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동물윤리 지침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약 개발 과정에서 희생되는 포유동물을 다른 생명체로 대체하는 ‘동물대체시험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이란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포유동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포유동물의 고통을 경감하는 방법을 찾아서 적용하는 시험법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대어인 제브라피쉬(zebra fish)를 이용하여 보다 빠르고 폭넓게 신약 효과를 검증하는 방법들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기술 전문 매체인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는 관상어로 유명한 열대어인 제브라피쉬가 임상시험에서 포유동물을 대체할 생명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제브라피쉬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초고속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어 신약개발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신약 개발과정의 초기 단계 실패율 줄여
얼룩말 같은 무늬를 가졌다해서 ‘제브라피쉬’라는 이름을 가진 이 물고기는 잉어과에 속하는 열대어다. 온도와 습도, pH등이 최적화된 환경에서만 생육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주로 28℃의 상온과 50~70%의 습도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브라피쉬는 다 자라더라도 성체 크기가 약 3~4cm 정도에 불과하지만, 많은 수의 개체를 빠르고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 및 조직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새로운 물질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검증하는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수정 후 24시간 이내에 순환계와 신경계 관련 장기들이 완성되고, 3일 이상 된 치어는 실험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신물질의 독성 평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적의 임상 실험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노바티스나 에보텍과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자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독성 검사 및 안전성 평가 테스트에 제브라피쉬를 대규모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제약회사는 제브라피쉬를 활용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 실패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는데, 이렇게 절감한 비용만 해도 프로젝트 당 1000억 원 이상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이 지난 2009년부터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실험 모델을 적용하여 골다공증치료제나 대사성치료제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오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한국 제브라피쉬 플랫폼 사업단’을 출범시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단은 현재 의약품 뿐 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그리고 친환경 농약 등 바이오 관련 제품 개발에 제브라피쉬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치료제 개발
최근 들어 임상시험에 제브라피쉬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스위스의 취리히대와 미 하버드대 소속의 공동 연구진이다.
이들은 다 자란 제브라피쉬가 아니라 치어를 이용한 독특한 생물학적 테스트 방법을 개발했다. 형광물질을 넣은 사료를 제브라피쉬의 치어에 먹인 후, 먹는 양과 물고기의 행동을 자동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
시스템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취리히대의 조슈아 조르디(Josua Jordi) 박사는 “시판 중인 약품들은 까다로운 안전성 테스트를 완료한 뒤 판매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그러나 이렇게 시판 중인 제품에서도 종종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어 판매가 취소되고 약이 회수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라고 밝혔다.
조르디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란 특정 약물을 섭취했을 경우 원래의 효능 외에 식욕이 억제되거나, 성 기능이 향상되는 것 같은 현상이 생길 때를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개발된 약물이 워낙 많다보니 특정 효과나 부작용을 테스트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사료에 형광물질을 넣은 후 이를 토대로 물고기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바로 이런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테스트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조르디 박사는 “판매가 중지되어 다시 임상 테스트를 해야 하는 항목 중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부작용은 식욕을 일으키는 약물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럴 때 수천 마리의 제브라피쉬 치어를 사용하면, 특정 약물이 식욕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공동연구진은 10000개의 약물 중에서 약 500개의 물질이 식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500개의 물질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22개의 약물을 추려내는데 성공했다.
조르디 박사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식욕을 억제해서 비만을 치료하거나, 반대로 식욕 부진 환자에게서 식욕을 촉진하는 약물을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히며 “물론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서 효과를 다시 검증해야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브라피쉬 덕분에 빠르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효과 검증에 있어서 커다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제브라피쉬는 이 같은 장점 덕분에 그동안 포유동물이 담당했던 임상 실험체로서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를 활용하는 임상전문 스타트업을 만들어 이 기술을 상용화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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