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한 부모 아래 태어난 형제 자매라도 외모나 성격이 부모 중 한편을 더 많이 닮거나, 더 좋아하는 경향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엄마와 아빠에게서 반반씩 물려받은 유전자 사본은 똑같이 취급될 것이라고 오랫 동안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새 연구에 따르면 뇌세포가 부모 유전자 사본 중 한쪽 사본을 우선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우리 몸의 세포가 DNA의 지시를 다루는 데서도 ‘불균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 유타대 의대팀이 신경학 학술지 ‘뉴런’(Neuron) 2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고전 유전학의 기본 틀을 깨고, 유전자 변이가 뇌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체 여러 부위에서 유전자 차별성 나타나
이 연구에 따르면 갓 태어난 실험용 쥐의 뇌를 분석한 결과 적어도 뇌의 한 부분에서 그런 ‘불평등’이 규범화된 것처럼 보였다. 기분을 조절하는 화학물질인 세포토닌을 분비하는 등쪽 솔기 핵(dorsal raphe nucleus)의 유전자 중 약 85%가 모계와 부계의 복제 유전자를 차별해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태어난 지 10일 후에는 양상이 바뀌면서 두 사본 전체 유전자의 10%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등하게 활성화됐다.
많은 뇌세포는 각 유전자의 모계와 부계 두 복제본을 표현하는데 비해 다른 일부는 하나의 복제본만을 발현시킨다. 이 단일 복제본에서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세포에 질병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 유타대의 이번 발견은 유전학에서 이전에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견해로서, 세포 수준에서 그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림 : Christopher Gregg
뇌에서의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을 넘어 간이나 근육을 포함한 다른 신체 부위에서도 불균형이 발생하며, 이런 현상은 인간에게서도 일어난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크리스토퍼 그렉( Christopher Gregg)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 조교수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의 전체 모습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보지만 세포 수준에서 유전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뇌 질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파악된 것과 같은 비정통적인 방법으로 규제되는 유전자들 가운데는 정신질환 위험요소들이 존재한다. 사람에서는 부모 중 한 쪽에게서 물려받은 자폐증 및 지적 장애와 관련된 DEAF1이라는 유전자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우선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을 대신한 영장류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 결과 헌팅턴 병, 조현병(정신분열증), 주의력 결핍장애, 쌍극 장애와 관련된 유전자를 비롯한 다른 많은 유전자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유전적 불균형은 질병에 대한 취약성 노출
그렉 교수는 이 같은 유전적 불균형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예비적인 결과를 보면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두 개를 갖는 것은 유전자 결함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보호 완충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건강한 유전자를 잠재우고 돌연변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면 이 과정이 잠깐일지라도 특정 세포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파괴적일 수 있다.
그렉 교수팀은 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 유전자 변형 쥐의 일부 뇌세포가 건강한 유전자보다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우선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학원생인 웨이-차오 황(Wei-Chao Huang)과 함께 논문 제1 공동저자로 등재된 컴퓨터 과학자 엘리엇 페리스(Elliott Ferris)는 “일반적으로 유전자의 두 복제물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와 관련한 연구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성과를 올렸다. 페리스는 “큰 데이터를 검색해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밝혔다.
유전학의 새로운 견해 시사
연구팀은 수천 개의 유전자를 조사해 각 모계 및 부계 복제 유전자에 대한 상대적 활성 수준을 정량화하고, 두 유전자의 발현이 많은 유전자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사실에 놀라, 통계적 방법을 개발해 그 타당성을 엄격히 테스트한 후 그같은 결과가 기술적인 조작이나 유전적 혼선 때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따라 유전자의 하위 집단을 더욱 면밀하게 조사해 실험 쥐와 인간 두뇌의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복제 사이의 불균형을 직접 시각화했다.
그렉 교수팀의 연구는 이전 연구를 기반으로 유전자가 편파성을 지닌다는 시나리오를 확장했다. 각인된 유전자와 X-링크된 유전자는 모계와 부계 유전자 사본을 차별적으로 활성화시키는 특정 유전자 범주다. 세포 배양 연구에서도 몇몇 유전자는 어떤 사본을 발현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 결과는 하나의 복제 유전자를 침묵시키는 것이 동물의 생애 중 특정 시기에 혹은 별개의 장소에서 유전자 프로그램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방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렉 교수는 “이번의 새로운 발견은 연령과 뇌 영역 및 조직 유형에 따라 뇌에서 모계와 부계 복제 유전자 발현을 형성하는 다양한 결과들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조만간 태동할 것으로 보이는 유전학의 새로운 견해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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