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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2-06-27

진화론으로 밝힌 대중음악의 비밀 자연선택 이용해 ‘다윈튠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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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펴내면서 종교적 가르침에 의거한 기존의 가치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일순간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화’에 의해 점차 변해온 결과라는 혁신적인 내용이다.

▲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다윈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설'을 이용해 음악의 진화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진화론의 핵심이 되는 ‘자연선택설’은 한 해 앞선 1858년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변이를 보이는 생물 중에서도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가 자손을 남겨 세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생물이 아닌 요소에도 자연선택설과 진화론을 적용시킬 수 있을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임의로 소리를 변형시킨 후 인터넷 사용자의 선호도에 따라 생존을 결정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다윈튠즈(Darwin Tunes)’를 개발했다. 실험 시작 후 논문 발표까지 2천513세대를 거치면서 소음은 점차 음악이 돼갔고 현대의 대중음악과 유사한 형태까지 진화했다.

연구결과는 ‘대중의 선택에 의한 음악의 진화(Evolution of music by public choice)’라는 논문으로 정리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음악의 진화 이끌어낸 ‘다윈튠즈’

단순한 소리가 아닌 형식을 제대로 갖춘 음악이 되려면 실력 있는 작곡가와 연주자가 필요하다. 각 시대마다 음악의 대가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수천년 동안 전통음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음악을 듣고 고르고 즐기는 ‘청중’도 필수적이다. 이들이 없으면 음악이 널리 퍼질 수도 없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도 없다. 결국 대중들이 음악의 생존을 결정짓는 셈이다.

현대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이 선호도에 따라서 음악을 구매하고 컴퓨터로 다운로드할 때마다 음악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작곡가와 연주자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음악을 만들고 다듬어서 발표한다.

그렇다면 대중의 선택만으로도 음악이 발전할 수 있을까. 컴퓨터가 임의로 만들어낸 소리를 대중들이 평가하고, 그 선호도에 따라서 다시 소리를 다듬어 나간다면 음악으로 진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물이 아닌 음악, 언어, 문화도 진화론으로 설명 가능할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실제 실험을 통해 이 아이디어를 검증해냈다. 이들은 8초 분량의 무작위적인 100가지의 소음을 만들어 웹사이트(http://darwintunes.org)에 올린 후 반복해서 재생시켰다. 네티즌들은 하나씩 들어보고 최고점 ‘정말 좋아(I love it!)’부터 최저점 ‘못 듣겠어(I can't stand it!)’까지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연구진이 제작한 컴퓨터 프로그램 ‘다윈튠즈(Darwin Tunes)’는 네티즌의 점수와 선호도를 분석해 순위를 매기고 상위 10개의 소리를 섞어서 새로운 결과물 20개를 만들어냈다. 상위 10개의 소리가 ‘부모’가 되고 새 결과물이 ‘자식’이 되어 생물처럼 번식을 하는 셈이다. 이 과정을 하나의 ‘세대’로 계산한다.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총 6천931명의 네티즌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다윈튠즈는 소리를 섞어 2천513세대에 걸쳐 진화를 일으키며 더 복잡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대중이 점수 매겨도 창의적 음악 탄생해

이후 연구진은 별개의 실험을 고안해냈다. 몇 세대의 결과물인지를 밝히지 않고 소리를 공개한 후 점수를 매기게 한 것이다. 그러자 진화 초기보다 후기에 가까워질수록 대중들이 높은 점수를 준 사례가 많았다. 진화에 의해 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변한 것이다.

▲ 수천 명의 네티즌들이 '다윈튠즈' 사이트의 각 음원에 점수를 매기자 음악의 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Imperial College London
게다가 최종 버전으로 갈수록 소리는 음악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일부 결과물은 현대의 대중음악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논문의 공저자인 아먼드 리로이(Armand Leroi) 생명과학과 교수는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발표자료를 통해 “음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몇몇 천재들인지 전체 대중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실험을 시작했다”며 “자연선택에 의해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생겨났듯이 수백만 명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창의적인 음악이 생겨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또 다른 공저자인 밥 머캘럼(Bob MacCallum) 생명과학과 교수는 “훌륭한 음악은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도 “이번 실험으로 청취자 수천 명의 피드백을 연결해 다윈의 자연선택을 적용시켜 음악의 진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다윈튠즈 사이트에 접속해 실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음원을 다운로드해서 벨소리로 쓰거나 실제 음악을 작곡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06-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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