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3,2019

노년의 삶 ‘근육’이 결정한다

50대부터 근육량 눈에 띄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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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70대가 되는 엄 모(69)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만성질환을 달고 살았다. 그는 당시의 몸 상태에 대해 “밥을 먹고 나면 몸이 늘어지고, 축 처져서 누워 있다가 잠들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병원에 가서 진찰해 본 결과, 의사는 ‘노인성 근(筋)감소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청년과 노년의 근육량 비교 ⓒ iofbonehealth.org

청년과 노년의 근육량 비교 ⓒ iofbonehealth.org

노인성 근감소증은 노년기에 겪게 되는 퇴행성 변화 중 하나다. 노인이 되면 심신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퇴화 현상을 보이는데, 근육이나 근력은 물론 시력 및 청력, 기억력 등 신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진단을 받은 엄 씨는 우선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철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근육량을 체중의 58%까지 끌어 올렸다. 엄 씨는 “내 또래의 근육량 평균은 체중 대비 40%대”라고 밝히며 “중요한 것은 근육이 늘자, 만성질환이 줄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수 의학의 최근 화두는 근육

만성질환 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수 의학’의 최근 화두는 근육이다. 두 사람의 몸무게나 체형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체내의 근육량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신체 건강 지표는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근육이 화두인 이유는 현대 의학에서 새로운 개념의 노인성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는 근감소증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골격이 부실해지는 골다공증과 유사한 현상이, 근육에도 발생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20년 전 골다공증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다수 의사들은 골다공증이 질병인 줄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진단 기준에 따라 치료제를 투여하는 질병이 됐듯이, 근감소증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25세(좌)와 63세의 근육량을 촬영한 MRI 이미지 ⓒ buckinstitute.org

25세(좌)와 63세의 근육량을 촬영한 MRI 이미지 ⓒ buckinstitute.org

일상생활에서 근육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신호로 전문가들은 △걸음 속도가 줄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손으로 쥐는 악력이 떨어지고 △조금만 오래 서 있어도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체중 변화 없이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경우 등을 꼽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하더라도 50세가 넘어가면 근육량은 매년 1%씩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성인 2만 812명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육량은 50대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진은 “결국은 얼마나 꾸준하게 근육량을 늘리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노년기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 상태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근감소증은 만성질환의 원인

근감소증이 만성질환의 원인인 이유는, 다음과 같은 크고 작은 증상들이 근감소증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선 근감소증이 심화되면 넘어지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신체 기능 장애 발생 위험이 커지며, 입원율이 증가하게 된다.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 활동 감소, 만성 염증의 지속 등에 따라 근육이 더 빨리 약해지면서 그 자리를 지방이 채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근육 내에 지방이 쌓이게 되면 염증 유발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이 분비되면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율을 떨어뜨려 당뇨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의 근감소증 관련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체내 근육량이 줄어들었을 때,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적절한 노년의 근육운동은 근감소증 예방에 꼭 필요하다 ⓒ tufts.edu

적절한 노년의 근육운동은 근감소증 예방에 꼭 필요하다 ⓒ tufts.edu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 발생율을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을 보인 환자의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비율이 적게는 1.55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지방성 간염으로 발전해 만성 간염 또는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또한 이번 결과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근감소증을 앓게 되면, 간이 굳는 ‘간섬유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1.7~1.83배 정도 상승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섬유화는 말랑해야 할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기능을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증상이 악화되면 간경화를 불러오게 된다. 더군다나 간경화는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감소증이 만성질병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료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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