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배터리 잔여량이 많이 남아 있어 충전을 이틀 뒤로 예약한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DNA를 분석, 3D프린터로 인공장기를 제작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인공지능 로봇들이 진단하고 해결한다. 큰 사고를 겪어 거동과 말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보조로봇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꼽은 ‘미래유망 융합이슈 10선’을 통해 상상해 본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지난 21일 과기정통부는 ‘Beyond the Human, 미래사회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한 ‘2018 미래융합포럼’을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진행하면서, 유망 융합과학기술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미래유망 융합이슈 10선 발표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미래 유망 융합이슈는 △자율형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기반 스마트 제조 기술 △초고효율·초고용량 자동차 배터리 기술 △자가진단 시스템 기술 △재난 투입용 인공지능 로봇 기술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테러 방지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양자컴퓨팅 기술 △인공지능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3D 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제조 기술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기술 등이다.
이날 미래융합포럼에서는 선정된 10대 미래 융합이슈에 대한 강연도 이뤄졌다.
‘자율형 EMS기반 스마트 제조 기술’에 대해 강연한 박문규 세종대 교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은 에너지 생산측면에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서 설비의 보장을 예측하며, 에너지 소비측면에서 공장의 운전 데이터 패턴과 환경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도록 최적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가상발전소’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가상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와 자가발전을 통해 얻게 된 에너지를 저장장치에 연결하여 가상의 발전소로 묶는 개념이다. 가상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는 전력거래소와의 가격경쟁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이 거래를 위해 가상발전소 운영자는 발전량과 단가를 제대로 예측해야 한다. 박 교수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 등을 통해 얻게 되는 에너지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예측하려면 날씨가 맑을지, 비가 올지 등 자연현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수학적 방법론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초고효율‧초고용량 자동차 배터리 기술’에 대해 강연한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융합연구단장은 “전기자동차가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만큼 긴 거리를 주행하려면 높은 효율과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배터리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리튬 기반 이차전지 기술이 갖고 있는 에너지 밀도의 한계, 소재들의 높은 가격, 폭발의 위험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며 차세대 전고체 전지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고체 전지는 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바꿔서 기존의 전지보다 훨씬 더 안전한 전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정 단장은 “셀의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하여 기존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를 더 높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전지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기반 자가진단 시스템’에 대해 강연한 이종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자가진단 시스템에 대해 “제조시스템 스스로 설비나 제품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사가 진찰과 검사로 알게 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자를 진단하듯이, 이 자가진단 시스템은 제조시스템 설비 또는 제품 제조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기반기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기반기술은 센싱기술, 통신기술, 사물인터넷, 데이터 저장 및 관리 기술 등이다. 그는 “또한 데이터로부터 제품 또는 설비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수리적인 모형을 개발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제품 또는 중간생산물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불량 탐지(Defect Detection), 공정과정을 바탕으로 불량 가능성을 예측하는 불량 예측(Defect Prediction)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교수는 “불량품의 출하를 막고 불량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유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융합기술, 미래를 풍요롭게
이밖에도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나 ‘3D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제조 기술’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장진아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살아있는 세포와 그것이 좋아하는 주변 환경들을 재료로 하여 3차원 프린팅을 한다. 이를 통해 세포의 배열을 조절, 실체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기조직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라는 것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측정하고 분석, 외부에 있는 다양한 기기들을 제어하거나 외부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을 의미한다”며 “이것을 이용해 사지마비 환자들이 외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09년 시작된 ‘미래융합포럼’은 융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융합 생태계 구축을 위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이번 ‘미래융합포럼’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하여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미래 비전을 논의하고 융합을 통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이를 위해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가 ‘아직 오지 않은 인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 교수는 “미래의 우리 인간은 인공지능의 아바타로 살 것인지, 인공지능을 이식한 불멸의 미래인간으로 살 것인지, 죽음을 인정하면서 본래적 자신을 향해 사는 존재로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아직 오지 않은 인간의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인간의 미래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미래를 인문학적으로 전망하면서 이 교수는 “미래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트렌드가 아니라 보다 높은 가치의 비전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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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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