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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수현 객원기자
2012-02-13

전문가에게 듣는 남극이야기 이주한 선임연구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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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남극 세종기지의 전재규 대원은 조난사고로 실종된 동료대원을 구하기 위해 수색에 나갔다가 순직했다. 8년이 지난 2011년 故 전재규 대원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재규 젊은과학자상’이 제정됐다.

제1회 최우수상 수상자인 극지연구소 이주한 선임연구원(대륙기지건설단)을 만났다. 이주한 선임연구원은 빙하 원격 탐사방법 및 해석, 빙하움직임 특성 분석과 관련해 SCI(E) 논문 4편과 2건의 특허등록이 있으며, 2001년부터 남극 해저지질 조사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남쉐틀랜드군도 북부해역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 및 특성 규명 등 남극 지구물리 분야에서 유용한 연구업적을 달성하여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 남극 지도에서 장보고과학기지와 세종기지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이주한 선임연구원 ⓒ김수현


그를 통해 최근 ‘아라온호’,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등의 영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남극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남극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남극은 몇 번째 방문인가요?

이번이 열한 번째예요. 극지연구소에 10년째 극무하면서 연말이면 매년 남극을 찾았죠. 다른 배를 임차해서 갈 때는 남극 날씨가 좋지 않은 11월말에 출발했는데 아라온호가 생기고부터는 12월말에 출발해서 남극이 화창한 여름일 때인 1월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대륙기지건설단에서 해저지질이나 육상지질과 관련된 연구들을 주로 했어요. 하지만 저는 원래 지구물리 중에 빙하 연구를 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상징으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실제 전문가가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그런 면도 있죠. 실제 남극 세종기지 주변 마리안소만의 빙하도 크게 후퇴했어요. 후퇴한다는 것은 빙하가 물의 부력에 의해서 떨어져 나간다는 말이에요.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죠. 계속 온난화가 되면 앞으로 50-60년 후 세종기지 주변에서는 더 이상 빙하를 볼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세종기지 반대편인 동(東)남극의 빙하는 오히려 더 두꺼워졌다는 보고가 있어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는데 온난화로 수분증발이 많아져서 강수량을 높여 얼음이 더 두꺼워졌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반면 북극 빙하는 최근 급속도로 녹았어요. 그래서 전에는 빙하 때문에 못 갔던 곳에 지금은 배가 쉽게 드나들지요. IPCC 5차 보고서를 보면 2100년에 기온이 4.8도가 올라간다면 북극 빙하의 70%가 감소할 거라고 예상하더라고요.

연구원님의 빙하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 장보고과학기지 주변 바다에서 발견된 해저산의 지도. 짙은 색의 납작한 호떡처럼 생긴 것이 빙하 때문에 생긴‘해저산’이다. ⓒ이주한
빙하 아래에 아이스 레이더(ice radar, 극지방의 빙판상에서 전파를 사용하여 빙판의 두께를 조사하는 탐지 장치)를 쏘아요. 레이더를 아래로 쏘면 전자기파가 경계면들에 반사되어서 다시 쏜 곳에 도착하거든요. 이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얼음에 관한 정보를 얻어요.

빙하연구를 하면서 발견한 게 있어요. 지난 해에 발견한 걸 말씀드리면, 보통 화산은 삐쭉하게 솟아있잖아요. 그런데 화산인데도 정상이 호떡처럼 평평한 모양인 바다 속 화산(해저산)을 발견했어요. 높이도 100m 정도로 낮아요. 이런 해저산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빙하 때문이에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가 해저산 위를 이동하면서 산 정상부를 계속 깎아 내리는 것이지요. 얼음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보여주죠. 이런 지형은 아이슬랜드에서 발견된 경우가 있지만 남쪽에서는 처음 발견되었어요.

장보고과학기지가 올해 건설된다고 들었습니다. 킹조지섬에 이미 세종기지가 있는데 또 다시 남극에 장보고과학기지를 건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종기지는 섬이라서 대륙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남극을 연구하는 주요목적 중에 하나가 대륙의 빙하를 연구하는 것인데 세종기지에서는 어렵지요. 곧 건설될 장보고기지는 대륙에 있거든요. 두 곳은 가까워 보이지만 거리상으로는 4500km이상 차이가 나요. 위도 차이도 많이 나서 세종기지는 남위 62도에 있고요. 장보고기지는 남위 74도에 있어요. 장보고기지에서는 빙하연구도 가능하고, 운석에 관한 연구도 가능하죠. 또 남위 70도 이상이면 천문연구를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오로라도 볼 수 있지요.

각국이 북극보다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는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북극은 땅의 주인이 있지만 남극은 없어요. 1961년에 남극조약이 발효되었는데 이 조약은 남극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과학 탐사는 자유롭게 하되 영유권은 동결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 20개국의 40개 상주기지가 있고, 상주기지가 아닌 기지를 포함하면 110개가 넘는 기지가 있어요.

그리고 제 생각입니다만 남극에 자원이 많거든요. 저희 세종기지 주변에 우리나라가 300년 이상 쓸 가스데이터가 매장 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요. 지금은 1991년 ‘남극조약의정서’ 때문에 각국이 50년간 광물개발을 할 수 없지만 나중에는 개발이 가능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남극은 대륙이동하기 전 모습들에 대한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지구는 한 덩어리 대륙, 즉 초대륙이었는데 그것의 중심이 남극이었다고 해요.

지난 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쇄빙선(Icebreaker) 아라온호가 러시아어선을 구했던 일이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되었어요.

뉴질랜드에서 아라온호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러시아 배에 구멍이 났다, 구조 요청한다’는 신호가 왔어요. 구조할 배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8일이나 돌아가야 했어요. 그만큼 연구를 못하니 손해가 크죠. 그래도 생명이 중요하잖아요. 예정보다 일찍 출발했어요. 가보니까 생각보다 피해가 크더라고요. 아라온호의 뛰어난 기술자들이 구멍 난 곳을 용접해주고, 기름을 주고, 다른 어선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그런 역할을 하고 왔어요. 러시아가 크게 고마워할만 하죠.

8일이나 돌아가는 데에도 러시아의 구조요청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쇄빙선 아라온호가 생기는데 전재규 대원의 순직이 영향을 주었어요. 당시 큰 배가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때 전재규 대원이 살신성인한 거잖아요. 그런 전재규 대원의 정신을 이어받은 아라온호니까 구조요청을 들어주는 거죠.

또 남극은 국제공조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에요. 올해 초 우리나라 배인 정우 2호 화재났을 때도 근처에 있었던 미국 배가 먼저 도와주었어요.

'전재규젊은과학자상' 최우수상을 받으셨어요. 당시 사고를 기억하시나요? 

전재규 대원이 사고를 당했을 때 저는 러시아 기지에서 (날씨 탓에) 세종기지로 가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어요. 사고지점이 러시아 기지 근처여서 상황을 모두 무전으로 들었어요. 시신이 왔을 때도 제가 봤고요. 2003년 12월 7일, 사고날짜도 잊지 못해요.

지금까지도 제 삶에 전재규 대원이 자주 엮이죠. 전재규도 지질학의 한 부분인 지구물리 분야를 공부했죠, 저처럼. 그런 일이 조금 자극이 되기도 해요. 제가 나태해질 때면 그때 일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바로 잡죠. 지금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거든요. 매년 현충원에 가서 추도식을 해요.

그 사고 말고도 위험했던 일들이 많았죠. 2003년도 그렇고, 2004년도에도 있었어요. 탐사를 하면서 설상차로 아이스레이더 장비를 끌고 다녔어요. 그런데 나중에 연구실 와서 조사한 결과를 보니까 빙하가 깨진 틈인 '크레바스' 위에서 작업을 했더라고요. 무너졌더라면 아찔하죠.

혹시 언론에서 보여주는 남극이미지와 실제가 다른 점이 있나요?

있어요. 언론에서는 혹한만 보여주잖아요. 물론 혹한이 엄청나죠. 하지만 촬영 오는 방송기자들은 여름에 오거든요. 남극의 여름은 때론 한국 겨울보다 따뜻해요. 저희 이번에 장보고 기지에 1월 2일부터 18일까지 머물렀거든요. 평균 기온이 영상 3도였어요.
 
물론 남극의 겨울을 지낸다면 거의 두 달 극야가 계속되는 밤만 보내니 힘들죠. 하지만 여름은 계속 낮이고 대체로 화창해요. 반팔을 입지는 못하겠지만 제대로 껴입고 작업을 하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예요. 워낙 햇빛이 강하니까.

일반인들에게 극지연구소는 생소합니다. 극지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장소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곳이라서 다른 연구소와 달리 연구진의 분야가 아주 다양해요. 자연계에 기초과학들은 여기에 다 있어요. 지구과학, 생물, 물리, 화학, 거기다 공대, 대기과학 등의 연구진도 있어요. 여러 학문 간의 교류가 다양하죠, 웬만한 학교도 이렇게 교류가 잘 되기는 힘들 거예요.

또 지루하지 않아요. 남들 안 가보는 곳은 다 가 봐요. 민간인은 처음 발을 들였다는 러시아 군사기지에도 가봤고, 시베리아, 알래스카도 가봤죠.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대부분 회사나 연구소 같은 곳에서는 돈 같은 현재의 가치를 추구하잖아요. 극지연구소는 이와 달리 미래의 가치, 미래 지향성이 있어요. 미래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하죠.

▲ 극지연구소 1층 극지과학홍보관에서 볼 수 있는 남극지도 ⓒ김수현

김수현 객원기자
writingeye@daum.net
저작권자 2012-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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