시스템에서의 금속-절연체 간 전이현상에 대한 이론을 발표한 후 본격적으로 논쟁이 불거진 해당 이론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물리현상들에 대해 이해하는 데 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고온초전도, 자성체의 초거대 자기저항, 강자성 및 강유전성이 공존하는 다중강자성 물성 현상 등 복잡하고 어려운 물리현상들은 전자들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에 의해 발생된다. ‘금속-절연체간 상전이 현상’에 대한 이해는 이러한 물질 내 전자들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에 대한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결정구조 해석 과정서 발표시기 놓치기도

홍웅기 박사팀은 연구를 거쳐 지금의 결과를 얻기도 했으나 그 과정 가운데에는 웃지 못할 어려움도 존재했다.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결정구조를 해석할 당시,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가 기존에 보고된 결과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 이산화바나듐(VO2) 나노단결정의 수소 열처리 모습(a~c)과 이산화바나듐(VO2) 나노단결정내에서 산소부족 정도에 따른 일함수변화(d)와 전기저항의 변화(e)를 보여주는 데이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 부분을 해석하기 위해 선배이자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나노구조체 분야 전문가인 광주과기원 김봉중 교수를 찾아가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했다. 한참 연구하던 찰나, 2012년 5월 미국 라이스대학 연구팀에서 비슷한 연구를 발표하는 바람에 한발 늦게 외국 연구팀에 발표시기를 놓쳐버린 일화가 있다. 먼저 결과를 발표하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이때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고 혼자서는 절대 좋은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다는 교훈을 얻는 경험이었다.”

그렇다면 홍웅기 박사가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번 연구는 그가 201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그래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네이처 머터리얼스' 논문에서 그래핀에 수소를 붙여 에너지 밴드갭이 없는 그래핀에 에너지 밴드갭을 생기게 해 반도체 특성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VO2 산화물에 수소를 첨가해 상전이 현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틈틈이 연구를 진행하다 한국에 들어와 현재 근무중인 기초연에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홍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와 더해 상전이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홍웅기 박사는 “VO2를 이용해 물질을 만들거나 어떤 소자시스템을 만들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상전이 현상을 나타내는 산화물에서의 산소함량에 따른 물질의 특성들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 연구결과로, 향후 상전이 물질뿐 아니라 산화물을 이용한 물질개발이나 스위칭 소자, 센싱 소자, 광전자 소자개발 등 분야에 있어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박사는 앞으로 현재 해당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VO2 상전이 산화물을 나노영역에서 물질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산소 함량이 낮은 VO2가 금속성으로 바뀌었지만 이를 다시 원래 절연체로 되돌릴 수 있는 물성제어 방법을 연구 중에 있는 것이다. 그는 “VO2 물질과 다른 물질과의 하이브리드화를 통해 새로운 물성을 만들고 제어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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