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9,2019

DNA 지문 감식 믿을 수 있나?

정교하지만 남용‧악용하면 치명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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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레스터 대학의 유전학자인 앨릭 제프리즈(Alec Jeffreys)는 1984년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른 패턴의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특징들이 특히 법의학 부분에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은 제프리즈는 1984년 자신이 개발한 ‘DNA 지문분석(DNA Fingerprinting)’ 방식에 대해 특허를 취득한다. 1985년에는 관련 논문을 ‘네이처’ 지에 발표한다.

논문이 발표된 후 이 새로운 기법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기 시작한다. 1986년 영국 이민성에 이어 영국 경찰이 사건 수사에 이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이 지문감식법은 범죄사건 수사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사기법이 되고 있다.

DNA 지문을 분석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 수사 현장에서 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Family Tree DNA

DNA 지문 분석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 수사 현장에서 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DNA 정보가 광범위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법조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Family Tree DNA

혈통, 가계, 신체구조, 건강상태까지 파악 

법의학뿐만이 아니다. 친부모 확인 검사, 동물 분류, 심지어 고고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범위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패밀리트리DNA(FamilyTreeDNA)’, ‘23andMe’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DNA 지문을 감식해 판매하는 전문회사들도 성업 중이다. ‘23andMe’의 경우 99달러를 지불하면 유전자정보는 물론 가족, 조상의 혈통 정보까지 알려주고 있다.

20일 ‘스미스소니언’ 지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이 최근 국가 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2월 ‘패밀리트리DNA’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그동안 축적해놓은 DNA 정보를 공유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지난해 11월 ‘23andMe’는 다국적 제약사 GSK에 4년간 유전자 정보 DB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물론 범죄 현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DNA 지문 분석 장치의 성능은 놀라울 정도다.

캘리포니아 경찰은 범죄 현장에 있는 껌이나 침, 혈액, 정액 등을 2시간 만에 분석해 범인을 추적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DNA 지문을 통해 밝혀낼 수 있는 정보 역시 광범위하다. 혈통은 물론 가계와 관련된 그 사람의 얼굴‧신체 구조와 질병, 과거의 삶까지 추적해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고학자들은 인류의 기원을 역추적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가계도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산불로 인한 주민 피해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역추적 하고 있는 중이다.

DNA 분석을 통해 과거 잘못된 수사 결과도 밝혀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기관에서는 ‘무죄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를 통해 과거에 잘못 기소돼 억울하게 복역한 360명의 재소자를 구제하고 있다.

범죄자 잘못 지목할 경우 최악의 결과 

최근 각국 경찰을 비롯한 수사 당국은 DNA 지문감식을 범죄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관련 기술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사생활 침해다. ‘스미스소니언’ 지는 DNA 지문감식이 잘못 사용될 경우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사생활 침해라는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패밀리트리DNA’. ‘23andMe’와 같은 기업들이 축적한 정보를 수사기관, 제약사 등에 공급할 경우 개인 정보가 언제 어느 곳에서 잘못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뉴욕 대학의 법의학자 에린 머피(Erin Murphy) 교수는 수사기관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심각한 실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는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어떤 DNA가 채취됐을 경우 많은 수사관들이 그 증거를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DNA 주인이 뒤바뀌었을 경우 범죄자가 뒤바뀌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피 교수는 이런 실수를 ‘믹스처(mixtures)’라고 명명했다.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또 다른 증거를 수사에 적용, 희생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머피 교수는 “최근 지방에서까지 DNA 분석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제 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더 정교한 분석 기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법부에서는 오래전에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앨릭 제프리즈가 DNA 지문감식법에 대해 특허를 받은 지 5년이 지난 1989년 미 법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이 방식을 놓고 큰 논란이 벌어졌다.

DNA 증거를 제시하며 범죄를 입증하려는 검찰 측 주장에 변호인 측은 검찰 측이 제시하고 있는 DNA가 범죄인의 것인지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언론인이었던 세스 누킨(Seth Mnookin)에 의하면 배심원들에게 변호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DNA 지문을 놓고 벌어진 법정 논란에서 DNA 증거를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사한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 퀸스 자치구 법정에서 배심원들은 수사관들이 제시한 DNA 지문이 실제 범죄와 무관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수사관들의 편파적 수사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대 ‘브레넌 정의센터(BCJ)’의 로렌-브룩 아이젠(Lauren-Brooke Eisen) 교수는 “범죄 수사와 관련 DNA 지문이 매우 정확한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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