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의 ‘안전 항해’ 가능해져

해빙 모이는 문제 실마리, 아라온호가 풀어

‘북극항로(North Pole Route)’는 북극해를 통해 극동과 유럽을 잇는 항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북미와 유럽을 잇는 캐나다 해역의 ‘북서항로’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러시아 해역의 ‘북동항로’로 구분한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현재 항로보다 거리가 짧아 항해일수와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운항하는 화물선이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수에즈운하를 지날 때보다 거리가 22,000㎞에서 15,000㎞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기존 거리에서 32% 정도 단축되는 항로로서, 기간으로 따져도 기존 기간인 40일에서 열흘 정도 줄어든 30일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가히 물류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항로라 할 수 있다.

2개의 북극 항로와 기존 항로 비교  ⓒ doopedia.co.kr

2개의 북극 항로와 기존 항로 비교 ⓒ doopedia.co.kr

과거에는 이 항로를 거의 이용할 수 없었다.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에서 선박이 나아갈 수 있는 뱃길을 찾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기후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고 쇄빙(碎氷) 기술이 발달하며 이제는 전 세계가 항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문제는 북극해에 떠 있는 거대한 해빙(海氷)들이다. 항로를 지나는 선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인 해빙은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40여년 동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태평양에서 북극항로를 드나드는 관문인 동시베리아 해역 만큼은 예외다.

동시베리아해에서는 다른 북극해역과 달리 해빙들이 모여드는 이상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동시베리아해는 북극항로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꼽힌다. 최근까지도 이 해역에 접근하기 어려워 현장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연구항해를 통해 동시베리아해에서 발생하는 해빙(海氷)의 이상 움직임을 규명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장기해양계류시스템 분석하여 해빙 모임 현상 파악

아라온호가 찾은 실마리는 작년 동시베리아해 결빙해역 수중에 설치했던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의 성공적 회수 작업을 가리킨다.

아라온호는 지난 2009년에 건조된 이후 지속적으로 극지방 항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역시 북극해 연구를 위해 극지방 항해에 나서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은 퇴적물포집기와 어류음향탐지기 등 다양한 연구장비를 일렬로 연결한 관측장비다. 해수면으로부터 최대 1㎞까지 해류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수온 등의 환경변수를 관측할 수 있다.

동시베리아 결빙해역 장비를 회수하는 모습 ⓒ 극지연구소

동시베리아 해역에서 장비를 회수하는 모습 ⓒ 극지연구소

이 장비는 바다 속에 길게 늘어뜨려야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상되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지난 2016년도에는 해빙상황 악화로 전년도 설치했던 장비 회수 및 재설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인 강성호 박사는 “다행히 올해에는 회수에 성공하여 지난 1년간 이 해역에서 일어난 물리화학적 변화가 기록된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다”라고 밝히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북극항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라고 기대했다.

강 박사와 연구진은 회수한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을 약 한 달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서양과 태평양의 바닷물, 그리고 러시아 육지에서 내려오는 담수 등 세 방향에서 유입되는 물의 흐름 변화가 해류순환에 영향을 주어 동시베리아해에 해빙이 모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해빙 감소는 물류산업에 새로운 기회 제공

극지연구소는 앞으로 동시베리아해에 대한 관측과 정밀한 분석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과학적 자료를 제공하는 계획을 수립한 상황이다.

또한 아라온호를 활용한 국제협력 연구를 확대하여 북극해의 수산자원 보존 및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 공동현안 해결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아라온호의 북극해 연구 프로젝트는 해양수산부의 ‘북극해 환경변화 통합관측 및 활용연구과제’와 ‘북극해 해저자원환경 탐사 및 해저메탄방출현상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북극 해빙의 감소는 이상기후로 인류에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북극항로 개척과 미개발자원의 발견 같은 또다른 기회도 제공한다”라고 언급하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 추진하여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빙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장비를 설치하는 연구원 ⓒ 극지연구소

해빙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장비를 설치하는 연구원 ⓒ 극지연구소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대서양을 통해 북극해로 이어지는 항로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우리 연구진이 조사한 동시베리아해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동시베리아해에 대한 연구를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 이번 연구의 기대효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소개해 달라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이 확보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한다면, 앞으로 동시베리아해를 지나는 선박들에게 위험을 예방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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